KB국민·하나·우리 3개 은행은 신규 행장을 선임하면서 안정보다 새 도약에 힘을 실었다. 신한은행도 정상혁 은행장이 연임했지만, 임원 14명 중 9명을 교체하는 등 쇄신을 단행해 변화를 꿰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금융그룹이 지주 수장은 내부 출신을 기용, 은행은 임원, 조직 교체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다만 계열사인 은행의 경우 신규 경영진 21명 중 20명을 70년대생으로 등용하고 80년생 임원을 신규 발탁하는 등 변화를 꿰찼다. 특히 AI·디지털 관련 조직의 경우 LG·NC소프트 등 외부 출신 인물을 영입하면서 AI 활용도를 본격적으로 다변화하려는 눈치다.
하나금융그룹은 내년 3월 회장 레이스를 앞둔 만큼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함영주 현 회장과 이승열 하나금융 부회장 겸 하나은행장, 강성묵 하나금융 부회장 겸 하나증권 사장 등 내부 출신 3인과 외부 출신 2인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시너지, 미래성장, 글로벌·ESG 부문을 하나금융의 핵심 사업으로 삼고 강성묵·이승열·이은형 부회장을 각 부문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이호성 현 하나카드 대표가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성영수 하나은행 부행장이 하나카드 신임 대표로 추천한 동태로 미루어 봤을 때 최고경영자(CEO)직은 내부 출신들이 전략적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의 인사는 본부 대표가 부행장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인물 교체보다는 조직 재편에 방점을 뒀는데, ‘하나더넥스트본부’, ‘소호사업부’ 등 신상품 개발·판매를 위한 본부를 신설하거나 디지털혁신그룹·손님관리시스템부 등 기존 그룹을 확대 개편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 여파로 재무·전략 부문 부사장 등 수장의 연임을 택했다. 다만 은행의 경우, 정진완 차기 후보가 부행장급 임원을 기존 23명에서 18명으로 줄이고 기본 부행장의 절반 수준인 11명을 내보내는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이뤘다. 경영지원과 브랜드 부문에는 70년생 부서장을 상무급 임원으로 승진시켜 젊은 피를 수혈했다.
디지털조직 강화에도 힘을 쏟았다. ‘WON뱅킹사업본부’ 확대를 위해 WON뱅킹사업부, 마이데이터플랫폼부, 인증사업플랫폼부 등 3개 부서를 배치하는 등 몸집을 키웠다.
신한금융그룹도 지주사의 경우 기존 경영진 대부분을 유임시켜 변화의 폭이 작았다. 다만 은행은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행장이 임원 14명 중 9명을 교체하는 등 쇄신을 단행했다. 70년대생 젊은 임원도 6명이나 기용됐는데, 이중 디지털 부문과 관련된 최혁재 신설 디지털이노베이션그룹 상무와 소영신 정보보호본부 상무는 각 70년생, 71년생이다.
신한은행은 플랫폼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조직개편도 시행했다. 새로 설치된 디지털이노베이션그룹에 플랫폼영업부를 아래에 두면서 디지털 금융과 영업의 성격을 합쳤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타 업종 대비 비교적 보수적인 금융권도 시대 흐름에 발맞춰 혁신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고강도 인사가 이뤄진 만큼, 임직원은 각자 위치에 신속히 자리 잡아 내년 업무 추진에 무리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