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이미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화 해 내수 부양 모멘텀(동력) 만들기에 나섰다. 시장에 돈이 풀려야 궁극적인 경기 회복이 가능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수가 제 역할을 해준다면, 한국 경제는 ‘U자형’ 상저하고 흐름으로 하반기 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2025년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2024~2026년 잠재성장률 추정치인 2.0%를 밑도는 수치로, 저성장을 내다본 것이다. 지난해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을 살펴보면 1분기 1.3%의 호실적이 무색하게 2분기 –0.2%, 3분기 0.1%로 저조한 성적이었다.
주요 원인은 국내 수출 약세다. 한은에 따르면 수출은 자동차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0.2% 줄어 지난해 3분기 기준 7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원자재가 상승을 부추겨 이와 긴밀히 연결되는 업종에 직격탄을 가한 것이다. 실제로 전년도 환율은 3분기까지 1350원대를 유지하다 미 대선발(發) ‘강달러’에 1400원대로 올라섰고, 연말 비상계엄 여파로 1500원 선까지 바라보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 예고로 올해 수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트럼프는 1월 20일 취임 후 미국에 수입되는 전 제품에 보편관세를 대대적으로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시기와 비율이 관건인데, 만약 한국을 포함한 기타 국가에 20% 관세, 중국에 60%, 캐나다·멕시코에 10%를 각각 적용할 경우 국내의 대미 수출은 최대 13.1% 감소할 수 있다고 산업연구원은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내수 진작 드라이브
대내외 불확실성이 불가피한 만큼 내수로 해답을 찾자는 분위기다. 정부는 예산, 공공기관 투자·정책금융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내수 회복에 집중하자는 방침을 밝혔다. 대규모 예산의 신속집행으로 민생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관광업계 및 건설투자, 온누리상품권 등 예산 지원이 합의됐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낮추겠다고 이미 못 박았다. ‘2025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안정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물가에 반해 정치 불확실성 증대와 주력 업종의 글로벌 경쟁 심화, 통상환경 변화가 금리 인하 배경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이미 두 차례 인하가 단행됐음에도 이 같은 통화정책을 예고한 것은 환율 하락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국내 경제 살리기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치권은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논의 중이다. 국회에 제출된 올해 예산안은 677조4000억원, 이마저도 야당 단독 처리로 4조1000억원 감액된 예산안이 국회를 통하면서 정부의 재정지출 가용 규모가 쪼그라든 상태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민간 소비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재정 역할 필요성에 입이 모이고 있다. 그간 추경에 부정적이던 한은은 ‘경기를 소폭 부양하는 정도의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공감했다.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여·야·정도 모두 추경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반기 회복 국면 기대감
전문가들은 정부의 내수부양책 추진에 따른 경기 회복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 상반기 시장에 돈이 ‘왕창’ 풀려 소비와 투자가 대폭 활성화되면, 정치 리스크 등 여러 불확실성이 소폭 해소될 하반기에는 경제가 정상 흐름을 되찾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재계 민간경제 연구소 중 유일하게 올해 경제전망 보고서를 낸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기 전, 내수 회복을 견인할 수 있는 금리 인하 가속이나 재정지출 확대 등 정책전환이 이뤄진다면 U자형의 완만한 성장경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일회계법인(PwC)은 “2025년 성장률 전망치는 수출의 성장 기여도 약화를 내수 회복이 보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내수는 금리 인하와 수출의 낙수효과로 소비, 설비투자 중심으로 회복할 것을 기대한다”고 봤다.
씨티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 정책적 경기 부양을 통해 전기 대비 0.6% 성장 반등을 예상한다”고 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