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내수 부양이냐 환율 잡기냐…한은 금리결정 고민 깊어간다

글로벌이코노믹

내수 부양이냐 환율 잡기냐…한은 금리결정 고민 깊어간다

"동결과 인하 논리 모두 타당"…금통위원 치열한 논의 예상
'암흑 속 경기' 분위기 반전 위해 금리 인하 필요하지만
트럼프 압박·美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무시할 수 없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결정방향 회의에 배석해 있다. 사진=한은이미지 확대보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결정방향 회의에 배석해 있다. 사진=한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주 2025년 첫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이미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예고한 바 있는데, 불확실성이 장기화돼 인하 시기를 두고 막판 고심하고 있다.

탄핵정국 속 경기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15년만에 3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 등 빅 이벤트가 남아있어 원·달러 환율 안정화를 위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16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3년 2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시행, 같은 해 11월에도 연속 인하해 기준금리는 연간 총 50bp 내린 3.0%로 형성됐다.
이달 기준금리 결정 배경에는 내수와 환율 리스크가 강대 강으로 맞붙는 상황이라, 금통위원 6인과 이창용 한은 총재의 심도 있는 고민이 이어지겠다고 전문가는 관측했다. 윤지호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성장과 금융 안정의 상충관계가 확대된 상황에서 동결과 인하의 논리가 타당한 만큼 치열한 논쟁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얼어붙은 경기에 분위기 반전을 가져오자는 취지로 인하에 무게가 실리겠다는 전망이 소폭 나온다. 고물가 장기화에 정치 불확실성이 겹치며 소비심리가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제주항공 참사까지 발생해 연말 내수경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던 만큼, 선제적 조치 필요성이 부각 됐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성장률은 ‘암흑’ 속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하면서 6개월 전 전망보다 0.4%포인트(p) 내렸다. 국제은행(IB)들도 최근 전망치를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1.7%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반해 유엔(UN)은 2.2%의 높은 성장률을 예측했는데, 내수 중심의 성장 동력이 기대된다는 가정에서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원 4대 2 결정으로 이달 기준금리는 25bp 인하할 것이라 예상된다”며 “한은은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로 총 50bp를 내릴 것으로 생각되며, 만약 경제 하방 리스크가 증대할 경우 총 75bp까지 인하도 가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 달여 째 이어지는 고환율 압박으로 한은의 금리 인하가 미뤄질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은 11월 말 1390원대 수준에서 계엄령 선포 직후인 12월 4일 종가 1410.1원에 마감, 해를 넘기고도 지난 9일 기준 1460.5원에 장을 마쳤다. 오는 20일 트럼프 행정부마저 출범하면 환율이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우리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신속하고 크다. 실제로 트럼프가 강력한 보편관세 대신 선별적 관세를 검토한다는 발언이 보도된 지난 8일, 원·달러 환율은 16원 넘게 급감했다.

또 최근 미국이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1월 구인건수를 공개하며 탄탄한 성장을 시사한 데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금리 동결을 택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12월 계엄사태 이후 환율이 크게 상승하고 변동성이 커진 점 등을 고려하면, 1월 금통위에서는 우선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외환시장의 안정 여부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며 "최근 환율에 따른 중장기 수입물가 상승 부담과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 및 하락 폭 기대 약화가 고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경우에 따라 금통위원 3대 3 동률로 이 총재가 최종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총재는 외환 시장 안정을 근거로 들어 비둘기파적 동결을 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