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대어급 금융사’ 잇따른 상장 철회
흥행 부진에 ‘이익 확대·자금 회수’ 등 목표 차질
주식시장 ‘유동성 부족’…당분간 제값 받기 힘들 듯
연초부터 대어급으로 기대를 모았던 금융권 기업공개(IPO) 새내기들이 일정을 미루면서 최대주주도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흥행 부진에 ‘이익 확대·자금 회수’ 등 목표 차질
주식시장 ‘유동성 부족’…당분간 제값 받기 힘들 듯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BC카드는 상장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오는 4월까지 상장해야 하는 SGI서울보증의 최대주주 예금보험사 역시 수조원대에 달하는 ‘공적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 정치적 불안과 경기침체 등이 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어 상반기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 증시 부진에 ‘흥행 부진’ 우려
최근 주식시장 입성을 기다리는 새내기 기업들 사이에서는 흥행 부진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15일 금융권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최근 IPO에서 손을 뗐다. 케이뱅크는 앞서 지난 2022년에도 상장을 준비하다가 2023년 2월 투자심리 위축 등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케이뱅크 측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게 됨에 따라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펀드시장 동향만 봐도 공모주에 대한 시장 반응이 체감된다. 펀드 평가사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들어서만 4362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하반기 들어 하락장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자들이 공모주 펀드에서 자금을 뺐기 때문이다.
작년 상장을 완료한 새내기주 74개 중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종목은 22개에 불과했으며,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종목이 52개로 전체의 70.2%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알아서 몸값을 낮추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신약 개발사인 오름테라퓨틱이 코스닥 시장 진출을 중단한 지 약 한 달 만에 공모가를 대폭 낮춰 연초 공모 흥행을 노리고 있다.
■ 최대주주 자금회수도 차질
계열사 상장을 통해 이익 확대나 자금 회수 등의 목표를 가지고 있던 최대주주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는 BC카드다. BC카드는 지난 2020년 대주주적격성 심사 등의 문제로 모회사인 KT가 보유 중인 케이뱅크 지분(10%)을 취득하고, 이후 유상증자 참여 등을 통해 지분을 34%까지 늘렸다.
2021년 7월에는 케이뱅크의 자본 확충을 위해 총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인 MBK파트너스·베인캐피탈·MG새마을금고·컴투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BC카드는 투자조건으로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BC카드의 지분을 포함해 FI가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 FI가 동반매각청구권 행사를 결정하면 BC카드가 FI의 보유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IPO 목표 기한은 2026년 7월까지인데 최악의 경우 BC카드가 FI의 지분을 사든가, 케이뱅크를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또 다른 대어인 ‘SGI서울보증’도 머리가 아프긴 마찬가지다. 서울보증도 상장예비심사 효력 기한인 오는 4월 21일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가뜩이나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상승으로 투자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5%대로 치솟았다.
서울보증의 최대주주인 예보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IPO가 절실한 상황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주주인 예보(93.85%)가 서울보증에 투입한 돈만 10조2500억원에 달한다. 이들 자금을 회수하려면 IPO 외에 방도가 없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주식시장 유동성이 부족한 만큼, 상반기 중 제값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는 한 고위 임원은 “현재 주식시장 유동성이 빠지고 있어 몸값 높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투자심리 회복이 공모주 흥행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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