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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고율관세 100일 전쟁 시작… 불확실성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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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고율관세 100일 전쟁 시작… 불확실성 최고조

수출 전망 '흐림'… 환율·경기 '먹구름'에 성장률 저하
트럼프 2기 정책 동태 살피기…3개월 '허니문' 기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열린 마라라고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9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열린 마라라고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서막이 오른다.

트럼프가 예고한 고강도 관세정책이 시행되면 우리나라 대미 수출(전체 물량의 18.7%)과 환율, 물가 등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발 고율 관세 발효 전까지는 불확실성 리스크, 이후에는 물가 상방 압력이 우리나라를 강타하게 된다.

우리에게 남겨진 기회는 트럼프가 ‘허니문’ 기간을 보내는 향후 100일간이다. 트럼프 공약 시나리오가 이행되기전 대미 접촉루트를 확보하고 우리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게 ‘주고 받기’ 식의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을 맞이하게 됐다.

■수출 지각변동 감지
19일 미 백악관 등에 따르면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은 현지시각 20일 낮 12시(한국시각 21일 새벽 2시) 워싱턴 D.C에서 열린다.

트럼프는 이미 관세정책에 상당한 압력을 가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관세 수입 전 업무를 담당하는 관세청(External Revenue Service·ERS) 설립을 예고한 데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 중국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천명했다. 세계은행(WB)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가 계획대로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타국이 맞대응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은 0.3%포인트(p) 낮아질 전망이다.

국내 수출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다. 대미 수출이 전체 물량의 18.7%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관세 폭탄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올해 수출 증가율을 두고 정부는 1.5%,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무역협회, 한국은행은 각각 1.8%. 1.8%, 1.3%를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가장 높은 2.2%, 금융연구원은 최저점인 0.4%를 예상했다.

■고환율·불경기 발목

트럼프발 고율 관세는 발효 전까지 불확실성 리스크로, 후에는 물가 상방 압력으로 우리나라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환율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 후 탄핵정국을 거치며 달러 수요가 커지고 원화 가치는 하락하자,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중반대를 유지 중이다. 한국은행도 ‘환율이 정상 수준보다 높이 올라왔다’고 판단, 경기보다 대외 요인에 무게를 두고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고환율이 계속되면 수입물가를 올려 결국 소비자물가에도 압력을 주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도 봉착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문에 따르면 “앞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며 “지난해와 올해 성장률이 작년 11월 전망치(2.2%·1.9%)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이런 와중에 관세정책이 막을 올린다면 물가 불안이 유발될 수 있다. 우리뿐 아니라 세계 금융환경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불확실성 고조로 통화정책 조정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실질임금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재정정책 불확실성, 각국의 경제 약화, 관세 및 환율 조정이 스태그플레이션의 주재료가 될 것이라 관측했다.

■3개월 ‘탐색전’

트럼프가 내건 공약 시나리오가 실제 어느 수준으로 이행될지는 당분간 동태를 지켜봐야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대통령 취임 후 3개월간은 야당과 언론이 관대한 미국 허니문 관례에 따라 트럼프도 이 기간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그가 행정명령을 통해 정책 의제를 내놓는 100일여 시간은 미국의 거시적인 정책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적격의 시기다.

이런 가운데 관세정책 변동이 급격한 속도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부과 정책 기조는 미 인플레이션의 추가 하락을 지연시키거나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iM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슈퍼 트럼피즘’, 관세정책이 시장 눈높이보다 낮은 단계에서 시작된다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반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