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에 '캐릭터 컬래버' 소식 잠잠…은행은 '페이퍼리스' 열중
명절을 알리는 은행권 ‘돈 봉투’ 마케팅이 근래 들어 조용하다. 영업점 방문 고객에게 아기자기한 캐릭터나 그 해를 상징하는 동물, 연도, ‘복’(福) 자를 새겨넣은 명절용 봉투를 제공하겠다며 홍보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원인은 ‘시대적 변화’다. 고객 제공용 명절 봉투는 매년 발행하고 있으나 변화한 세태와 은행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 등으로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 은행권 설명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은 2025년 을사년 설 명절 기념 봉투를 모두 제작했다.
다만 봉투는 자사 캐릭터가 새겨진 무난한 디자인으로, 유명 캐릭터와 컬래버래이션(협업)을 한 사례는 없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 은행권은 캐릭터 봉투 제작으로 성황이었다. 당시 KB국민은행은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한 ‘뽀로로와 친구들’ 디자인 봉투를, 하나은행은 만화 ‘포켓몬스터’ 봉투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후 우리은행은 인기 캐릭터 ‘핑크퐁과 아기상어’로 디자인한 봉투를 2023년 계묘년 명절을 기념해 배포하기도 했다.
근래 이 같은 봉투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은행권이 캐릭터 컬래버에 소극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 은행은 캐릭터 사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으며 캐릭터를 활용한 통장, 예·적금 등 수신상품을 개발해 판매했었다. 명절 봉투도 해당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출생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가구도 늘면서 아동을 겨냥한 마케팅 매력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어린이와 그의 부모인 어른들이 은행권 주요 고객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아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돈 봉투 배포는 ESG 경영을 실천 중인 은행들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은행권은 종이 서류의 디지털화 등 종이 사용 감축을 지속해오고 있다. ‘집에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로 인기가 많은 은행 달력도 배포 수량을 줄이면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주요 은행은 ‘세뱃돈 봉투 발행 수량을 예년 대비 줄이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환경 경영에 유리하진 않다는 의견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 ‘페이퍼리스’(paperless·종이 없는 환경)로 업무 환경을 전환 중인 가운데 종이 돈 봉투 발행은 ESG와 반대되는 행보이긴 하다”면서도 “고객 수요 대응을 위해 발행량을 줄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