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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저고위·금융위 엇박자… 보험사 요양시장 확대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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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저고위·금융위 엇박자… 보험사 요양시장 확대 물 건너가나

저고위, 비영리법인 한해 ‘토지·건물 임대’ 허용
금융위 보험사 요양업 규제 완화 계획 뒤집어
요양 진출 시 막대한 비용 지불…시장 위축 불가피
정부의 규제강화로 보험사의 요양업 진출이 위축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정부의 규제강화로 보험사의 요양업 진출이 위축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직속기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와 정부 부처 금융위원회의 엇박자로 민간 보험사의 요양시장 진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고위가 요양시설 토지·건물 임차를 ‘비영리법인’에만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규제완화 무산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요양시설 토지·건물 장기임대 요구에 적극적이던 금융위의 정책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4일 저고위에 따르면 위원회 측은 최근 열린 ‘제8차 인구 비상대책회의’에서 요양시설이 부족한 서울 등 지역에 토지·건물 임차를 통한 운영을 ‘비영리법인’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제16조 등에 따르면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야만 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데 이를 비영리법인에 한해 완화하는 내용이다. 위원회 측은 요양시설의 장기 지속성을 고려해 진입장벽을 높이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로 운영하다 갑자기 마음을 바꿔 임대인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등의 불확실성을 막자는 취지다.
이는 당초 규제완화를 목표 삼았던 금융위원회 의견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금융위는 지난 2021년 개최한 ‘보험사의 요양서비스사업 진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노인 요양시설에 대한 민간 부문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며 ‘요양시설 운영 시 토지‧건물을 소유하도록 한 규제 개선’을 추진해왔다.

당시 금융위 발표 자료를 보면 현재 요양사업자 중 개인사업자 비중이 75.7%로 절대적으로 많고 비영리법인은 21.8%에 그친다. 영리법인 비중은 2.5%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다 보니 거주환경이 열악하다. 실제 개인 요양시설을 방문해 보면 도심과 멀리 떨어져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제한적인 환경이 대부분이다. 반면 보험사의 요양산업 진출 시 양질의 획기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현재 요양산업에 진출한 보험사는 KB라이프·신한라이프·하나생명·KDB생명 등인데, 직접 운영하는 시설을 보면 비교 대상이 아닐 정도로 좋다. 무엇보다 서울 도심이나 인근에 위치해 주요 대학병원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자녀와의 생활권 공유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보험사의 요양산업을 독려해온 일본은 아예 요양산업 자체를 보험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의 요양시장은 약 100조원 수준으로 우리나라 시장 규모(11조원)와 비교하면 약 10배 규모다.

일본은 보험사가 공적요양보험과 연계한 요양시설과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유일한 국가로 우리나라와 달리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지 않아도 임대 형태로 요양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우리나라 요양산업은 대기업 등 자본력을 지난 민간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노인복지시설 현황’(2024년 6월 기준) 통계에 따르면 주거 기능을 수행하는 노인주거복지시설(양로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 노인복지주택)의 이용 노인 수는 2023년 1만9369명으로 2022년(1만9355명) 대비 소폭 증가했다. 반면 시설 수는 2023년 기준 297개소로 2022년(308개소)보다 오히려 감소하는 등 노인복지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에선 저고위 발표가 확정될 경우, 보험사의 진출 의지가 꺾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험사들이 요양산업에 진출하는 배경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했기 때문인데, 현재도 투자 대비 수익은 저조한 상황에서 비영리사업을 고집하면 투자를 확대할 유인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토지와 건물값이 매우 비싼데 현행대로 매입 방식을 유지하게 되면 일부 대형사 외에 요양산업에 진출하려는 의지가 줄어들 것”이라면서 “양질의 요양시설 공급을 위해선 기업들의 다양한 진출 방식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