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확장주의·온정주의 벗어나야…임원진 공감대 필요”
은행권 수장 교체·시스템 구축 등 체질 개선 속도전
은행권 수장 교체·시스템 구축 등 체질 개선 속도전

금융당국은 단기 성과주의, 온정주의 문화를 뿌리 뽑고 임원별 책임 소재를 나누는 ‘책무구조도’를 안착시키자고 강조했다.
1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국내은행 20곳의 행장들을 만나 이같이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일련의 사태가 은행의 ‘외형확장주의’ 방침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본점이 무리한 KPI(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설정하면서 직원 부담이 가중됐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최근 대형 금융사고들은 한도에 걸린 대출이 서류 조작까지 하면서 이뤄져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일부 이익보다 중장기적, 혁신 성장 측면을 더 고려하면 좋겠다”며 “행장·회장들이 이런 운영 적정성에 공감해 준다면 실무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느 금융사 할 것 없이 1000억대 사고들은 ‘뉴노멀’이 된 정도인데, 온정주의 문화로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 거버넌스가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문제를 수습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내부통제가 금융권 화두로 오른 이유는 최근 은행 내 임직원이 저지른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해 공시한 금융사고는 총 16건, 사고금액은 1392억원이다. 다만 금감원 현장검사로 추가 적발된 부당대출 건은 이보다 훨씬 많았는데, 우리은행 101건(2334억원), 국민은행 291건(892억원), 농협은행 90건(649억원) 등으로 세 은행에서만 도합 3875억원 수준이었다.
지방은행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특히 BNK경남은행은 지점 직원이 14년여간 저지른 대규모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부실 직격을 맞았다. 해당 직원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총 3089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데, 이는 단일 사건 기준 사상 최고 액수다.

은행권은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BNK금융그룹은 인적 쇄신으로 대응했다. 이 금융은 최근 경남은행·BNK부산은행을 비롯한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을 완료했는데, 부산은행장에는 방성빈 현 행장의 1년 연임을 결정한 데 반해 경남은행장은 인물 교체를 단행했다. 지방은행장은 통상 ‘2+1’ 임기 체제로 2년 근무 시 1년 연임이 보편적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경남은행장 쇄신은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여파로 해석된다.
아울러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로 고개를 숙였던 우리은행도 변화를 다짐했다. 단기실적에 따른 업무부담을 줄이고 상업·한일은행 출신 간 계파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은 그룹 임원 친인척 개인정보 등록 제도를 시행 중이다. 조직 개편에서는 검사 출신의 윤리경영실장을 임명하고 내부통제전문역을 신설했다. 영업점 금고 단속을 위해 각 지점장이 매월 첫 영업일과 마지막 영업일에 금고문을 직접 여닫기로 했다.
이 밖에도 은행권은 책무구조도를 도입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별로 책무 소재를 정해 놓고, 금융사고 발생 시 해당 임원에게 즉각적인 책임과 의무를 묻는다는 내용이다.
대부분 은행은 지난해 말 책무구조도를 기한보다 앞서 금융당국에 신청해 올해 1월까지 시범 운영, 이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정식 운영 중이다.
금융당국도 책무구조도 안착 필요성에 공감대를 표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0일 올해 업무계획을 밝히며 “책무구조도의 원활한 도입·정착을 지원해서 금융산업 신뢰 회복 및 질서 확립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