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산불·자연재해 늘어도 ‘무감각’…보험사 ‘탄소중립’ 4년 만에 제자리

기후대응 공동단체 ‘넷제로’…참여 보험사도 ‘제로’
은행권 NZBA 역시 회원사 이탈로 존폐 위기
국제공조 약화 우려…이상기후發 손실 ‘45조원’ 경고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산불현장에 인접한 의성군 옥산면 입암리 한 마을에 불씨가 옮겨붙으며 불이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산불현장에 인접한 의성군 옥산면 입암리 한 마을에 불씨가 옮겨붙으며 불이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영남권 대형 산불 등 이상기후로 자연재해가 빈번해진 가운데 금융권이 참여한 ‘글로벌 기후행동연합’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잇따른 회원사 이탈에다 공동 대응력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각자도생하는 분위기가 강한데 공동 목표와 실천이 핵심인 탄소중립 정책에서 ‘탈석탄’ 동력이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2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글로벌 기후행동연합인 ‘넷제로보험연합’(Net Zero Insurance Alliance: NZIA)과 ‘넷제로은행연합’(Net Zero Banking Alliance: NZBA)에서 회원사 탈퇴가 두드러진다.

NZIA와 NZBA는 각각 글로벌 보험사와 은행들이 가입한 기후행동 연합체다. 회원사들의 자발적인 기후행동을 지원하고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전반적인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들 단체에 참여한 우리나라 금융사도 적지 않은데 NZIA의 경우 현재 ‘KB손해보험’을 제외하면 모두 탈퇴한 상황이다. 지난 2021년 10월 신한라이프가 우리나라 보험사 최초로 회원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KB손해보험·삼성화재가 잇달아 가입했다. 그러다 2023년 미국 내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공개하고 준수하게 한 조처 등이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회원사들의 이탈로 이어졌다. 당시 독일 재보험사 뮌헨리를 시작으로 취리히보험, 하노버리, 스위스리, AXA, 런던 로이즈 등 글로벌 보험사들이 연달아 NZIA를 떠났다.

국내 보험사들 역시 주요 회원사들의 이탈로 인해 가입을 유지할 만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결국 탈퇴에 나섰다. NZIA의 경우 글로벌 보험사들의 공통된 목표와 대응이 핵심인데 회원사의 이탈로 이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KB손보도 사실상 탈퇴에 가깝다. NZIA와 관련해 별다른 활동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탈퇴하는 번거로움마저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KB손보 관계자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라면서 “KB금융그룹 내에서 진행하는 자체적인 탄소중립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와 신한라이프의 경우 NZIA를 탈퇴하긴 했지만 또 다른 기후 대응단체인 ‘RE100’에 가입해 탄소중립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NZIA를 유지할 명분이 부족한 상황이었다”면서 “현재는 RE100 활동을 지속하면서 ESG 정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그룹이 가입한 NZBA 역시 위기다. 최근 회원사의 잇따른 탈퇴에 무용지물로 전락할 우려가 커진다. 지난 12일 기준 NZBA에 가입한 국내 금융사는 하나금융그룹, IBK기업은행, JB금융그룹, KB금융그룹, NH농협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등 7개사다.

앞서 올해 1월 TD은행, 몬트리올은행, 캐나다국립은행, 캐나다임페리얼상업은행, 스코샤은행 등 캐나다 5대 은행이 NZBA 탈퇴에 합류했고 호주 매쿼리그룹과 유럽 최대 은행들도 NZBA 탈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 위기에 대응한 국제적 공조가 약화되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금융권 피해가 수십조원에 이를 거란 경고도 나온다. 한국은행 분석을 보면 이상기후에 대한 대응이 미흡할 경우 2100년께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관의 물리적 손실 규모가 45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