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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화경 회장 2기 출범] 저축은행 부동산PF ‘고수익’ 좇다 부실… 서민금융 역할 재정립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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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화경 회장 2기 출범] 저축은행 부동산PF ‘고수익’ 좇다 부실… 서민금융 역할 재정립 숙제

지난 수년간 고위험·고수익 PF 등 기업금융 확대 몰두
79개사 중 30개사 이상 ‘가계대출’ 절반도 취급 안 해
경기침체·상환능력 저하로 저축은행 업권 생존 위협
서민금융 ‘의구심’…금융환경 변화 반영해 재정립 요구
부동산 PF 등 기업대출 확대로 인해 저축은행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부동산 PF 등 기업대출 확대로 인해 저축은행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저축은행 부실화와 관련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에 지나치게 몰두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는 현재 기업대출 부실화에 따른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이다.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과 채무상환 능력 저하 등 부정적인 영업 환경이 지속되면서 업계는 여전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취급고가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안 되는 곳도 무려 30개사 이상이었다. 새로 출범하는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2기는 저축은행들이 고위험·고수익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설립 취지인 ‘서민금융기관’에 충실하도록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겨졌다.

3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개사의 기업대출 규모는 작년 9월 말 기준 50조450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기업대출 규모는 지난 2018년 32조789억원 규모에 그쳤지만 이후 꾸준히 증가하면서 2020년 41조7518억원, 2021년 57조1189억원, 2022년 68조1862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저축은행 업황 부진이 본격화된 2023년부터는 58조9981억원 증가세가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대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가계대출 취급고는 기업대출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23조6859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까지 39조4801억원으로 연평균 약 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단순 증가율만 보면 업계에서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성장세가 비슷해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저축은행 79개사 중 가계대출 취급 규모가 30% 미만인 곳도 적지 않았다.

푸른상호저축은행의 기업대출은 취급 규모는 작년 9월 말 기준 8501억원인 반면, 가계대출 규모는 164억원으로 전체 비중으로 보면 약 2%에 그친다. 여기뿐만 아니라 지나칠 정도로 기업대출에 몰두하는 저축은행이 많다. 같은 기간 상상인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조5682억원인데 가계대출은 17% 수준인 3273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대신저축은행도 기업대출 1조4854억원을 내줬는데 가계대출 잔액은 2368억원으로 전체 13% 수준이었다. 이 밖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11%), OSB저축은행(18%), DB저축은행(20%), 모아저축은행(25%), 한화저축은행(30%), 키움예스저축은행(34%), 바로저축은행(39%) 등 30개 이상 저축은행에서 가계대출 비중이 전체 대출의 절반도 채 안 됐다.

저축은행은 현재 기업대출 확대로 인한 후폭풍을 혹독히 치르고 있다. PF 부실 여파에 국내 저축은행 업계가 2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손실은 397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5758억원 순손실에 이어 2년 사이 9732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낸 것이다.

연체율도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8.52%로 전년 말 6.55% 대비 1.97%포인트(p) 상승했다. 2015년 말 9.2%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4.53%로 전년 말 5.01% 대비 0.48%p 낮아졌지만, 기업대출은 12.81%로 전년 말 8.02% 대비 4.79%p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 또한 10.66%로 전년 말 7.75%보다 2.91%p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볼 때 건전성을 위협한 것은 서민대출이 아니라 기업대출임이 명확해졌다”면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린 차주들이 사상 최대인 상황에서 업계(저축은행)가 서민금융기관 역할에 충실했는지 다소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고위험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이 저축은행 업권을 망가뜨린 주요인이라고 지목한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을 보면 지난 2020년 이후 상호금융기관들은 가계대출을 외면했고, 공동 대출을 통해 부동산 관련 거액 대출을 확대하는 등 기업대출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면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구정한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의 경우 2022년까지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규모는 모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듬해부터 PF 대출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에서 부실이 확대되면서 대출 자산이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금융환경 변화, 본래의 설립 목적 등을 감안해 지역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