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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14년 만에 ‘큰 장’] 수도권 우량 매물 눈독…지방 저축은행 ‘장기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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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14년 만에 ‘큰 장’] 수도권 우량 매물 눈독…지방 저축은행 ‘장기 표류’

사실상 ‘개점휴업’ 수두룩…수익성 불안에 ‘외면’
서민금융 역할 ‘상실’…돈 되는 저축은행만 ‘관심’
업계서도 “M&A 역량 지방에 집중해야” 목소리
저축은행 간 M&A 규제가 완화된 가운데 수도권 쏠림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저축은행 간 M&A 규제가 완화된 가운데 수도권 쏠림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연합뉴스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가 완화됐지만, 상대적으로 우량하다고 평가받는 수도권 내의 저축은행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매각이 진행 중인 상상인저축은행 외 지방의 적지 않은 매물이 수년째 원매자를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특히 지역 저축은행은 역내에 가계대출을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사실상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많다. 수도권과 지방 내 저축은행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M&A 역량을 지방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방 경기 악화로 인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직면한 저축은행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저축은행 79개사 중 작년 말 기준 가계대출 규모가 100억원이 채 안 되는 곳이 9개사로 집계됐다. 경상북도 경주시에 있는 대원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200만원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대원저축은행뿐만 아니라 지방 소재 저축은행 대부분은 가계대출 공급 능력이 대부분 열악하다. 경북 포항시에 있는 대아저축은행도 가계대출 잔액이 120억원 남짓이었고 에스앤티저축은행과 스카이저축은행, 영진저축은행, 평택저축은행, 푸른상호저축은행, 부림저축은행 등도 100억원을 밑돌았다. 이들 저축은행은 지난 2018년 이후부터 꾸준히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하는 추세다.

가계대출 잔액이 1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 저축은행도 27개사나 됐다. 이 중 디에이치저축은행과 삼정저축은행, 국제저축은행, 센트럴저축은행 등 4군데를 제외하고는 최근 7개년간 가계대출이 확대된 곳은 전무했다. 대부분 가계대출 공급을 축소하는 기조가 뚜렷했다.

서울·수도권 저축은행과의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공급 실적을 보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소재 저축은행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등 상위 10개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26조5057억원으로 나머지 69개 저축은행(13조9203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지방 저축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취급고를 따져보지 않더라도 조직 자체가 굉장히 열악한 곳이 많다. 전체 79개사 중 무려 50개사가 총 직원수 100명이 안 됐고, 50명 미만인 저축은행도 38개사나 됐다. 대아저축은행의 총 직원은 10명으로 공시됐고 대원상호저축은행 11명, 머스트삼일·에스앤티저축은행 14명, 센트럴저축은행 17명, CK·대백·솔브레인저축은행 18명 등 일반적인 중소기업보다 적은 곳이 적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M&A 시장에서도 외면받기 일쑤다. 구조조정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10년 넘게 이름을 올리는 곳이 수두룩하지만 건전성·수익성 등을 이유로 대부분이 적절한 원매자를 찾지 못해 장기간 표류 중이다. 업계 20위권인 한화저축은행마저 한때 매물로 나왔지만, 마땅히 사겠다는 곳을 찾기 어려워 그냥 한화생명이 100% 사들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상상인 등 대부분 저축은행 모두 수도권 내에서 영업하고 상대적으로 우량하다고 평가받는 저축은행들이다. 업계 일각에서도 지방 저축은행 중 사실상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상실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경기 침체와 지방인구 소멸로 인해 대출을 내주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그나마 기웃거리는 원매자라도 있지, 지방은 ‘정리’가 필요한 저축은행이 많다”면서 “경기 침체가 심각한 지방의 경우 영업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저축은행이 많지 않은데, 이들에 대한 M&A 지원이 더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