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의 시에나는 첫 하이브리드 미니밴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경차 연비로 몇 명이 더 탈 수 있는 미니밴이다. 내구성까지 더했으니 가치도 충분하다. 카니발보다 대략 2000만원이 더 비싼 토요타 시에나는 올해 1460대가 팔렸다. 라브4, 캠리 다음으로 많이 판매됐는데, 점유율은 21%를 넘었다. 근데 알파드는 시에나보다 또 2000만원 이상이 더 비싼데, 이미 초도 물량(약 500대 정도라고 알려짐) 완판을 기록했다.
실제로 운전석에서 특이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고급스럽지만, 1억원이라는 가격표에 대한 설득력은 부족하다. 모든 분위기가 여느 다른 토요타 차량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가운데 12.3인치 정도 돼 보이는 커다란 모니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그다지 최첨단이라는 느낌은 없다. 차폭이 좁은 만큼 여러 가지 영리하게 공간 활용을 한 점은 높이 사줄 만하다.
하지만 뒷좌석부터는 다른 얘기가 전개된다. 알파드는 국내 가장 높은 트림으로 6인승 모델만 들어오는데, 2열은 휴식공간이나 다름없다. 두 개의 캡틴 시트는 최고급 안마의자를 방불케 한다. 각 시트 암레스트에는 썬블라인드라든지 천장에서 내려오는 대형 화면, 시트의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는 컨트롤 패드(스마트폰과 모양이 같다)가 끼워져 있다.
뒤쪽 송풍구 아래에는 220V 소켓이 있어 노트북 등 가정용 전자기기를 끼워 사용할 수 있다. 또, 시트 한쪽 팔걸이에는 비행기에서 보던 것과 비슷한 접이식 간이 테이블이 나온다. 노트북을 얹어 놓을 수도 있고 펼치면 거울도 마련돼 있으니 화장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콘센트 아래는 HDMI 소켓도 마련돼 있는데, 노트북은 물론 휴대용 게임기를 연결해 즐길 수도 있다. 그 때문인지 천정에 있어야 할 파노라믹 선루프는 앞뒤가 아니라 도어 쪽으로 열리는 반쪽짜리 사이드 썬쉐이드가 대신한다. 개방감은 조금 덜하지만, 기능적으로는 크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승차감도 우수하다. 의전차로 생각한다면 당연해야 하지만, 잔진동은 물론 1열에서 느꼈던 여러 가지 거슬리는 소음들도 사라졌다는 건 꽤 인상적이다. 차체가 높고 폭이 좁은 만큼 바람 등의 외부 자극에 흔들림이 있을 거라고 걱정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코너에서는 생각보다는 매우 안정적으로 돌아나가며, 탑승자의 쏠림도 크진 않다. 대교 위 대형차가 지나가더라도 위화감은 없다.
3열 좌석은 막말로 비상용이다. 간이 의자처럼 (다시) 양 측면으로 접어 올릴 수 있다. 작은 차체에 많은 것을 넣으려다 보니 이런 식의 영민함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접힌 시트 사이로 트렁크 두어 개쯤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시트를 펼쳐 놓으면 머리 공간이 넓어 어른도 앉을 수는 있지만, 여전히 갑갑한 것은 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알파드는 내 가족을 위한 차가 아니라 귀빈을 모시기 위한 차다. 만약 가족 구성원 5명이 타고 여행을 간다면 짐을 넣을 공간이 부족하다. 캠핑을 위해 루프탑 텐트를 설치하려고 해도 차의 스탠스가 잘 갖춰지지 않고 모양도 살지 않을 터이다. 게다가 카리스마 넘치는 전면 디자인은 역시 비포장도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