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일, 사과했다" vs "그 도덕심으로 국가에 봉사?"
[글로벌이코노믹=곽호성 기자] 여고생 시절 밀양 성폭행 가해자를 옹호해 물의를 일으켰던 여자 순경 H씨가 경장으로 진급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두고 네티즌들의 설전이 한창이다.8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여경 H씨는 지난 1월 18일 승진시험에 합격해 경장 승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언제 진급하는 것인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진급 예정”이라며 “문제의 발언은 임용 전에 있었던 일이고 이미 2주 간 대기발령을 받았었으며, 언론사 기자들에게 사과문을 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상당한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이미 국가공무원시험에 합격해서 들어 온 사람을 추가 징계할 수 있는 법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경남 밀양시 고교생 44명이 여중생 1명을 집단 성폭행하고 심지어 기구까지 동원해 성(性) 고문까지 벌인 사건이다. 이들 고교생들은 피해자의 동생과 사촌 언니까지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했다. 피해자의 동생과 사촌 언니는 다행히 성폭행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여경 H씨는 지난 2004년 당시 고교 3학년으로 재학 중일 때 친구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잘 해결됐나? 듣기로는 3명인가 빼고 다 나오긴 나왔다더만...X(성기 지칭)도 못생깃다드만 ㅋㅋㅋㅋ 고생했다 아무튼!”이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이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W대 로스쿨 조 모씨는 “경찰로 근무하기 한참 전에 있었던 일이고 이미 사과문까지 올렸는데 승진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임 모씨는 “법적으로 미성년일 때 한 발언임을 감안해야 하고 사과문도 올렸는데 한번 실수에 지나친 비난은 나쁘다”고 지적했다.
같은 대학의 우 모씨도 “이미 승진요건을 갖췄는데 승진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고 과거에 악행을 했다고 해서 승진을 못하게 하는 것은 마치 범죄자들이 신학대를 졸업하고 목사가 되었는데 과거 악행을 했으니 목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네티즌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반면 경남지방경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및 의령경찰서 자유게시판에는 H순경을 비난하는 글들이 여전히 올라오고 있다. 또한 구글 같은 검색엔진에 H순경의 실명과 밀양성폭행을 넣으면 아직도 많은 게시물이 검색되고 있다.
조연엽 씨는 의령경찰서 자유게시판에 8일 글을 올려 “내가 힘들게 벌어 낸 세금 H같은 인간 월급을 주다니 참나 제보할 수 있는데 모조리 제보해야겠습니다. 그냥 흐지부지 넘기려하지 마세요”라고 경찰을 비판했다.
김성중 씨는 경남지방경찰청 자유게시판에 “공부만 잘하면 도덕성이 결여돼도 얼마든지 고위공직자에 오를 수 있는 대한민국, 그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과연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드는군요”라며 “대기발령 기껏 며칠 시킬 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인데, 결국은 그 윗선도 똑같은 사람들입니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사태의 중심에 있는 H씨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그녀가 근무 중인 의령경찰서로 전화를 계속 걸었지만 H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전화를 받은 의령경찰서의 한 간부는 “본인이 전화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지금도 계속 항의전화가 걸려오고 그동안 계속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당시 고교생이었음을 감안해야 하고, 항의전화가 많이 걸려 와서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