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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외국학교’ 등 비인가 대안학교 200여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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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외국학교’ 등 비인가 대안학교 200여곳

사교육 돈벌이 ‘대안’으로 떠오른 비인가 대안학교
▲미국사립학교한국분교과정을운영한다는한대안학교홈페이지의모습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사립학교한국분교과정을운영한다는한대안학교홈페이지의모습
[글로벌이코노믹=김만식 기자]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됐다. 이들이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기 위해 칼을 겨누는 곳은 국제고와 외국어고, 자율형 사립고 등 비일반학교들이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들 뿐 아니라 비인가 대안학교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고와 외국어고, 자율형 사립고는 교육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학교들이라 제제할 수단은 충분하다. 하지만 비인가 대안학교는 말 그대로 누구의 승인도 받지 않고 세울 수 있는 학교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진보교육감들이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기 위해 국제고와 외국어고, 자율형 사립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면 풍선효과로 인해 이들 비인가 대안학교 시장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비인가 대안학교는 적지 않은 숫자가 학교 이름에 수학과 영어와 같은 교과목을 넣거나 외국인학교와 국제학교 등을 넣어 학부모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설립자 마음대로 교육과정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으니 수학과 영어수업만 해도 이상할 것은 전혀 없다.
미국 사립학교의 한국분교라면서 한국과 미국 두 군데서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는 대안학교와 헝가리 의대로 진학하는 국내 최초의‘의학고등학교’라는 식으로 교육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비인가 교육과정을 운영해 학부모와 학생들을 혼란에 빠트리기도 한다.

비인가 대안학교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악용된다. 정규 고교과정을 졸업하면 내신시험과 수능준비, 봉사시간 등 고교재학 중에 챙겨할 것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비인가 대안학교는 내신시험에 대한 부담이 없다. 검정고시 성적으로 비교내신을 인정받는 대학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검정고시 평균점수가 90점이면 내신 1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를 인정받는 방식이다. 내신시험과 봉사시간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다. 수능 준비에만 온전히 시간을 쏟을 수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대입 사교육 업체들이 운영하는 기숙학원을 살펴보면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수능준비에만 몰두하는 나이어린 재수생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대에 재학 중인 송 모씨도 그런 경우였다. 그는 의사가 되고 싶어 고교 1학년을 자퇴했고 한 대안학교에 들어가 1년 동안 검정고시 준비만 했다. 검정고시를 통과하면서 대안학교도 그만뒀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한 기숙학원에서 2년 동안 의대진학을 위해 수능준비에만 온 힘을 쏟 았다. 그는 삼수를 해서 의대에 진학했지만 동기들과 연령대는 같았다.

그는 “굳이 정규고교를 다닐 필요 없잖아요. 괜히 시간낭비만 하고요. 대안학교에서 검정고시 준비하고 기숙학원으로 넘어와 삼수를 해도 결국에는 정상적인 연령대 친구들과 대학생활을 같이하죠. 만약 정규 고교를 졸업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고 말했다.

‘00학교 한국분교’ 등 이름걸고 고소득층 자녀 모집1인당 한 달 학비만 70만원선 ‘국내 학력’인정안돼‘졸업 후 헝가리 의대 입학’ 황당한 조건 내세우기도모 라디오방송국의 PD는 초등학생 두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다. 회사에서 보내 준 3년간의 미국유학을 마치고 왔더니 아이들이 한국학교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달 학비만 1명당 70만원, 2명이면 월 140만원이 필요하다. 웬만한 사립대학 연간 등록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교육부에 정식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는 50여개 남짓이다. 하지만 비인가 대안학교는 200여개 정도로 추정할 뿐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대안학교는 많아지고 대안학교에 보낼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학부모는 적다 보니 자연스레 치열한 모집경쟁이 펼쳐진다. 학부모의 눈길을 끌기 위해 영어와 수학 그리고 국제화를 내세운다.

외국인학교와 국제학교라는 이름을 붙이고 영어와 수학 등 특정과목에 대한 커리큘럼을 강조해 학부모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설립자 마음대로 교육과정을 만들고 운영할 수도 있으니 영어수업만 진행해도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다.

학생모집에 경쟁이 생기다보니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일부 대안학교는 외국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이름을 내걸고 신입생을 모집한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녀도 미국에서 학교를 나온 것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대안학교와 졸업 후 헝가리의대로 입학한다는 대안학교까지 허무맹랑한 조건을 내세우는 학교가 나오는 이유다.

비인가 대안학교는 교직원 검증시스템이 필요없다. 사설학원에서도 교직원을 채용할 때 성범죄 여부를 확인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교원자격증이 없는 무자격 교사를 채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교육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비인가 대안학교이기 때문이다.

전인교육을 위한 대안학교가 아니라 누군가의 돈벌이 대안으로 활용되는 깜짝 놀랄만한 대안학교의 실태를 살펴보자.

미국·한국 졸업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일산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는 초등학생 두 자녀를 대안학교로 보내기 위해 이것저것을 알아보다가 B대안학교의 홍보문구에 눈길이 갔다. 자신들은 한 미국 사립학교의 한국분교로, 졸업하면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학력이 인정된다는 것. A씨는 B대안학교의 설명을 전적으로 믿었다. B대안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가 아닌 교육부의 정식인가를 받은 대안학교였기 때문이다.

A씨는 B대안학교에 입학하면 국내 대학입시와 미국 유학 모두에서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실체를 알고 나서는 속을 뻔 했다며 얼굴을 붉혔다. 알고 보니 한 미국 사립학교의 한국분교라고 소개하던 그 대안학교는 교육부의 인가를 받지 않은 비인가 불법과정이었다. 학부모 A씨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육부의 외국인학교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다. 학부모 A씨는 그 사건을 계기로 대안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믿을 수 있는 대안학교를 찾기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요즘은 국제학교부터 대학까지 외국학교의 한국진출이 활발하다. 외국학교의 탈을 쓴 가짜 학교들도 마치 진짜인 양 학생을 모집하는 경우도 늘었다. B대안학교처럼 교육부 정식 인가를 받았다고 선전하는 비인가 외국학교들도 많아져 학부모와 학생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 교육부의 정식인가를 받은 외국인학교와 국제학교는 국내 학력이 인정된다. 하지만 이름뿐인 비인가 대안학교에서는 국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국제학교 외국인학교’의 저자 유시정 씨는“국내 학력이 인정되면 부적응 문제로 일반학교로 전학해야 할 때 같은 학년으로 옮겨가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들은 개별적으로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교육부의 정식 인허가 여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골칫거리 비인가 외국학교를 검증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교육부가 운영하는‘외국교육기관 및 외국인학교 종합안내’(www.isi.go.kr) 사이트를 활용하면 교육부가 국내 학력으로 인정하는 모든 외국학교 현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없는 외국학교라면 비인가 대안학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하나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은 국제공인 교육인증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IB프로그램, WASC 인증 등은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와 조건도 까다롭고 주기적으로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유 씨는“이런 인증을 받은 학교라면 정상적인 외국인학교와 국제학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nternationalBaccalaureate)는 세계 3100여개 학교에서 운영중인 국제 인증 학위 제도로 스위스에 위치한 IBO재단에서 인증을 담당한다. 엄격한 평가기준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IB프로그램을 수료하면 미국·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 2500여 개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는 Higher Level 과목 중 최소 3개 과목에서 평점 7점 이상을 얻으면 학점으로 인정받는다. 캐나다 맥길대(McGill University)는 IB프로그램 학점만으로 1학년 과정을 면제받고 2학년으로 입학할 수도 있다.

▲AP(Advanced Placement)는 칼리지보드(Collage Board)가 주관하는 AP인증은 대학과목 선이수 제도로 5월에 시험이 실시된다. 다지선다형인 섹션 1과 주관식인 섹션 2로 구성된다. 고교에서 대학 수준의 교과목을 이수하고 AP시험에 합격하면 대학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학교에 AP과정이 개설돼 있지 않아도 시험응시가 가능하다.

▲WASC(Western Association of Schoolsand Colleges)는 미국 내 6개 평가 인증기구 중 하나로 미국식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학교 인증을 담당한다. 이 인증을 받았다면 표준화된 미국식 교과과정을 운영한다는 의미다. 인증 취득은 3년 이상의 학교실태 조사와 감사가 필요할 정도로 까다롭다.

비인가 대안학교 대학 과정까지 진출비인가 대안학교는 대학 과정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00대학 한국캠퍼스, 또는 00스쿨 한국분교 등의 이름을 가진 비인가 외국대학들은 크게 3가지 형태다. 하나는 평생교육기관으로 교육부 인가를 받은 경우, 둘째는 학점은행제 기관으로 교육부 인가를 받은 경우, 셋째는 이도 저도 아닌 경우다.

이 중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경우는 처음과 두 번째다. 체코의 한 음악대학 한국분교라고 주장하는 비인가 교육기관의 홈페이지를 보면“이 학교는 교육부 정식 인가를 받은 대학인가요?”라는 질문이 올라있다. 이 비인가 교육기관의 답은 “체코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학력을 인정받는다. 한국 교육부의 정식 인가를 받았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비인가 교육기관은 한국에서 학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교육부 정식 인가는 맞는 표현이다. 해외대학 한국분교로 인가를 못 받았을 뿐이지 평생교육기관으로는 교육부의 인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자칭 한국분교들이 적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 비인가 외국대학 한국분교에서 공부한 후 국내 대학원에 진학할 때 생긴다. 국내에서는 4년제 대학졸업 학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원 입학 시 해외대학 출신자는 검증과정이 있지만 형식적이다 보니 비인가 외국대학 한국분교를 졸업해도 국내 대학원 진학이 가능한 경우도 생긴다.

그러다가 유명인들의 허위학력 문제가 터져서 광풍이 불면 운 좋게 합격한 그 학생은 대학원 합격이 취소된다. 만약 국내 대학원을 졸업해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상태라도 그 자체가 휴지조각이 돼 버릴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 교육법상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자가 대학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학원으로 진학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