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필요 충족해야 내 필요도 충족 가능"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된 말 중 하나가 '결국 사람이다'라는 말이다. 새로운 일을 만들 때도, 사람을 뽑을 때도, 사람이 나갈 때도, 경기가 좋아도, 경기가 나빠도, 매출이 좋아도, 수익이 나지 않을 때도 모두 귀결점에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사람관리가 중요하고 사람을 남겨야 한다는 말을 선배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사람이 곧 힘이다'라는 말은 옳다.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옳은 말의 범주에 들어갈 것임이 분명하다. 사람이나 조직은 사람을 통해 성장하고 쇠퇴하며, 또 사람 안에서 성장하고 쇠퇴한다. 플랜비를 계획하고 시작하는 플랜비어(PlanBier)들에게 사람(네트워크)은 재정(Financial), 영업(Sales)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플랜비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현재의 네트워크를 점검하고 향후 네트워크 확장과 관리 방법에 대해서 정리해야 한다.네트워크관리 또는 인맥관리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네트워크라는 말에는 정치적인 냄새가 난다' '너무 비즈니스적인 것 같다'라고 말하거나 '어떻게 사람을 관리의 대상으로 넣는가?' '너무 계산적이고 이기적이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분명 있다. 그리고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인맥을 동원해서 청탁, 알선, 뒷거래 등의 부정적 사례를 뉴스를 통해서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인맥관리, 네트워크, 사람관리 등에 대해서 부정적 견해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과 명예, 이권을 취하는 악한 사람들의 거래에는 늘 인맥이 등장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맥은 부정적, 음성적으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물밑작업이 아니라 표면으로 끌어내서 다양한 기회를 만드는 차원에서 인맥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리고 '비즈니스적인 것 같다' '정치적인 것 같다' '너무 전략적이고 계산적이다'라는 말에서 비즈니스, 정치, 전략이 과연 나쁜 단어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도 정치도 전략도 모두 좋은 말이다. 플랜비는 생존과 성장이다. 당연하게 비즈니스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체계적 계획하여 행동해야 한다.
사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인맥관리를 한다. 오랜 친구, 지인들을 만나는 이유는 사람들은 '그냥 편해서'라고 대답한다. '이유가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한다.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다. 편안하다는 것은 위로가 되고 정신적으로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스스럼없이 만나도 되니까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고, 반대로 만나면 불편하고, 뜬금없이 다가오거나 싫어하는 행동,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해가 될 사람은 피하고, 득이 될 사람은 선호한다. 결국 네트워크 관리는 사람을 통해서 기쁨, 행복, 이익을 얻으려는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다. 다만 네트워크 관리는 선한 목적으로 행해져야 하며 체계적이어야 한다. 갑작스럽지 않아야 하고 꾸준하고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람을 이용 가치, 효용성 측면에서만 생각하고 자신의 실리만을 계산하여 초반에만 적극적이고 그 이후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하버드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맥클레랜드(David McClellan)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습관적으로 어울리는 사람들은 '준거집단'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우리 인생의 성패를 95%나 결정한다고 한다.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 또는 가장 친하게 지내는 사람 5명을 떠올려보라. 그리고 대략 그들의 연봉이 얼마인지 생각해보라. 자주 만나는 사람 다섯 명의 연봉 평균이 현재 자신의 연봉과 거의 일치한다는 재미있는 연구자료가 있다. 실제 비슷한가? 주변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을 반증하는 내용들이다. 짐 론은 '우리는 가장 많이 어울리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 된다'고 역설했다. 혹자는 '지금 만나는 사람이 5년 후에 자신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네트워크는 중요하다.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은 "지혜로운 사람과 함께 다니면 지혜를 얻지만, 미련한 사람과 사귀면 해를 입는다"고 했다. 찰스 트레멘더스 존스의 명언도 있다. "누구와 어울리고 무엇을 읽는가. 이 두 가지가 바뀌지 않으면 5년 후의 모습도 지금과 똑같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을 보면 우리의 건강, 자세, 수입이 어떤지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이 먹는 대로 먹고, 그들이 말하는 대로 말하고, 그들이 읽는 대로 읽고,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그들이 보는 대로 보고, 그들이 입는 대로 입는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사회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6단계 분리 이론이라는 개념을 주장하였다. 실험에서는 밀그램이 몇 개의 소포를 네브래스카 오마하에 사는 사람 가운데 무작위로 선택한 160명에게 보내고, 최종 목적인인 매사추세츠 보스턴의 증권 중개인과 더 가까울 것 같은 지인에게 소포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최종결과 증권 브로커에게 전달된 편지는 총 160통 중 42통이었다고 한다. 조사에 의하면 편지는 평균 5.5명을 거쳐 브로커에게 전달되어진 것이다. 아무리 넓고 복잡한 세상이라도 6단계를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그러나 밀그램의 6단계 분리 이론은 심각하게 비판받았다. 그는 많은 소포를 추적하지 않았고, 그 결과 과학자들은 “6단계” 분리 이론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였다. 그러나 2008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에 의해 .NET 메신저 서비스의 사용자간의 평균 접촉 고리가 6.6명임이 밝혀졌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등장으로 최근에는 4.5~5.5명이라고 주장하는 연구결과도 많이 나오고 있다. 결국 6단계 분리 효과는 '세상 참 좁다'는 말을 이론으로 증명한 것이 되었다.
네트워크가 중요한 것은 연결을 만들고, 그 연결이 또 다른 연결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뇌 신경과학자인 그레고리번스는 그의 책 '아이코노클라스트'에서 창조적인 사람들을 사회적 네트워킹이 필수적 능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인 플랜비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아이코노클라스트'는 너무 멀리 있는 사람이다. 다만 자신의 미래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면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네트워크 관리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시작할 것인가. 우선 사람들을 정리해보자. 인적네트워크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세 가지 유형은 개발적 네트워크(developmental network), 운영적 네트워크(operational network), 전략적 네트워크(strategic network)이다. 앞 글자만 따서 'DOS를 관리하자'라고 기억해둘 수 있다. 세 유형의 네트워크는 중복될 수 있음을 유념하면서 다음에 제시하면 각 유형별 특성을 읽고 본인의 네트워크를 정리해보기 바란다.
첫째, 개발적 네트워크는 개인적인 성장을 돕고 필요한 순간에 개인적,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사람들이다. 주로 가족과 친구, 오랜 지인,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직장동료나 선후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왔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옆에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플랜비어(Planbier)들에게는 힘들고 지치는 순간에 위안과 휴식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서 중요하다.
둘째, 운영적 네트워크는 가장 생각해서 적기 쉬운 사람들이다. 일상적 업무 운영에 연관된 사람들을 말한다. 주로 업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유관부서, 협력사, 고객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의 관점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떠오를 것이다. 업무적 관계로 인연이 시작되었으나 향후에 개발적 네트워크나 전략적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임으로 각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셋째, 전략적 네트워크는 플랜비 준비, 시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플랜비로 하고자 하는 일을 달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관련분야 코칭, 자금조달/지원, 영업연결 등 다양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플랜비를 성공시키는 시간을 단축하고 여러 가지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전략적 네트워크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략적 네트워크는 미래 관점에서의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계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전략적 네트워크 관리를 할 때는 지금까지 나의 직업, 경험한 업종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한다. 이는 필자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필자는 기업에서는 인사업무를, 컨설팅회사에는 기업교육컨설팅과 기업 강의를 했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인사, 교육 직무를 수행했던 실무자, 팀장, 임원들이었다. 물론 그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실제 조직을 떠나 플랜비를 시도하고 보니 경계 밖에 있는 사람들인 기획, 재무, 구매, 생산 등 분야의 사람들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당신이 지원업무 쪽의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공계열의 공부를 한 후 실무부서에 있는 사람, 임원들과 관계를 넓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반대로 이과계열이었다면 문과 계열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 전혀 다른 업종에서 근무하는 사람, 자신과 나이 터울이 많이 나는 사람들을 전략적 네트워크에 넣어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 네트워크라 함은 내가 미래에 무엇을 하려고 하고 그 일을 하는 데 있어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플랜비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오로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생각하는 태도는 아무리 자신의 이기심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분명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필요를 충족해야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이 인맥구축의 본질이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필요를 이해해야 한다.
최익성(경영학 박사) 플랜비디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