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업분석] 현대중공업 분할④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현대오일뱅크… “차라리 물적 분할 해야” 주장도

글로벌이코노믹

종합

공유
0

[기업분석] 현대중공업 분할④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현대오일뱅크… “차라리 물적 분할 해야” 주장도

애널리스트, 현대중공업의 캐쉬 카우인 현대오일뱅크가 분리되면 지속 성장 가능성에도 의문제기하기도

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 분할 시 '뜨거운 감자'로로 부상하고 있다.

감자는 미국인들의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품 가운데 하나이지만 오븐에서 갓 구운 뜨거운 감자를 자칫 손으로 집거나 하면 데기 십상이다.
또 겉은 식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속이 뜨거운 감자를 한 입 덥석 베어 물기라도 하면 목구멍이 너무 뜨거워 뱉을 수도 그냥 삼킬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뜨거운 감자와 같이 현대중공업의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가 꼭 필요한 식품(회사)이지만 자칫 손을 대면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곤경에 처할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회사분할은 현대중공업 :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 현대건설기계 : 현대로보틱스가 각각 0.7455977 : 0.0488172 : 0.0471585 : 0.1584266의 비율로 나눠지게 된다.

자산 규모로는 현대중공업이 22조970억원, 현대일렉트릭 1조9974억원, 현대건설기계 1조5952억원, 현대로보틱스 4조3883억원이 된다.

현대로보틱스의 비유동자산 중 투자자산 항목에 종속기업,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투자 계정으로 2조9547억4557만2455원이 현대오일뱅크 주식 등으로 되어 있다고 표기되어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현대오일뱅크가 현대로보틱스로 귀속된다는 전제하에 회사분할 후 오너가(家)의 지배력 강화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연유라 할 수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현대중공업이 훌륭한 캐쉬 카우(cash cow)로서 이익 기여도가 컸던 현대오일뱅크와 분리되며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의 인적 분할이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에 중점이 두어져 있고 소수주주들의 권리가 배제될 수 있어 차라리 물적분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이미지 확대보기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9월 말 현재 연결기준 매출액 8조733억원, 영업이익 6487억원, 당기순이익 5500억원을 기록했다.

9월 말 현재 연결기준 재무상태는 자본총계 4조2572억원, 부채총계 4조6617억원, 자산 8조9189억원으로 되어 있다.

현대로보틱스의 투자자산으로 잡혀 있는 현대오일뱅크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동종업체라 할 수 있는 S-Oil은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매출액 11조7647억원, 영업이익 1조2489억원, 당기순이익 1조487억원을 기록했다.

S-Oil의 2일 종가는 8만6500원으로 시가총액이 9조6800억원 규모인데 비해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Oil의 올 9월 말 연결 재무상태는 자본총계 6조2289억원, 부채총계 7조564억원, 자산총계 13조2853억원으로 되어 있다. 자본금은 2915억원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로 넘어가게 된 데 대해 일반투자자들의 불만도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이 최대주주로 지분 91.13%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오일뱅크가 벌어들인 수익은 현대중공업 지분대로 배분됐지만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로 넘어가게 되면 지주회사 지분이 높은 오너가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이 존속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지속성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차라리 인적분할 보다 투명하게 물적분할로 하는 게 낫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현대중공업이 인적분할을 하면서 현대오일뱅크를 현대로보틱스로 넘기고 오너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이사회 결의안을 제시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또한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자나들이 손익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줄 경우 제2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같은 논란에 휩싸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대성 경제연구소 부소장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