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제 주위에는 대표님처럼 특정 영역의 전문 변호사를 꿈꾸는 청년들이 상당히 많은데요, 이들에게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변호사가 갖추어야 할 기본소양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시죠.
철학 입문이 부담스럽다면 추리소설 읽기도 좋아
작가가 만든 수수께끼 풀다보면 사고 확장 이뤄져
“한번쯤 철학에 심취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고법칙의 타당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철학의 기반은 논리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리학은 인간의 지식활동에 관련된 원리들을 분석하고 명제화하며 체계화하는 학문이지요. 체계적 사고, 비판적 사고 등으로 대별되는 논리학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사유 방식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철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 것이냐’라고 하는 실존적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므로, 철학하는 습관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물론 언어라는 사유도구의 활용 측면에서도 매우 유용합니다. 그러나 철학에 입문하는 것이 아직은 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좀 더 쉬운 방법으로 추리소설을 읽기를 권합니다. 추리소설의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다 보면 마치 게임의 레벨 업 과정처럼 자연스럽게 사고의 확장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간심리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게 됩니다.”
-저도 강단에서 교육철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만, 요즘 학생들은 ‘철학’이라고 하면 일단 지루하고 어려운 학문일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수강 기피 과목 일순위로 분류되기도 하지요. 때문에 저는 인간으로 태어나 철학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작업이고, 우리의 일상 자체가 얼마나 소소한 철학들로 가득 차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대표님 말씀을 듣고 보니 논리적 사고의 즐거움을 깨닫게 하는데 추리소설 읽기도 좋은 교육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추리소설가와 변호사는 상당히 유사한 능력이 요구되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의 스토리는 항상 작가가 미리 설정해 놓은 정교한 트릭과 허를 찌르는 반전이 거듭되지요. 다시 말하자면 추리소설을 읽는 행위는 작가가 출제한 문제를 독자가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변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변호는 의뢰인을 대신하여 명확한 법리해석과 논리를 무기로 소송상대자를 굴복시키는 일입니다. 따라서 변호인에게 있어서의 법정 공방은 소송상대자가 제기한 피고의 위법성이라는 봉인을 풀어야만 하는 과업의 수행인 셈이지요.”
인공지능처럼 스스로 진화하는 인재 필요한 시대
대학도 학생들 문제 해결력 배양에 역량 집중해야
-추리소설 작가가 독자와 명운을 건 두뇌게임을 전개하는 반면, 변호사는 법정과 사활을 건 법리다툼을 벌입니다. 추리소설도 법리공방도 모두 논리에 죽고 산다는 점에서 보면 추리소설작가와 변호사란 직업은 정말 여러 면에서 닮을 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이번에는 구대표님께 변호사로서가 아니라 법률사무소 ‘테크앤로’의 경영자로서 평소에 갖고 계신 인재상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인공지능(AI)처럼 스스로 진화하는 인재를 원합니다. 예를 들면 ‘지시한 사항은 반드시 수행한다’, ‘하나를 시키면 둘을 한다’, ‘안 시켜도 알아서 한다’의 프로세스로 성장해 가는 직원입니다. 조금 부연설명을 덧붙이자면 업무에 성실한 태도로 임하는 것은 기본이구요, 거기에 없는 일도 찾아서 하는 근면의 자세와 필요시에는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는 지혜까지 가진 인재라면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인재라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는 직원이 될 것입니다.”
-듣다보니 대표님은 제가 만난 어떤 분보다 사람 욕심이 많으신 듯합니다. 대표님께 인재란 평가를 받으려면 보통 능력으로는 쉽지 않겠는데요(웃음). 말씀을 나누다보니 벌써 마지막 질문을 해야 될 시간이네요. 대표님께서는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이 앞으로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 생각에 대학은 학생들의 문제해결력 배양에 교육역량을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아무런 증거도 없이 기업에게 대학교육을 신뢰해 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우선은 대학교육의 결과치를 기업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1,2학년 때는 전공기초나 교양을 통해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소양을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3,4학년이 되면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젝트형 수업을 통해 한 분야라도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화가라면 당연히 자신만의 화풍이 있어야 하듯,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는 우리 학생들도 특정 영역에서 자신만의 방법론을 확립할 수 있어야겠지요. 그것이 바로 직업인으로서 맞닥뜨리게 될 현실세계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산교육’이 아닐까요?”
신현정 중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