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떤 관계가 공정한지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다양한 원칙을 사용한다. 그중 제일 많이 사용되는 원칙에는 형평성, 균등성, 그리고 상대적 필요성의 원리가 있다. 이 세 가지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A와 B 두 사람이 동업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비교적 부유한 A가 8000만원, 경제적 여유가 별로 없는 B는 2000만원을 각각 투자하여 총 1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다행히 사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져 원금을 제하고 총 1000만원의 순이익을 보았다. 이 두 사람이 얼마씩 이익을 나누어가지는 것이 공정한가?
가장 많이 쓰는 이익 나누는 방법은
형평‧균등‧상대적 필요성 꼽히지만
어떤 방식의 분배도 장단점 있어
제일 먼저 생가해볼 수 있는 방법은 각자의 공헌에 따라 이익을 나누는 것이다. 즉, A와 B는 8 대 2의 비율로 사업자금을 투자하였으니 당연히 이익도 그 비율로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형평성(衡平性)의 원리’라고 부른다. 이 원리를 따른다면 A는 800만원을 그리고 B는 200만원을 가지는 것이 공정하다. A와 B가 공헌한 비율대로 이익을 나누어 가진 것이다.
형평성의 원리는 분배와 관련된 사람의 마음에 대해 세 가지 기본적 가정을 한다. 첫째, 관계를 맺고 있는 당사자들은 각각 자신의 몫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둘째, 관련된 당사자가 두 사람이거나 혹은 집단이거나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공정하다고 느끼도록 보상을 나누어가지는 원칙을 정해야 그들의 집합적 보상을 극대화할 수 있다. 셋째, 관계가 공정하지 않다고 지각하면 사람들은 불만을 갖게 되고 공정해지도록 다양한 책략을 사용한다.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공정한 관계로 회복시키는 방법은 실제적인 행동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법과 심리적인 조작을 통해 공정성을 느끼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면 맞벌이를 하는 부인이 남편이 직장에서 돌아와 전혀 가사를 돌보아주지 않아서 불만을 품고 있다. 이 부인은 자신도 직장에서 일을 하고 돌아왔으니 남편도 당연히 가사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경우 부인은, 남편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남편이 가사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만듦으로써 공정한 가사분담이 되도록 만들 수 있다. 또는 이런 실제적 방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남편이 밖에서 하는 일이 지금까지 하는 일보다 훨씬 더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여기면서 집에서는 편하게 쉬도록 하는 것이 결국 가정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고 여기면서 자신의 불만을 감소시키는 심리적인 조정을 할 수도 있다.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두 번째 방법은 얼마나 공헌했는지에 관계없이 똑같이 나누는 방식이다. 위의 예에서 비록 A가 B보다 투자를 더 많이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열심히 일해 이익을 낸 것이므로 초기 투자액에 관계없이 똑같이 500만원씩 나누는 것이다. 이런 원리를 ‘균등성(均等性)의 원리’라고 한다. 동업을 하는 대개의 경우 비록 A가 더 많은 투자를 했지만 실제적으로는 B가 없었으면 사업 자체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A가 동업을 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B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적게 투자한 것을 보상하기 위해 A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당연히 초기 투자 비율보다는 더 많은 몫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관적으로 생각할 확률이 높다.
이익을 나누는 세 번째 방법은 ‘상대적 필요성의 원리’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비록 B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투자했지만 집안 형편상 지금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면 B가 필요한 만큼 더 많이 가지고 가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이다. 공산주의자들이 꿈꾸는 이상적 사회, 즉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나누어가지는” 이념이 실현되는 관계이다.
구성원을 가족처럼 여기는 한국문화
갈등이나 반목 야기할 형평성보다
상대적 필요성 이상적으로 여겨
상대적 필요에 따라 분배할 때 공정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사실 형평성이나 균등성에 의해 분배하는 경우보다는 훨씬 적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기여한 만큼 받든지 적어도 똑같이 나누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분배해도 공정하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가 모두 심리적으로 운명공동체라고 느껴야 가능하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분배하는 곳은 거의 없다. 다만 가족에 한해 이와 같은 분배방식이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가족의 경우, 설사 가장이 혼자서 일을 하고 수입을 가지고 온다고 해도 자식들이 더 많이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하면 자녀들이 더 상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이 현상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느끼거나 착취당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자녀들에게 더 많은 것을 주지 못해 미안함을 느낀다.
이처럼 공정한 분배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어느 방식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방식을 선택하는 데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 간의 친밀도이다. 친밀도가 멀어질수록 형평성을 선호한다. 반대로 친밀도가 가까워질수록 상대적 필요에 따른 분배를 선호한다. 이 현상은 관계가 깊어질수록 자연스럽게 분배의 방식이 바뀌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처음 교제를 시작할 때는 각자 자신의 몫만큼 부담하고 가져가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데이트가 진행되고 관계가 깊어지면 형평성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 편하지 않게 느껴진다. 아직도 관계가 깊어지지 않고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욱 사랑이 무르익어지면, 상대적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이제는 형편이 넉넉한 사람이 부담하는 것이 오히려 두 사람의 친밀함을 은연중에 나타내는 상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면, 이제는 ‘네 것 내 것’이 따로 없고, 필요한 사람이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느끼게 된다. 심지어는 어떻게 분배하는지를 생각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익을 나누는 방법은 또한 문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즉, 문화에 따라 선호하는 분배 방식이 다르다. 능력 있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작업자와 평범하고 가난한 작업자 사이에 보너스를 배분하게 하였을 경우, 미국 학생들은 형평성의 원리를 가장 선호하였고(49%), 균등성의 원리(334%), 상대적 필요성의 원리(16%)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도 학생들의 경우에는 상대적 필요성의 원리(51%), 균등성의 원리(32%) 그리고 형평성의 원리(16%)로 나타나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한국 대학생의 경우에도 성원의 기여도의 차이를 성과급에 반영하는 정도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방식의 분배의 원리도 장점과 약점이 있다. 가장 많은 성과를 올리는 방식은 말할 것도 없이 형평성의 원리에 따른 분배를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공헌에 따라 이익을 나누어가지므로 열심히 일하면 많은 이익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집단원 상호간에 경쟁이 심화된다. 그리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이익을 가질 수밖에 없으므로 점차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계층 간에 갈등이 심화된다.
대조적으로 모든 사람이 상대적 필요에 따라 가져가는 방식을 택할 경우, 가족과 같은 특수 관계가 아닌 경우에는 점차로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경향을 띠게 된다. 내가 열심히 일해도 결국 필요한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일을 열심히 하려는 동기를 떨어뜨리게 된다. 결국 이런 방식을 택한 공산주의가 결국 파멸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단원들끼리의 화목이 중시되는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성원들 간의 갈등이나 반목을 야기할 수 있는 형평성의 원리에 따른 분배보다는 균등성의 원리에 따른 분배를 선호한다. 당연히 공정성을 중시하는 문화나 집단에서는 성과급제를 선호한다. 대조적으로 인정이나 화목을 중시하는 문화나 집단에서는 균등성의 원리에 의한 분배를 선호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인간관계를 가족관계로 수렴하는 경향이 강하다. 국가가 하나의 가정이고, 모든 구성원은 서로 가족이라고 여긴다. 이런 문화에서는 당연히 형평성에 따른 분배보다는 상대적 필요에 따른 분배를 이상적이라고 여긴다.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