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와 인천공항공사, 공사 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시작된 '공기업 비정규직 정규직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24일 오후 7시 46분 참여자 20만 명을 넘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는 관련 책임자가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사태는 22일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총 1902명의 협력사 소속 여객보안검색 근로자를 본사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특히, 경비업법 등 기존 법체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기존 보안검색요원의 '특수경비원' 지위가 아닌 이와 유사한 '청원경찰' 형태로 직고용하기로 했다.
또한, 2017년 5월 12일 정규직화 선언 이후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고 협력사에 입사한 경우를 감안해 이날 이후 입사한 여객보안검색 근로자에 대해서는 공개경쟁채용 방식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인천공항공사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일 만에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화'를 선언한 이후 약 3년만에 총 9785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게 됐다.
공항운영, 시설·시스템, 보안경비 등 7642명은 3개 자회사로 각각 전환되고,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공항소방대, 야생동물통제, 여객보안검색 등 3개 분야 2143명은 본사가 직고용하게 된다.
문제는 인천공항공사로서는 대통령의 약속과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려 했던 것이 인천공항이 갖는 특수성과 맞물려 사회 이슈로 비화됐다는 점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분야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본사가 직고용하도록 돼 있다.
국가 주요시설로서 생명·안전에 관련된 근로자가 많은 인천공항은 공사 본사 정규직 1300여 명보다 많은 1900여 명의 보안검색요원이 한꺼번에 정규직이 된다.
지방근무가 없고 복지후생이 우수해 취업준비생 선호도가 높은 인천공항공사는 한꺼번에 정규직 수가 크게 증가하다 보니 취업준비생들의 주요 불만 타깃이 돼 버렸다.
공사 노조는 공식적으로는 회사가 노조와 협의 없이 '특수경비원'이 아닌 '청원경찰' 형태로 직고용하기로 발표한 데에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각 노조원들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불안감을 안고 있다.
기존 정규직 노조원은 '공공기관 총액인건비 제도'로 인해 복지후생이 감소하거나 기존 정규직 노조 영향력이 감소할 가능성을, 비정규직 노조원은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가 공개경쟁채용 과정에서 상당수 탈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2017년 정규직화 선언 이후 입사자는 전체 보안검색 요원의 30~4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공사는 아직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 중 탈락자의 지원 방안은 검토 예정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학계에서는 현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각 공기업의 특성과 글로벌 업계 동향을 외면한 채 정치적 계산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한국항공대 허희영 교수(경영학부)는 "현재 세계 주요 국제공항들은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무인화·자동화를 추구하고 출입국 수속이 빨라지도록 하고 있다"며 "4차산업혁명 선두에 서야 할 인천국제공항의 노동집약적 정규직화는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대선공약의 무리한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장기적인 톨게이트 업무 자동화와 공사 재정부담 등을 감안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1400여 명을 본사가 직고용했다"며 "이들 본사 직고용 근로자들이 이젠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본사와 대립하고 있다. 정규직화의 근본 취지는 '본사 직고용'이라기보다 '고용 안정'인 만큼 업계 동향과 각 공기업 상황을 반영한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