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면 매일 빠지는 머리카락을 채워 넣지 못해 결국 탈모가 된다.
모낭(hair follicle) 줄기세포는 조직의 산소 농도가 떨어졌을 때 대사 물질을 바꿔야 새로운 재생 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 대사 전환이 잘 안 되면 모낭 줄기세포의 사멸로 이어진다.
쾰른대의 자비네 에밍 교수와 헬싱키대의 사라 빅스트룀 부교수 연구팀은 관련 논문을 저널 '세포 대사(Cell Metabolism)'에 최근 발표했다.
29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피부와 모낭 같은 인체 조직은 자외선 등 환경적 손상 원인에 매일 노출돼 끊임없이 '제거와 재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약 1.5g에 해당하는 5억 개의 세포와 100개의 머리카락이 매일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데 이를 보충하는 게 줄기세포다.
모낭 조직이 정상 기능을 할지도 줄기세포의 건강과 활성화 정도에 달려 있다.
연구팀은 줄기세포와 줄기세포에서 분화한 딸세포(daughter cells)가 기능 면에서 서로 다른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유전정보 전사와 물질대사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줄기세포와 딸세포는 물질대사 특성도 확연히 달랐고, 여기에 관여하는 게 mTOR 대사 경로의 주요 구성요소인 릭터(Ritor) 인산화 효소였다.
mTOR은 포유류의 세포 내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라파마이신 표적 단백질을 말한다.
세포 내외 환경정보의 통합, 전사, 번역 등을 통해 세포의 성장과 분열, 에너지 및 산소 소비 등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또한 모낭 줄기세포가 죽어가는 게, 물질대사를 전환하는 줄기세포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냈다.
머리카락 재생 주기가 끝날 때마다 모낭의 줄기세포는 특정한 위치로 되돌아가 정지 상태를 회복해야 새로운 주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줄기세포가 이런 '운명 가역성(fate reversibility)'을 유지하려면 글루타민 대사와 세포 호흡을 당 분해로 전환해야 했다.
이는 줄기세포가 에너지 생성과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탄소를 글루타민 대신 글루코스(포도당)에서 얻는 걸 말한다.
이 전환을 촉발하는 게 바로 저산소 농도와 릭터 신호였다.
릭터를 제거하면 줄기세포가 정지 상태를 회복해 재생 주기를 다시 시작하는 능력이 약해졌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빠지는 이유도, 대사 유연성의 저하로 모낭 줄기세포가 점차 고갈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유전자를 조작한 '릭터 결핍' 생쥐는 모낭의 재생과 순환이 확연히 늦어져 줄기세포 조절 기능이 훼손됐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이런 생쥐는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빠지고 줄기세포 수도 줄었다.
연구팀은 궁극적인 목표는, 이번 발견을 인간의 줄기세포 생물학으로 번역해 모낭 노화를 막는 탈모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에밍 교수는 "흥미롭게도 릭터 결핍 생쥐에 글루타민 억제제를 투여하면 모낭 줄기세포 기능이 회복됐다"라면서 "대사 경로를 수정하는 게 신체의 조직 재생 능력을 북돋우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