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선 관록의 김 회장은 의원 시절 말산업과 마사회 육성 관련 입법안을 주도했고, 그만큼 마사회에 많은 협력 자료를 주문했던 의정활동으로 소문이 나 있다.
김 회장이 3선 의원 출신에 마사회 업무와 직결된 국회 상임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위원장을 역임한 '중량급 인사'라는 점에서 더더욱 바람이 클 수밖에 없다.
◇ 최대 현안 ‘온라인 발매’ 관철 의지 천명...관건은 주무부처 설득
김우남 회장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전체 말산업계의 최대 염원이기도 한 ‘온라인 발매 도입’이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온라인 발매의 조속한 법제화를 통해 경영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천명했다.
업계는 김 회장이 제19대 국회에서 상임위 농해수위 위원장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관록'이 있음을 들어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주마생산농가 관계자는 "김 신임 회장은 전임 마사회장들에 비해 말산업에 이해도가 높고, 업무 추진력이 탁월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적절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2009년 제18대 의원 시절에 말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한 '말산업육성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2013년 제19대 의원 시절 마사회를 '말산업육성 전담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이듬해 통과시켰다.
실제로 경주마생산농가, 마주, 조교사, 마필관리사 등 경마업계 모든 주체들은 대체로 김 회장의 취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또한, 당초 김 회장을 ‘낙하산 인사’라 비판하며 지난달 28일 김 회장의 첫 마사회 본관 출근 때 저지투쟁까지 벌였던 한국마사회노동조합도 김 회장 취임일을 전후해 당초 강경 입장에서 다소 완화된 입장으로 선회했다.
마사회노조 관계자는 "출근저지 투쟁 당시 다행히 김 회장이 온라인 발매 입법과 고용 안정 등 노조측이 제시한 요구사항을 수용해 출근저지 투쟁을 당일 종료했다"며 "온라인 발매와 세제 개편, 제도 개선 등 한국경마에 대한 위기진단과 처방은 이미 나와있는 만큼, 김 회장은 모든 것을 걸어 그 결과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 내 다양한 이해관계 주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신임 김 회장에게 힘이 실릴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문제는 최대 현안인 온라인 발매를 가장 반대하는 당사자가 마사회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라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발매를 담은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지난달 23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도 농식품부의 반대였다.
당시 여야 위원들은 모두 온라인 발매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농식품부는 국민적 공감대 부족을 이유로 들며, 다른 마땅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달 중 회의를 재개해 온라인 발매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며, 농식품부에게 회의 재개일까지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오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마사회 혁신방안 이행·노조와 관계 개선도 장기 과제
마사회는 지난 6개월에 걸쳐 수립한 마사회와 한국경마의 혁신방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경마 유관단체, 시민단체, 농식품부 등이 두루 참여하는 '한국경마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한국경마 상생 거버넌스 구축 및 한국마사회 미래상 재정립을 위한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1월 완성돼 온라인 의견수렴 토론회까지 마친 혁신방안은 농식품부와의 조율을 거쳐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방안의 핵심 내용은 마사회가 독점하고 있는 경마시행 관련 권한을 마주·조교사·기수 등 경마 관계자에게 대폭 분산 이양하고, 승마 등 말산업을 다양하게 다각적으로 육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혁신방안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마가 정상화되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연히 온라인 발매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가 언급돼야 하는데 현재 농식품부의 태도를 감안하면 혁신방안이 언제 정식 발표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 등 경마 종사자 보호를 위해 시행한 '무관중 경마'도 오는 5월께 마사회 유보금이 모두 고갈되기 때문에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까지 온라인 발매 등을 통해 경마가 정상화되지 못하면 마사회는 외부에서 차입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밖에 반대는 거뒀지만 아직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마사회 노조와 관계 개선도 김 회장의 과제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농해수위 위원장이 아닌 농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장으로서 주무부처를 상대하기 위한 운신의 폭은 과거 의원 시절만큼 넓기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현재 말산업계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만큼 김 신임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