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당일 이뤄진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국내법인 의장직 및 등기이사 사임 발표에 따라 ‘책임지지 않는 경영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 진압을 위해 투입됐다가 실종된 경기 광주소방서 소속 김동식 119구조대장이 이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쿠팡 탈퇴 인증샷을 올리는 네티즌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처럼 쿠팡 불매·탈퇴 운동은 단순히 쿠팡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나 소방관이 숨지는 일이 발생해서가 아니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쿠팡이 보여준 일련의 대처가 적절치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쿠팡은 배송 기사 및 근로자 노동력 착취에 대한 시정, 개선 의지가 전혀 안 보이고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에 대한 임원진과 관리자의 비윤리적인 행태에 분노한다"고 했다. 그는 또 "오늘부로 쿠팡을 과감하게 버린다"고 했다.
■ 김범석 의장 국내 직책 사임 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게 김 의장의 국내 직책 사임 논란이다.
쿠팡은 17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지 5시간 뒤에 김 의장이 쿠팡 국내 법인 의장·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며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회사 내부에 대형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최고 책임자가 국내 직책에서 물러난다는 발표를 하는 게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책임 경영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는 것이다.
쿠팡은 이미 지난달 말에 확정된 내용을 이날 발표한 것 뿐이며, 화재 사고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사고를 수습한 이후에 발표해도 됐던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물류센터와 외주업체 등 노동자 사망 사고 잇따라
김 의장의 국내 직책 사퇴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과도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더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김 의장이 배송 기사 과로사 문제 등 쿠팡 노동자 문제와 관련한 이슈를 회피하기 위해 국내 직책을 내려놓은 거라고 보기도 한다.
쿠팡은 김 의장 사퇴가 중대재해처벌법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다.
쿠팡 물류센터와 외주업체 등에서 노동자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김 의장은 단 한 번도 직접 사과한 적이 없다.
쿠팡은 올해 초 미국 증권 시장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기업 경영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꼽았다.
■ 화재 사고 발생 32시간 지나서 늦은 사과
쿠팡은 화재 사고 발생 32시간이 지난 18일 오후에서야 공식 사과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가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몹시 송구하다. 피해를 입은 많은 분께 사과한다"고 했으나 사과 자체가 너무 늦었고, 쿠팡의 실질적 경영권을 갖고 있는 김 의장이 직접 사과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쿠팡은 이날 임직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 과정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으신 故 김동식 구조대장님의 숭고한 헌신에 모든 쿠팡 구성원의 마음을 담아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유가족 분들께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저희 회사는 순직하신 소방관과 슬픔에 잠긴 유가족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도록,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지원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key@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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