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화(田乂華, Jeon, Ye Hwa)는 전봉진 강명희 사이의 남매 가운데 누나로 을축년 팔월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났다. 송우초, 동남중·고, 단국대 무용과에서 학사, 석사를 거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인문고 재학 시절, 특기 활동으로 재즈 댄스부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된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재즈댄스를 전공하러 댄스학원으로 갔다가 무용에 입문하게 되었다. 단지 무용을 전공한다는 것이 너무나 멋져 보여서 무용을 전공하게 되었다.
춤의 시작이 꽤 단순했으니 지금까지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고3에 늦게 시작한 무용, 사연을 안고 아쉬운 마음에 재수 끝에 무용과에 입학하여 만족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춤을 추고 연구하는 배경이 되었다. 그녀는 현대무용가로서 자신이 잘 성장하도록 멘토가 되어준 김혜정 교수, 무용의 이론적 토대를 닦아주신 김호연 교수,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이은선 선생, 어려운 시절 무용을 끝까지 할 수 있도록 기반이 되어주신 배준용 선생 등의 도움을 받았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안무 작업에 주안점 두어
전예화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안무 작업에 주안점을 둔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여러 형태의 인간, 착하고, 나쁘고, 악하고, 순하고, 악랄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면 생각과 행동이 달라짐에 놀란다. 이 사회에서 자신이 경험하게 되는 상황과 감정, 이야기를 작품 주제로 풀어내며 다른 관점의 누군가로부터 공감과 비난을 동시에 받기도 한다. 인간과 사회관계를 동인(動因)으로 한 사회 현상에 관심을 많이 두는 편이다.
전예화의 대표 안무작은 평론가가 뽑은 제20회 젊은무용가 초청공연 크리틱스 초이스 댄스 페스티벌 「Good, bye」(2017)를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스티븐 호킹의 ‘사후세계란 죽음이 두려워 인간이 꾸며낸 동화’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삶은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일시적인 생명의 상태이며 영원한 생명 속에서 잠시 여행하다 돌아가는 것이다. 삶=태어남+죽음의 연속이다. 우리는 죽음 이후에 저승세계를 사후세계라고 하고, 많은 이론이 있지만 스티븐 호킹은 견해를 달리한다. 장례식 문화는 인간들이 죽음이 두려워 만들어낸 이야기이며 의식인 것 같다. 조금이나마 두렵지 않고 위안이 되고자 만들어내었다는 생각에 이른다. 사후세계는 환상과 허상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상상력이다. ‘지금 이 순간 여기’ 죽음은 산 사람들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Good, bye」는 죽음을 모티브로 한다. 죽음에 관한 여러 나라의 의식은 다양하다. 일반적 인식의 몽환적 분위기 속에서 사후세계가 담긴다. 윤회설에서 죽음이 또 다른 태어남이라는 논리에 바탕을 두어 그 경계에서 유체이탈의 몸짓을 2인무로 표현하고, ‘트로이메라이’를 통해 지상과 천상의 문턱에서 또 다른 현세를 맞이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집트 수피 댄스의 몸짓을 차용하고 엑스터시의 영적 교감을 통해 죽음에 대하여 진한 안녕을 고한다. 산 자들의 현실에 대한 애착이거나 안무자가 그린 또 다른 허상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전예화의 춤과 활동은 에너지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녀는 아트독댄스 프로젝트 대표이자 아트독댄스 스튜디오 대표이기도 하다. 현재 인하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2021~)이며 고양예고 무용과 실기 강사(2018-2021), 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전에는 인천예고, 단국대, 중앙대 등에서 교육경력을 쌓았다. 서른 이전의 타고난 체력은 작품에서 무엇인가 쏟아부어야만 직성이 풀리며, 춤은 그녀의 성격을 담보한다. 전예화는 털털하면서 시원하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인간의 한계지점에서 나오는 감정과 에너지는 참 매력적이다.
인간 한계지점서 나오는 감정에너지 표현 탁월
전예화, 컨셉추얼 아트(Conceptual Art, 개념예술)와 현대무용을 접목, 동시대 무용의 새로운 접근과 실험 작업을 모색하는 현대무용가이다. 개념예술은 예술가의 생각이나 단상을 대상물에 반영하거나 사회맥락에 따라 독창적으로 해석한다. 일상용품을 예술화하겠다는 마르셀 뒤샹의 의지로 발현되었으며 미국의 컨셉추얼 아티스트 조셉 코수스는 “모든 예술은 본질에서 컨셉추얼 아트이다. 예술은 늘 생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라는 신조를 기반으로 한다.
아트독댄스 프로젝트의 창작 방식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인간의 본능적이고 본질적인 것에 관한 질문과 탐구를 바탕으로 한다. 외관상 비판적이지만 휴머니즘이 전제된 인간애적인 소재·심리·감정에 천착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에서 무엇을 자각해야 하는지 되물으며, 예술가로서의 발언과 의제를 드러내고 사회맥락과 일상에서조차 그 알고리즘을 찾아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독창적인 작품 활동을 모색한다.
그녀의 대표안무·출연작은 「언더독 프롤로그」(2021, 국립극장 별오름, 한중국제신인작가전 경연부문, 공동안무·출연), 「언더독(Under Dog)」(2018, 이대 삼성홀, 제39회 서울무용제 CODACO 베스트콜렉션,공동안무·출연), 「굿바이(Good, bye)」(2017,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제20회 크리틱스초이스), 「타in의 삶」(2016,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생생페스티벌, 안무), 「어롱 위드(Along with)」(2016, M극장, M극장 개관 10주년 기획공연), 「혼자 때로는 둘」(2016, 상명아트홀 갤러리, PADAF 페스티벌), 「같이 있는 가치」(2015, 성암아트홀, 성암아트홀 기획공연), 「낯선하루」(2015, 천안 예술의전당소공연장,충청무용제),「닭치고」(2012,두리춤터,안무가시리즈), 「콤마콤마콤마(commacommacomma)...」(2011, M극장, 신진안무가전), 「과거의 방」(2011,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MODAFE 스파크플레이스)을 들 수 있다.
전예화는 아트독댄스 프로젝트의 첫 단독공연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청년예술가지원사업 선정작 「살루트 더 로얄(Salute The Royal)」을 오는 10월 23일 토요일 저녁 7시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갖는다. 그녀는 PADAF 안무상(PADAF 조직위원회, 2013), 한국무용학회 차세대 안무상(한국무용학회, 2015), 한중국제신인작가전 안무상(보훈무용예술협회. 2021), 서울국제무용콩쿠르 파이널 진출(2011)에 이르는 수상 실적이 있다. 그녀의 신작에서 부조리한 사회를 바라보는 어떤 날카로운 비판적 시각이 담길지 궁금하다. 그녀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바란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