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안무가 서연수는 예술성과 대중성의 공존을 꿈꾸면서 「숨쉬는 나」나 「Black」 같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역사 소재의 상징성 가득한 창작화 작업, 「직선과 곡선」과 「공동체」 같은 동시대 사회 속의 일련의 양상들을 주제로 표현한 작품, 「코리안 블루스」와 「흰옷_Black」과 같은 오브제를 활용한 한국춤 확장 및 사회적 메시지를 증폭시키고자 하는 이인무 작품들을 안무·출연해 왔다. 그녀는 안무가적 책무, 관객과 공감하는 주제와 춤으로 노력을 이어온다.
「집속의 집」의 동인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한 서도호 작가의 작품에서 출발한다. 작가가 유학 생활에서 느꼈던 문화적 이질감이나 집에 대한 향수에서 벗어나, 안식처라는 공간에 대한 상상이 확장된다. 서도호는 집을 현실에서 형태적 공간으로 여긴다. 「집속의 집-두 번째 이야기」는 집에 대한 안무가의 무용적 시선이 머문다.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 곳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 형태적 집이 아니라 안식처를 꿈꾸는 집을 관객에게 지어준다.
전자음(音)이 현대의 넓은 공간에 퍼지고 버버리 코트의 남자가 앞으로 전개될 내용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듯하다. 집의 실내를 상징하는 여자들의 언더웨어 같은 가벼운 옷차림이 호기심을 끈다. 남자는 무대에 걸터앉아 객석을 내려보거나 여인을 지켜보면서 <베를린 천사의 시>의 다니엘을 연상시키는 행위를 지속한다. 붉은 문과 벌이는 남자의 움직임이 무리를 불러오고 신체 부분별 움직임과 호흡, 가면이 작동되고, 집 상징의 구조물이 눕고 서고 회전한다.
김재덕의 음악은 「집속의 집」에서 20분가량 더 늘려 한 시간 분량으로 정리된다. 음악적 해석과 춤의 이해도가 상통하는 춤의 스토리가 정리되고, 무용제 출품 시에 보완이 필요했던 스토리적 요소가 부각된다. 이런 드라마적 요소가 작품을 좀 더 탄탄하게 만든다. 추가된 음악이나 안무적인 부분들은 드라마적 요소를 더하고자, 움직임의 질감은 조금 더 덜어내 비워졌고, 오브제나 세트 등을 활용한 드라마적 요소들을 장면으로 더 만들어 내었다.
오브제는 전편 공연보다 2개를 더 늘려서 8개에서 10개로, 높이는 1미터를 더 높이고, 천도 튼튼한 망사천으로 변경해서 극장 규모에 맞게 다시 제작된다. 오브제를 활용해서 조금 더 규모를 크게 만들기 위해 후반부에는 바튼을 내려 마치 지붕을 지어주는 시각적인 효과까지 연출된다. 보통의 안무자나 연출자가 자신의 역할에서만 작업에 참여하는 것과 달리 연출가 강요찬과 함께 어울어진 안무가 서연수의 움직임 작업은 많은 대화와 소통의 결과로 도출된다.
대북의 이동 개념과 유사한 집의 이동은 현란한 진법을 구사하며 집과 인간, 여자와 남자, 집의 안과 밖, 현대와 전통 사이의 조화와 불협을 세심하게 묘사해낸다. 춤은 변주되어 전통, 컨템포러리, 모던댄스를 오간다. 남자가 바닥에 누워있을 때의 영상은 여자에 대한 미안함이 번지게 만들고 구음이 가세한다. 여자들은 기존의 틀을 깨는 의미의 재킷을 벗어던진다. 도식적 행위의 재확인이지만 작품의 의미는 강화된다. 모든 것이 자리를 잡으면서 상상은 종료된다.
무용수들과 늘 함께 몸으로 생각하며 만들어나간 작품은 연출자와 안무가는 물론 무용수까지 모두 한양대 졸업생들로 한 가족이 무대에서 ‘집’이라는 주제로 함께 작업한 셈이다. 이번 작품은 같은 대학교 출신 무용예술가들이 직접 모든 부분을 도맡아서 했기 때문에 오히려 무용수들과의 관계도나, 이해도 측면 또한 큰 장점이 되었다. 연습 때마다 무용수들과 소통하며, 작품에 함께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완성도 있는 작품이 된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집속의 집-두 번째 이야기」는 「집속의 집, 40분」보다 시간이 20분 확장된다. 드라마적 요소와 오브제 활용의 연출 기법이 가미된다. 「집속의 집, 2020」이 무대 위에 집을 짓는 과정이라면, 「집속의 집-두 번째 이야기」는 한 여자의 집에 대한 상상이다. 집 속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심리, 공간 심리 묘사를 통해 한 여자의 외면(House)과 내면(Home)을 다룬다. 무대 속 ‘집에 관한 이야기’를 관찰하며, 관객과 무대를 연결해주는 한 남자가 늘 함께 존재한다.
붉은 문이라는 오브제는 두 번째 이야기의 첫 오브제이다. 그 속에서 한 여자가 하얀 옷을 입고 내면의 답답함을 표출해낸다. 이후 여인이 붉은 옷을 입고 현실 속의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심리를 표현한다. 그림자 신을 통해 이 둘이 하나로 만나는 과정까지의 한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장 안정적인 방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마지막 장면에 나온다.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하이힐을 신고 집 밖으로 나온다. 이 장면은 춤으로서 가장 편안한 집을 찾고자, 한국적 동작(살풀이춤, 한삼 등등)에서 모티브를 찾아 창작한 과정이다.
서연수는 까뮈의 저편에서 릴케의 집을 생각하는 안무가이다. 누구도 지을 수 없는 「집속의 집」을 짓고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으로 장식미를 더해간다. 신녀(神女)적 몰입으로 무대를 장악하며 기교를 발산하는 그녀가 써내려가는 ‘집’話는 지속성을 담보하고 담론을 창출한다. 시각적 청량감을 담보하고 있는 그녀의 「집속의 집-두 번째 이야기」는 예술과 흥행의 공존의 가치를 소지한다. 단순한 구조물에 농밀한 이야기를 채워 넣으며 예작을 만들어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〇 안무가 서연수(YEONSOO SEO)
KUM Dance Company 대표
한양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 무용학 박사
한양대학교 서울, ERICA 겸임교수
모헤르댄스프로젝트 예술감독
세계무용연맹 이사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사
2021 댄스커넥션 상반기 1&7 한국무용가 선정
2020 서울무용제 경연부문 최우수상
2020 한국춤평론가회 춤연기상
2019 PAF 올해의 우수 안무상
2018 한국춤협회 한국무용제전 ‘공동체’ 최우수상, 관객평가 1등상 협력안무
주요안무작: 「집속의 집, 2020」, 「숨 쉬는 나, 2019」, 「Black, 2019」, 「숨쉬는 봄, 2018」, 「 공동체, 2018」, 「하루, 2018」, 「코리안블루스, 2017」, 「참긴말, 2016」, 「Red Symphony, 2013」, 「여자, 2010」, 「잔향, 2008」 외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