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창립공연부터 해마다(2020년 제외) 이틀간 공연을 지켜온 가운데 올해의 첫날 공연은 <승무>(빈주연, 밀양검무보존회 부회장), <교방입춤>(김현정, 석전대제 문묘일무 전수자), <동초수건춤>(최지원, 동초수건춤 전수조교, 7인무), <진도북춤>(홍은주, 울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도살풀이춤>(김수현, 리을춤연구원 이사장, 3인무), <소고춤>(김재득, 둠빔예술원 대표), <살풀이춤>(김현아,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연구위원), <장고춤>(윤종옥, 서울국악예술단 대표, 6인무)으로 구성되었다. 유인상 민속음악원 악장의 연주로 춤은 생동감을 배가하였다.
비교를 삼기 위한 대상과 조합을 살펴본다. 우선 1) 한국전통춤협회 초대이사장 채상묵의 홀춤 <승무>와 한국전통춤협회 이사장 이길주의 무리춤 <호남산조춤>과의 비교이다. 2) 홀춤과 삼인무·칠인무·구인무로 구성된 무리춤 <동초수건춤>, <도살풀이춤>, <장고춤>, <전통굿거리춤>, <입춤>, <호남산조춤>과의 비교이다. 3) 남성춤(채상묵의 <승무>, 손병우의 <한량무>, 김재득의 <소고춤>) 과 여성춤과의 비교이다. 4) 예능 보유자의 춤과 전수자, 이수자와의 비교 5) 등·퇴장과 진법의 고수와 변주 6) 의상과 복식, 장단과 소리, 조명과의 조화가 대상이다.
그다음 눈여겨볼 사항은 안정된 가운데 교본적 연출력이 돋보인 7) 호남(<진도북춤> <호남산조춤> <동초수건춤>), 영남(<교방입춤> <전통굿거리춤>), 경기(<도살풀이춤>) 분명한 지역적 특색으로 남아있는 춤과 전국적으로 보편화된 춤과의 비교이다. 8) 실내용, 실외용, 공용의 춤으로 나누어 비교하며 예술적 가치의 상승을 비교해 본다. 9) 국제화를 위한 작업으로 변주가 가능한 작품에 대한 연구와 비교 가능성을 타진한다. 10) 유네스코 지정문화재, 국가무형문화재, 지방문화재와의 비교연구를 통해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첫째 날의 인상 : 빈지연의 <승무>, 목탁과 징을 앞세우고 느린 염불장단을 탄 춤은 2분박과 3분박을 오가며 철학적 고뇌의 미학적 이미지의 창출물로 승화된다. 김현정의 <교방입춤>, 초연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자진모리장단에 맞추어 굿거리춤에 소고를 들고 추는 춤은 시각화에 성공하면서 세련미를 갖춘다. 최지원의 <동초수건춤>, 대청마루의 화문석 위, 하얀 손수건을 들고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추는 흥신의 춤은 고운 춤사위와 섬세한 발디딤으로 규수적 품위의 상급 필수품이었다. 홍은주의 <진도북춤>, 박병천류 진도북춤의 특장을 살려 역동적 독무로 윤기를 얻어 북춤의 진가를 알린다.
김수현의 <도살풀이춤>, 살풀이춤의 원초형으로 긴 수건의 필화(筆化)에 이은 필화(筆畵)는 다양한 유선으로 유영(流泳)을 닮아있다. 춤의 승계를 주목한다. 김재득의 <소고춤>, 최종실류 소고춤의 사물놀이 연주와 태평소 반주, 장단에 맞춘 남성 타고(打鼓)와 춤은 흥미롭다. 김현아의 <살풀이춤>, 전통 단스 블랑(traditional danse blanc), 돋보이는 구음과 청색 주조의 조명에 춤 선은 곱고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백색 이미지에 걸맞은 움직임, 고뇌에 찬 춤 연기가 액을 풀어내기에 충분하다. 윤종옥의 <장고춤>, 경기째로서 설장고 놀이와 자태미가 으뜸이다. 웃다리째의 장고 놀이와 경기 민요 장단에 맞춰 춤추는 여인의 아름다움이 강조된다.
둘째 날의 인상 : 김은희의 <전통굿거리춤>, 김수악의 춤으로 미편집의 김수악 구음곡 원본에 굿거리장단의 맨손춤과 자진굿거리 장단의 수건춤으로 구성된다. 송화영 재구성의 '교방굿거리'를 김수악이 '전통굿거리춤' 이라고 명명했고, 김은희가 재구성하여 이어지고 있다. 전통춤공화국의 담론은 진주교방의 예인(藝人)에 집중된다. 남방 진주의 정제된 열정이 피어난다. 손병우의 <한량무>, 풍자적 극적 요소는 거세되고, 독무 형식의 남성춤의 대표로서 옛 선비의 기개와 고고함이 풍류와 낭만으로 담긴다. 복식과 소도구의 상징성과 더불어 양식적 장치들은 무사(舞師)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손병우는 요란스럽지 않게 한량을 연기해낸다.
황희연의 <진도북춤>, 열정을 흡입한 듯한 양채북으로 효과가 배가되며 여성무용수 황희연에 남성적 역동성을 보탬으로써 여유와 달관의 입체적인 담론의 공간이 창출된다. 완벽한 대칭과 열정적 태도는 <진도북춤>의 영역 확장과 진전의 입장을 대신하는 듯하다. 기생과 한량의 만남을 환영하는 듯한 연출 분위기가 전반을 스쳐 간다. 안춘자의 <입춤>, 우아함과 요염함 등으로 근접 불가의 절제미를 보여주면서 맨손춤의 총체적 아름다움이 보여준다. 동화적 분위기 속에 등·퇴장의 묘미가 가미되고, 입타령 등의 호응이 번진다. 조화의 한복 색상이 눈에 띄며, 입춤 3인무는 안정된 자세로 정박과 엇박을 타고 넘나들며 춤의 품계를 상승시켰다.
채상묵의 <승무>,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의 예능보유자 채상묵이 연기한다. 철학적 사유의 상부에 위치해 있는 <승무>는 민속춤의 정수로서 한국춤의 모든 기법이 집약된 격조의 무용 작품이다. 채상묵은 화려한 장삼의 장엄한 곡선미에 버금가는 속세의 번뇌와 수도승의 고행을 표현해낸다. 공간미적 형태의 아름다움과 내공의 호흡을 표출하는 멋과 흥의 춤사위로 구성되었다. <승무>는 전통춤공화국의 정부이다. 게르만 민족의 이성적 합리주의가 겹쳐진다.
홍진희의 <태평무>, 전통춤의 백미라고 하는 강선영류 <태평무>의 홍진희 버전은 무당이 왕비를 대역하며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기원한다. 익숙한 경기도당굿의 터벌림 장단에 맞추어 발디딤과 손놀림이 신명으로 이끈 춤이었다. <태평무>에 얽힌 후일담이 궁금해지는 춤이었다.
한혜경의 <십이체장고춤>, 풍엽체, 끌체, 뿌림체, 찍음체, 새싹체, 하늘받침체, 비연체, 어미동체, 새부리체, 휘감는체, 돋음체, 절체로 구성된 이 춤은 자연을 소재로 한 열두 가지의 독특한 춤사위와 그 명칭을 가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기생 김취홍의 ‘십이체교방장고춤’은 오천향을 거쳐 한혜경으로 이어온다. 한혜경은 이정범의 ‘호남우도설장고’ 가락을 접목하여 예술성과 대중성이 강화된 <십이체장고춤>으로 재정립했다. 장고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표현된 작품이다. 청아한 소리와 장고 연주, 춤이 어우러진 악가무 합일의 작품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길주의 <호남산조춤>, 호남산조춤보존회 이사장의 군무는 전북무형문화재 제47호이다. 호남의 판소리와 시나위를 바탕으로 한 산조 음악에 맞추어 추는 입춤이다. 호남지방의 기방춤의 성향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인위적 기교나 정형화된 움직임보다는 천지인(天地人)의 조화와 절주(節奏)를 따르는 몸의 기와 리듬을 춤으로 자유롭게 형상화한 춤이다. 춤은 아홉 무용수가 모두 앉아서 시작하고, 서서히 일어서서 입춤으로 바뀌며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간다. 블루를 주조로 시적 정서를 수용하고 보름달을 띄운 춤은 정갈한 마음을 담은 양식으로 기능했다.
한국전통춤협회는 창립 이후 2018년까지 공연의 주제를 삼아왔다. ‘전통춤의 맥을 이어가는 이 시대 최고의 ‘峰舞饗宴’ 봉무향연‘ 1(2013), ‘전통춤의 맥을 이어가는 이 시대 최고의 ‘峰舞饗宴’ 봉무향연‘ 2(2014), 인무불이 ’人舞不二‘-사람과 춤이 둘이 아닌…하나(2015), 전신사조 ’傳神寫照‘-형상을 통해 그 정신을 보다(2016), 만파식적 ‘萬波息笛’-커다란 파도를 잠재우는 피리(2017), 무향심선 ‘舞香心善’-마음이 고와야 춤이 향기롭다(2018), 2019년부터 코로나 시국에는 주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2020년에는 공연도 건너뛰었다.
‘2021 대한민국 전통춤문화제’는 한국무용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는 역사를 써내었다. 민속적 가치가 있는 춤을 선정하여, 우리 장단과 가락에 맞추어 춤밭을 일구며 대중들과 소통하는 행위는 거룩한 이타행(利他行)이다. 전통춤의 원리처럼 남을 질책하지 않고 깔끔함 마무리로 희망을 품으며 내년을 기약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모습은 후학들에게 춤만이 아닌 지식의 바른 지침서 역할을 할 것이다. 신축년 전통춤문화제는 가시적 성공을 거두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었다. 풀뿌리 같은 강한 생명력으로 전통춤을 키워 온 모든 춤 전사들이 그들의 뜻대로 전통춤이 발전하고 활동할 커다란 터전을 갖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