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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전통춤꾼의 '나의 스승, 나의 춤'…전승·복원·창작의 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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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전통춤꾼의 '나의 스승, 나의 춤'…전승·복원·창작의 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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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즉흥무'
최근(11월 20일(토)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김은희우리춤움직임원리연구회 주최·주관, 서울특별시·서울문화재단·한국전통춤협회 후원으로 전통춤 무용가 김은희(밀양검무보존회 회장)의 「나의 스승, 나의 춤」이 공연되었다. 이날 공연은 스승 박금슬, 이매방을 불러 놓고, 현재에 이르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받고 싶은 마음과 각오를 다지는 춤판이었다. 전통춤으로 마음을 다잡고 춤으로만 꽉 찬 환갑의 성취물은 아름다웠다.

이날 공연은 김진미(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사회로 박금슬, 이매방을 두 스승을 기리는 헌무였다. <춤동작>(상·중·하체동작, 박금슬류), <승무>(이매방류), <살풀이춤>(이매방류), 김은희의 발굴 복원작 <밀양검무>와 <김은희 즉흥무>, 신작 <운초 북놀음>에 이르는 총 여섯 편이 공연되었다. 김은희 홀춤인 <승무> <살풀이춤> <김은희 즉흥무>, 이인무 <밀양검무>, 무리춤 <춤동작> <운초 북놀음>은 소통의 공간을 열어온 김은희의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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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즉흥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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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즉흥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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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즉흥무'

김은희는 계사년 밀양 출생으로 유년 시절부터 두드러진 춤 재능을 보여 왔으며, 밀양여중 시절 밀양아리랑 원형을 발굴하여 극무용으로 안무한 박금슬 선생을 만나 춤의 기본을 이루었고 경북예고로 이어진다. 이후 김은희는 이매방 선생으로부터 <승무>와 <살풀이춤>을 이수하고 전통춤꾼으로 성장했다. 불타는 청년 시절, 그녀는 창작과 전통을 오가면서 꾸준히 자신의 춤의 향방을 모색하다가 전통춤 연구와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마음을 굳힌다.

마음길 담아 몸길 따라 이은 춤 인생 60년에 걸친 「나의 스승, 나의 춤」 편에서 김은희는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춤으로 깨우친 인생철학을 다시 춤으로 풀어내어, 그녀만의 전통춤 어법인 우리춤움직임 원리와 박금슬류 상·중·하체 동작을 <춤동작>으로 엮어 더욱 의미 있는 공연을 만들어내었다. 문화원형은 대중들의 기호와 문명의 도움으로 변화한다. 두 스승의 춤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연 그녀의 열연은 새로운 춤 문화원형으로 기능했다.

영남 춤꾼 김은희는 1988년부터 조선 영조 때의 밀양 출신 기녀 운심(雲心)의 검무를 복원해 왔고, 현재까지 지속적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문헌과 구전, 다른 지역 검무를 비교하면서 우직하게 일군 그녀의 노력은 <밀양검무>를 우뚝 서게 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의 『검무기』(1769)에 상술된 ‘검무’를 바탕으로 당시의 춤사위를 연구하고 고증을 통해 무예적 춤사위, 무구, 장단, 의상 등 조선 후기 검무의 특징을 살린 <밀양검무>를 복원해 냈다.

「나의 스승, 나의 춤」이 타 공연과 특히 차별화되는 점은 도입부를 비롯하여 영화의 장면전환에 해당되는 부분인 장(場) 사이에 극성(劇性)을 강화시키고 영상적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전통무용에서는 드물게 무용수가 대사를 하기도하고 연출가는 영상기법을 쓰기도 한다. 연출가 최성신은 무용수가 퀼트를 두르고 주인공이 의상을 갈아입는 장면을 연출하며 무대 외부를 무대로 끌어오는 등의 극적 기법으로 춤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시키고 춤을 돋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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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동작(상하체동작, 박금슬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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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동작(상하체동작, 박금슬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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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동작(상하체동작, 박금슬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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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동작(상하체동작, 박금슬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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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동작(상하체동작, 박금슬류)

첫 번째 작품은 박금슬의 기본무 <춤동작>을 작품화한 것이다. 박금슬을 무대로 부는 김은희는 선생의 육성에 따라 후학이 춤을 추는 장면을 연출한다. 김은희 외 15인의 춤은 정갈한 기본기의 익숙한 흐름을 보여준다. 박금슬은 구전의 전통 춤사위 용어를 정립하고, 상·중·하체 동작을 기본 무용으로 전체 동작을 구성한 분이다. 김은희는 스승의 <춤동작> 가운데 ‘상·중·하체 동작’을 예시한다. 건강한 춤교실의 경쾌한 움직임은 음악의 도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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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이매방류 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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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이매방류 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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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이매방류 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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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이매방류 승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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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이매방류 승무'


이매방 춤에서 가장 잘 알려진 <승무>, <살풀이춤>이 이어진다. <승무>를 추기 전의 복식의 도움을 받는 장면에서 연출이 들어가고 김은희는 익숙한 춤을 이어간다. 그녀는 이매방 타계(2015년) 이후 영상 속 이매방 춤의 원형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무대의 사방을 돌면서 춤추는 <승무>는 음양의 원리가 명확히 드러나며, 원형과 태극선의 이매방류 춤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액자 무대화’ 춤이 아닌 원형무대의 개념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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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이매방류 살풀이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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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이매방류 살풀이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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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이매방류 살풀이춤'

<살풀이춤>은 <승무>가 끝난 뒤 퇴장하지 않은 채 무대에 남아있는 연행자 김은희의 의상을 갈아입히는 과정을 보조하는 무용수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선행된다. 이런 장면은 춤판에서 처음 보여주는 연출 기법이다. 퀼트의 천은 <살풀이춤> 의상이 완성될 때까지 지속된다. 이때 이를 격려하는 아이가 등장하고, 김은희 대사가 이어진다. “마음이 고와야 얼굴이 곱다. 마음이 고와야 노래가 곱다. 마음이 고와야 춤이 곱다.’ … 선생님 보고싶어요.” 선생과의 인연을 이야기 한다. 구음이 들어서고 김은희는 슬픈 정한의 감정을 실어 고수적 <살풀이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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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즉흥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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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즉흥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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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의 '즉흥무'

이어 배경막의 풍속화의 장면을 연출해내는 분위기의 춤이 들어서고, 분위기를 상승시킨 <밀양검무>가 추어진다. 이 춤은 김은희의 존재를 부각시켜온 춤이다. 이 춤은 운심(雲心)이 '밀양응천교방'에서 익힌 검무로 한양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춤이다. 운심의 검무를 모티브로한 이 춤은 두 명의 무용수(노한나, 하서정)가 두 손에 긴 칼을 들고 서로 마주하여 날렵한 춤사위로 공격과 방어를 하고 마지막에 칼을 던지고 끝나는 무술적 성격의 쌍검무이다. 너무 익숙하지만 날마다 새로운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마음이 담긴다. 두 사람의 춤에 고마음을 표한 김은희는 스승의 격려의 말을 들은 것처럼 <김은희 즉흥무>을 준비한다.

공연을 이색적으로 만든 작품은 운초 춤의 근간이 되는 박금슬의 기본과 이매방류 춤의 원리가 담긴 것으로써 그녀만의 개성과 색깔을 담아 춤 인생 60년을 정리한 초연의 <김은희 즉흥무>이다.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삶의 희로애락을 내고, 달고, 맺고, 푸는 기경결해(起耕結解)의 춤 호흡으로 표현하여 깊이와 내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유인상 악단의 도움과 연희 분위기의 춤꾼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랜 내공과 연륜의 춤은 삶의 심오함과 깊이감을 표현해내며 몰입의 경지에서 에너지를 분출하며 흥신을 도출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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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초북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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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초북놀음'

대미의 <운초 북놀음>은 초연으로 김은희가 안무한 작품이다. 무대의 이동성을 살리면서 웅기한 무대는 8인의 3고무의 매력을 선보인다. 타고의 윗 편에 3고무를 보여주는 김은희, 무리의 무용수들은 별달거리-터벌림-엇모리-자진모리–휘모리 장단에 맞추어 타고(打鼓)하고, 다양한 음악적 요소와 춤이 가미된 장면은 장엄과 흥신을 도출한다. 흥겨운 가락과 깊은 울림의 북소리는 김은희 형식의 표현 방법과 유희성의 차이를 보여주며 춤은 종료된다.

운초 김은희는 현재 밀양검무보존회 회장, 김은희우리춤움직임원리연구회 회장, 한국전통춤보존회 부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중앙대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춤에 관한 이론적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 유튜브 채널 ‘김은희우리춤움직임원리연구회’를 운영하며, 박금슬 선생의 춤동작 기본과 이매방 선생의 작품들을 영상으로 제작하여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춤추고 가르치고 연구하며 깨우친 우리춤움직임원리를 쉽게 풀어서 보여주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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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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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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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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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검무'


김은희, 곁눈질하지 않고 전통 춤밭을 일구어온 억척 춤꾼이다. 그녀가 60년을 조망해온 전통춤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수련 과정이 길고, 첩첩산중의 고수들이 포진해있어서 운신의 폭이 좁다. 그녀는 제한된 틀 안에서 ‘춤과 진실’에 관한 방대한 여름의 미토스를 빚어 왔다. 자신의 개성과 삶의 광륜(光輪, 빛의 수레바퀴)을 드러내는 「나의 스승, 나의 춤」은 스승을 기리고 섬기는 고운 심성과 춤에 관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건승을 기원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