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혜(張敏惠, Jang Minhye)는 장경천(부), 오인순(모)의 1남 1녀 가운데 차녀로 임신년 그믐달(양력) 서울에서 출생했다. 그녀는 화곡초, 명덕여중, 덕원예고, 국민대, 동 대학원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민혜의 첫 한국무용 선생은 손유정이다. 어렸을 때 봤던 손 선생의 무용 작품들은 민혜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민혜는 아직도 안무하고 춤출 때, 선생의 모습을 떠올린다. 지금까지 춤추게 된 연유도 손유정 선생이 왕성하게 활동했을 때의 영향이 크다.
어린시절 손유정 선생 무용 작품에 가슴 요동
장민혜의 큰 스승은 대학 입학 때부터 지금까지 조언과 격려를 해주는 이미영 교수이다. 이 교수는 고민과 생각이 많았던 청춘 시절에 민혜의 마음을 잘 잡아 이끌어준 분이다. 움직임과 안무가 미진할 때면 따끔한 충고로 민혜의 작품에 대해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준다. 민혜는 위축된다고 느낄 때면 다른 분야의 활동적 운동을 하거나 현재의 감정을 글로 써보며 생각을 정리한다. 무조건 전진이 아닌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는 데에 집중한다.
민혜는 발레리나를 꿈꾸던 어머니의 추천으로 발레를 시작했다. 발레 전공자로 1년 동안 발레만 하다가 학원에서 한국무용으로 전향했다. 발레와 다르게 한국무용은 긴 치마를 입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다. 소도구들에 대한 흥미도 높았다. 정형화된 발레의 특징과 다르게 한국무용은 좀 더 자유로웠고 감정 표현 부분도 흥미로웠다. 어렸을 때부터 오빠를 따라 활동적인 운동을 많이 접했었기에 무용은 더욱 신세계처럼 다가왔다.
장민혜는 무용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줄 안다. 무용수들은 몰입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움직임을 어떤 느낌과 감정을 가지고 춤추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녀는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받으며, 리듬과 박자, 흐름을 분석해내고 안무의 흐름도 맞춘다. 작품의 전반적 시노그라피를 상상하며 구성한다. 다른 공연에서도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무대 디자인 사이의 떤 조화를 관심 있게 지켜본다. 그녀는 안무와 동시에 무대의 이미지를 그려가며 작업을 한다.
장민혜의 첫 안무작 「하얗게 웃는다」(2017)는 한국무용제전 소극장에 올렸던 작품이다. 이전에 학교에서 창작발표회나 석사졸업작품과는 다르게 많은 관객에게 소개되는 자리라고 느꼈기 때문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던 작품이다. 15분짜리 작품을 준비하며 네 명의 무용수들과 밤낮없이 작업에 몰두했기에 더욱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이때의 작업 방식과 장민혜만의 안무법이 현재까지도 많이 활용되고 있고 많은 공부가 되었던 작업이었다.
안무와 동시에 무대의 이미지 그려가며 작업
2020년 봄학기부터 인천예고에 출강하고 있는 장민혜는 안무할 때 무대 전체의 이미지를 생각한다. 그녀는 건축 전시회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건축물 이미지를 많이 찾아본다. 건축 도형의 규칙들과 어긋남을 모티프로 활용하기도 한다. 르코르 뷔지에의 전시(2017, 예술의 전당)에 많이 감동하였다. 그는 건축물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고, 장식을 없애고 순수한 본질을 건축물에 담는다. 장민혜는 르코르 뷔지에의 건축물 모형안에 들어가 작가의 삶과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예술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장민혜의 대표 안무·출연작은 2020년 이전의 ① 「하얗게 웃는다」(자신 안의 무엇인가와 결별하려 애쓰는 담담한 마음의 표현, 한국무용제전 소극장 부문, 2017) ② 「제비노정기」(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주는 제비의 여정은 모두 꿈이다. 현대사회에서 이상점에 도달하기 위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 드림앤비전 댄스페스티벌, 2018) ③ 「자유의 둘레」(내가 생각하는 자유에는 둘레가 있다. 내가 설정한 둘레에 들어가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것, 한국무용제전 소극장 부문, 2019) ④ 「갈매기의 꿈」(갈매기는 함께 날다가 혼자가 되기도 한다. 더 높이 날기를 원하는 갈매기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까?, 판댄스컴퍼니 정기공연, 2019)
2020년 이후의 작품들은 ⑤ 「초하룻달 육朒 : 차지 아니하다」(음력 초하룻날에 동쪽 하늘에 보이는 달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숨을 가득 들이마시고 내쉬며 '가득 참'과 비워진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국가민속문화재 '월월이 청청'의 구성에 착안하여 구성된 작품이다. 댄스 페스티벌 인 탱크, 2020) ⑥ 「code-강강:술래」(인간의 삶에서 반복과 순환을 그린 작품,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상황을 마주하고 서로 어긋나기도 한다. 이는 곧 춤이다. 판댄스컴퍼니 정기공연, 2021) ⑦ 「초하룻달 육朒 : 차지 아니하다Ⅱ」(차세대안무가 페스티벌, 2020)를 꼽는다.
장민혜, 판댄스컴퍼니 부대표로서 단체가 추구하는 작품활동은 물론 한국창작춤을 국제적으로 알리면서 한류스타로서의 역량 표현과 성장을 모색하는 야심찬 한국창작 안무가이다. 그녀는 단체의 일원으로서 꾸준히 안무작업에 임하고 있고, 자신의 주장과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내면서 희열을 느낀다. 보편성을 희생하더라도 복제 불가능의 명품 생산도 구상한다. 앞으로도 탄탄한 안무자이자 무용수로 자맥질하며 무대에 서는 것이 그녀의 소박한 꿈이다. 고단한 일상이 삶의 도약을 위한 빛나는 경험이 되며, 바라는 만큼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