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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역사다"…우리와 다른 것 존중하는 마음자세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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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역사다"…우리와 다른 것 존중하는 마음자세 중요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30)] 문화의 유지와 변용

파푸아뉴기니 원주민의 코테카가 최근 포르노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나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문화도 존중해야 한다.이미지 확대보기
파푸아뉴기니 원주민의 코테카가 최근 포르노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나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문화도 존중해야 한다.
인도는 매년 6월부터 9월 사이 내리는 장맛비에 의지해 농사를 짓는데, 이 기간에 가뭄이 오면 비의 신에게 기우제를 올리는 풍습이 지역마다 있다. 인도 중부의 한 지역에서는 비를 내려달라고 기우제를 드리면서 5세 전후의 어린 소녀 여러 명을 발가벗겨 마을을 행진하게 만든다. 이들은 어린 소녀들이 어깨에 개구리를 묶은 무거운 나무 기둥을 짊어지고 알몸으로 마을을 걸으면 비의 신이 기뻐해 비를 내린다고 믿고 있다. 인도 동부의 또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이 오면 젊은 여성이 알몸으로 한밤중에 고대 성가를 부르며 메마른 밭을 간다. 이들은 날씨를 관장하는 신이 이 모습을 보고 당황해서 비를 내려준다고 믿고 있다. 투표를 통해 밭을 갈 여성을 정하고 비가 올 때까지 의식을 지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른 이성과 간통을 할 경우 간통죄로 형사 처벌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201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해 간통죄가 폐지되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는 농장에서 밀회를 즐기다 붙잡힌 불륜 커플에게 태형을 명했다. 간통을 인정한 유부녀는 태형 100대의 판결을 받고 심한 고통 때문에 잠시 집행이 중단됐으나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100대를 모두 채울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지금도 세계 도처에는 우리의 생활양식과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불법이나 은밀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집단의 대부분의 사람에게 당연한 일로 행해진다.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를 먹는 것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기괴하고 금지해야 할 관습으로 인식된다. 마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 야만인으로 취급하면서 올림픽이나 주요한 국제 행사를 앞두고 외국의 유명인들이나 언론에서 트집을 잡곤 한다.

최근의 한 언론매체에 의하면,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 원주민 남성들이 성기에 차고 다니는 고깔 모양의 덮개 '코테카'가 포르노 논란에 휩싸였다. 조롱박 말린 것으로 만들어지는 코테카는 음낭과 허리 주변에 묶어 고정시키는 일종의 남성 생식기 가리개이다. 파푸아뉴기니는 남태평양 서쪽 끝에 위치한 섬나라다. 원주민들은 외부 세계와 거의 접촉을 하지 않고 전통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뉴기니섬 서쪽은 인도네시아의 파푸아주(州)에 속해 있다. 세계 최대 이슬람국인 인도네시아의 의회는 어떤 형태든 성적인 암시를 하는 사람은 당국이 투옥할 수 있도록 하는 반포르노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코테카'도 저속하고 도색적인 반포르노법 위반 사례로 지목됐다. 생식기를 가리기 위해 코테카 대신 서양식 팬티를 입으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그러자 원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코테카는 남성 원주민들이 남성의 상징을 가리기 위해 수 세기 동안 착용해온 것으로, 전통 의상의 일부라며 반발했다. 특히 나이든 원주민들은 훨씬 더 단호하다. "속옷은 절대 입을 수 없다"며 격분했다.

세계엔 우리가 이해 못하는 일 많지만 같은 집단 사람들에겐 당연한 것


코테카 금지 문제는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도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다. 반대론자들은 지역 문화를 위협한다고 비난하며 모든 문화가치에 역행하는 어리석은 조치라고 반박했다. 꼬깔 모양의 코테카가 문제가 된다면 파푸아의 남근 상징 토템 기둥이나 힌두교도들이 주로 거주하는 발리섬 사원들의 그림들도 모두 단속 위협을 받게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류학자들에게 지금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부족은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국경의 아마존 정글 지대에 사는 야노마모(Yanomamo) 족이다. 이 부족이 유명해진 것은 석기 시대의 생활을 현대까지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부족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바퀴도 발명하지 못했고 셋 이상의 숫자는 모두 '많이'라고 지칭한다. 그래서 야노마모 족은 살아 있는 인류의 조상이라고도 불린다.

파푸아뉴기니 원주민 남성들이 성기에 차고 다니는 고깔 모양의 덮개 코테카.이미지 확대보기
파푸아뉴기니 원주민 남성들이 성기에 차고 다니는 고깔 모양의 덮개 코테카.

그러나 이 부족이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구상에서 제일 '잔인한' 부족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야노마모 족도 스스로도 자신들을 '야노마모 족은 사납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 부족 사회에서는 가장 폭력적이고 잔인한 사람이 권력을 잡을 수 있다. 또한 남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결투와 전쟁을 벌인다. 음모를 꾸미고 약한 이웃 마을을 약탈하는 것은 야노마모 족에게 당연한 일상이다. 야노마모 족이 결투나 전쟁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치정관계 등 여자문제이거나 라이벌 마을 사이의 갈등과 분쟁이 대부분이다.

남녀차별이 심하고 성역할 구별도 뚜렷하다. 집안 살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식량은 여자들이 구해온다. 남자들은 평소에는 게으르고 마을 중앙에 있는 광장에서 서로 마주서서 상대를 가슴과 복부를 가격하는 폭력적인 행동을 하면서 지낸다. 야노마모 족 남자는 수시로 부인을 때림으로써 다른 남자들에게 자신의 폭력성을 과시한다. 이 부족 남성들의 아내 학대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몽둥이로 때리는 것은 다반사로 흉기가 몸에 큰 장애를 남기기도 한다.

이 종족에서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여성들의 행동이다. 이 부족의 여성들은 숲 속에 들어가 홀로 해산한다. 그렇다면 남자들에게 그렇게 폭력을 당하며 산다면 아들을 낳았을 때 '영아살해'를 해도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거의 보고된 적이 없다. 여성들 자신이 아들 낳은 것을 기뻐한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부족을 지키는 남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호전적인 부족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는 더 호전적인 남자들이 필요하다. 만약 전쟁에 패하면 제일 먼저 약탈당하는 전리품은 바로 여자들이다. 전리품으로 다른 부족에게 잡혀간 여성들의 삶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다. 제일 먼저 뺏어간 부족의 남성들에게 집단적 성폭행을 당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 고난은 말할 수 없다. 고통을 당하더라도 남편에게 당하는 것이 전리품으로 끌려가 한평생 당하는 고초에 비할 것이 못 된다. 그렇다면 남자가 필요한 것이고, 더구나 폭력적이고 호전적인 남자가 필요한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한 마을에는 15개월 새 무려 25차례나 습격을 받아야 했다. 또한 한 마을의 남자는 적의 남자 21명이나 살해했고, 또 15명 정도를 죽인 사람은 여러 명이나 됐다.

문화는 '한 집단의 비교적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행동 경향성'이라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다. 이 행동 경향성은 주어진 여건에서 살아남는 데 제일 효율적인 방향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는 역사'이다. 한 집단의 문화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집단의 역사를 꼭 알아야 한다. 위에서 몇 예를 들어보았지만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집단이 수없이 많은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나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은 비교적 최근에 깨달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제일 우월한 것이라는 '자문화중심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동시에 다른 문화를 무시하고 폄하하는 '타문화배타주의'가 몸에 배어 있다.

개를 식용으로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


개를 식용으로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이지, 외국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파푸아뉴기니의 남성들이 차고 다니는 고깔 모양의 성기 덮개 '코테카'도 계속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그들이 결정할 문제이다. 그것이 포르노인지 아닌지는 일차적으로 그 부족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외부인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포르노라고 간주하고 하라말라 간섭할 일이 아니다. 간통을 처벌할 것인지의 여부도 특정 문화에서 결정할 문제이다. 이런 주장을 '문화상대주의'라고도 한다. 이 주장에 의하면, 문화 간에는 상대적인 위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여건이 다르고, 적응하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다.

물론 살인이나 여성에 대한 성폭력적 행동은 인류 보편의 가치 기준에 따라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류 보편적 기준이라고 간주된 것들이 대부분 서구의 가치 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것을 21세기에 와서야 깨닫고 있다. 우리 문화가 소중한 만큼 다른 문화도 존중해야 하는 기본적 소양이 앞으로는 더욱 중요하게 된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이미지 확대보기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