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주(宋潤柱, Yunjoo Song)는 을해년 삼월, 아버지 송기복, 어머니 신서윤의 1남 1녀 가운데 둘째로 충주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충주 중앙초, 충주예성여중고, 성균관대 무용학과, 동 대학원 무용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어릴 때 별명이 빼빼로일 만큼 야위어서 주변 친지들이 무용을 권유했지만, 부담스러운 마음에 무용을 허락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영어학원에 같이 다니던 벗이 무용학원 다닌다고 자랑했다. 친구가 춤을 배운다니까 윤주는 괜스레 시샘이 났다. 엄마에게 무용학원 등록을 청하고 무용을 시작했다.
윤주는 청주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 김진미 선생으로부터 일곱 살 때부터 지금까지 가르침을 받고 있다. 그녀는 김진미 감독을 어머니처럼 편안하게 느낀다. 대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정보경 춤’에 반해 정보경 선생으로부터 계속 가르침을 받고 있다. 그녀는 개성이 강한 작품을 선호하며, 춤의 완성을 위해서라면 세밀한 질문을 아끼지 않는 성격이다. 무용수는 몸으로 자신을 표하는 법, 윤주는 말보다 몸으로 표현하는 게 더 쉽고, 용기가 샘솟는다. 평소 하기 어려운 말들이 무대 위에 서기만 하면 튀어나오고 예술적 표현이 된다.
윤주는 <메멘토> <인셉션> ‘배트맨 3부작’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을 좋아한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이 생기면 미친 듯이 몰두하여 깊은 이야기를 만들어 평범함에서 특별함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보이는 감독이다. 윤주는 남들이 감히 엄두를 못내는 어려운 주제에 당당하게 도전하여 끝내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감독의 의지를 존중한다. 마지막으로 CG로 처리해야 하는 것들을 현실적으로 해내는 자신감이 윤주가 배울 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려는 도전정신에 그녀는 반해버렸다.
윤주는 대학 졸업 후 무용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윤기 있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미래는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윤주에게 무용은 인생의 전부이며 미래였는데 현실은 달랐다. 자신의 개성이 살아있는 춤이 있어야만 무용계에서 생존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윤주는 당시 자력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마다 스승들은 ‘한 번만 다시 해보자. 그런데도 안 되면 다시 생각해보자.’라는 말로 최면을 걸었다.
윤주는 모든 예술가가 경험한 그 세부적인 일들로 작품을 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어왔다. 창작 과정에서 당연히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하고 힘들지만, 꼭 통과해야 하는 정거장처럼 여기고 담담하게 지나간다. 숱한 선배와 스승이 겪고 걸어왔던 길, 자신의 미약함에 의미를 두면 둘수록 힘이 드는 것은 배가 되고 더 무거운 일이 되는 법이다. 예술은 과학이 아니다. 무수한 변수가 존재하는 예술은 젊은 예술가들의 패기를 꺾어 왔다. 그 속성을 파악한 윤주는 늘 한 번만 더 잘 해보자 하고 담담하게 자신을 다독이며 춤을 춘다.
가능성의 춤꾼 송윤주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이것은 유희가 아니다>와 <쌍쌍>, 김치앤칩스 & 시몬드뷔로드 협업작 <Collective Behavior>에 출연한 바 있다. 제47회 동아무용콩쿠르 일반부 창작 부문 은상 수상, 2019 젊은 안무자 창작공연 최우수안무가 상(2019) 수상, Yokohama Dance Collection, FITZ Award 수상(2020)의 실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송윤주는 부지런히 타인의 공연장을 찾아다닌다. 정철인의 <0g>, <위버맨쉬>, <비보호>, 피나 바우슈의 <카페 뮐러>를 감명 깊게 본 타인의 공연으로 기억한다.
송윤주의 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춤을 추는 것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 피나 바우쉬를 동경해왔고, 피나를 동경했던 이유는 담배를 물고 안무에 몰두했던 심오한 분위기, 무엇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에서 받은 영감으로 그녀의 예술세계를 재창조 하는 모습을 사랑하게 되었다. 윤주 또한 피나 바우쉬처럼 자유롭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온 세계에 한 번씩 올리는 것이 소원이자 목표이다. 어렵지 않은 꿈이다. 부지런히 다닐 시간이 있고, 작품이 훌륭하다면 춤으로의 세계투어의 문은 쉽게 열릴 것이다.
송윤주는 지난 10월 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예술의 관점에서 본 <Finale>라는 한국창작무용을 올렸다. 이 작품은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죽음으로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할머니에 대한 그녀만의 고민을 작품화한 것이다. 송윤주는 죽음이라는 단어는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이지만, 그녀만의 스타일로 재미있고 가볍게 풀어내었다. 송윤주는 꾸준하게 한국무용의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깊은 생각으로 춤의 문·사·철을 관통하고, 품격을 지켜나간다면, 미래의 한류스타로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