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최근 공개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세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기독교를 빙자한 이단 종교인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을 비롯해 ‘오대양’ 박순자,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등과 관련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3월 3일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 한국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이단은 정통과 원줄기 같지만 끝이 다르다
이단 종교에는 소위 ‘메시아’ 또는 ‘구세주’ 등 정통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이 이단 종교들의 교리가 기독교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현혹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단(異端)’은 ‘끝[端]이 다르다[異]’는 뜻이다. 그러니까 원줄기는 같지만 끝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차이를 잘 모르고 이단에 빠지기 쉽다.
이 글은 특정 종교의 교리를 다루고, 또 정통과 이단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다만 이단 종교 지도자들이 자신을 ‘메시아’ ‘구세주’ 혹은 ‘주님’ 등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쓰고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기에 기독교의 메시아와 사이비 메시아의 두드러진 차이를 설명하려고 한다.
사이비 ‘메시아’들에게 제일 공분(公憤)을 느끼고 실망한 것은 교인들 앞에서의 위세 당당하던 모습과 검찰이나 교도소에 수감된 후의 모습이 너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비굴하고 비겁한 모습이 지금이라도 만천하에 공개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폭로를 통해 다시는 종교 사기꾼들에게 속는 일이 없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교인들 앞에선 위세 당당…곤란한 일엔 비굴
우선 곤란한 일을 당했을 때의 모습에서 진짜와 가짜의 구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죽음을 앞두고 기독교에서 믿는 메시아 예수는 평소보다 더 당당했다. 로마군에게 잡혀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날 밤 예수는 제자들과 마지막 저녁을 함께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으로 잘 알려진 이 식사에서 예수는 자기를 배반하고 제사장들에게 팔 흉계를 꾸미고 있는 제자에게 오히려 가서 자기를 팔라고 보내기까지 한다. 또 수제자인 베드로에게 새벽에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부인할 것까지 예언한다. 그런 후 제자들과 동산에서 기도한 후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말하며 오히려 자기를 잡으러 온 로마 병사들에게로 당당하게 간다.
총독의 관저에서 재판받을 때도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보인다. 총독이 “네가 메시아냐?”라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는 이 대답을 하면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걸 이미 다 알고 있지만 비굴하게 피할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그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삼일 후에 부활했다고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다. 그것을 기념하는 것이 부활절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기독교가 믿는 내용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종교는 믿음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 여부를 밝히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통 기독교에서 믿는 메시아의 모습이 어떤지를 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메시아의 모습이 현실에서 살아가는 모델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신이다'를 보면 1만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갖겠다고 공언하며 실제로 자신을 ‘메시아’로 따르던 수많은 여성들을 농락한 정명석은 취조받는 동안 검사에게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비비면서 “검사님,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라고 빌었다고 목격자가 전하고 있다. 마치 심약한 어린이가 부모 앞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비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는 “이렇게 보잘것없고 겁 많은 사람을 잡으려고 이렇게 큰 고생과 시간을 허비했나 하는 허무감을 느꼈다”고까지 토로하고 있다. 자신을 진심으로 따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메시아라며 온갖 만행을 저지르면서 거드름을 피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시정잡배보다 더 못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만민중앙교회를 중심으로 메시아 흉내를 내면서 온갖 감언이설로 교인들을 현혹했던 이재록도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조사받으러 관계기관에 소환된 그의 모습은 그렇게 비굴하고 무기력해 보일 수 없었다. 그는 혼자 걷지도 못해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로 나약하고, 여성들을 간음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었다. 그에게서 각종 현란한 조명시설로 온갖 유치찬란한 쇼를 연출하면서 자신을 메시아로 포장하고, 교인들에게 헌금을 강요하고 순진한 여성들을 궤변으로 성폭행하던 당당한 메시아의 모습을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또 하나 차이점을 살펴보아야 한다. 성경에 나와 있는 예수는 자신을 여러 사람들 앞에서 메시아라고 떠벌리고 다닌 적이 없다. 오히려 제자들이 메시아라고 고백하자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말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당시의 권력자들 앞에서는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힌다.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던 종교 권력자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일갈(一喝)하면서 선량하고 힘없는 서민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책망한다. 그러면서 “나더러 ‘주여 주여’ 한다고 천국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그 가르침을 스스로 행동으로 보여준다. ‘세리와 창기의 친구’라고 불리며 가장 낮은 곳에서 생활한다. 무리들이 따라올 때는 오히려 피해서 혼자 산에 가서 기도를 하는 등 영적 생활을 한다.
'나는 신이다'를 보면, 정명석이나 이재록의 생활은 호사스럽기 그지없다. 큰 저택에 살면서 눈에 잘 띄는 흰색 양복을 입고, 여러 여성을 대동하고 축제를 열곤 한다. 정명석과 이재록은 시종일관 자신이 메시아라고 떠벌리며 온갖 요상한 화술(話術)과 현란한 사술(詐術)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이재록은 신도들이 낸 헌금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까지 즐긴다. 그러면서 교회를 위해서 억지로 한다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런 호사스러운 생활과 조직을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신자들에게 헌금을 내라고 온갖 술수를 부리게 된다. 헌금 액수에 따라 직급을 높여주는 등 서로 경쟁시키고, 헌금은 사사로이 착복한다.
가짜 메시아의 파렴치한 범죄 행각에 분노
종교 사기꾼도 다른 사기꾼과 유사하다. 이들은 유창한 궤변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리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 즉 성욕과 지배욕을 충족하기 위해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희생시킨다. 종교 사기꾼을 알아내기는 쉽다. 첫째는 자신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신령한’ 능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극치가 자신이 ‘메시아’라는 것이다. 사이비 메시아에게 빠지지 않는 제일 쉬운 방법은 자신이 메시아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다.
둘째는 헌금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헌금하라고 강요한다면 분명 사이비 메시아가 틀림없다. 왜냐하면 진짜 메시아는 돈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메시아 예수뿐만 아니라 불교의 부처 등 건강한 종교의 창시자치고 호사스러운 생활을 한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들이 창시한 종교는 지금도 전 세계에 선한 영향을 끼치며 하루하루 불안하고 힘든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평안을 주고 있다.
비록 ‘JMS’나 ‘만민중앙교회’가 아니라 겉모습은 멀쩡한 종교기관이라 할지라도 지도자가 메시아인 척 행동하거나 불필요한 헌금을 강요한다면 그곳은 실제로는 사이비 메시아들이 종교를 빙자하여 사기 치는 곳이다. 우리 주위에는 이런 종교기관이 의외로 많다.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