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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산책(29)] 헝가리의 차르다쉬(Chardash)와 쟁강춤 같은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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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산책(29)] 헝가리의 차르다쉬(Chardash)와 쟁강춤 같은 굿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이미지 확대보기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굿은 어떤 집단에서 문제 발생 시, 그 해법을 찾기 위해서 혹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해소 대비책으로 연행된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의 부귀나 안전에 삶의 목적을 둔다. 무속 신앙은 사람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신과의 관계가 순탄치 않다고 한다.

문제점을 해결 방안으로 우선 하는 것이 굿인데, 신과의 관계를 원만하고 친밀하게 유지하려는 의도이다. 마을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과의 회복을 위한 굿이 벌어진다면 굿은 집단적 성격이며 개인이 아닌 집단적 의사 교류라고 할 수 있다.
집단이 의사 표현을 할 때, 여러 가지 주의점이 요구된다. 집단 구성원들이 각자의 소리를 내면 전달력이 약화 되고, 효율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들이 자신들의 대리자로 내세우는 사람이 바로 ‘무’(巫)이다.

‘무’의 역할은 군중의 소망을 요약해서 신에게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굿에서 ‘무’의 발화는 집단의 대리자 역을 수행한다. 당산에 큰 가마를 몇 개 걸어놓고 주변 짐승을 잡아 삶고 당산굿을 마친 다음 당산 마당에서 음식을 먹고 농악 놀음을 하는 풍습이 있다.
굿의 핵심 소리는 ‘무’ 자신의 의사가 아닌 관객의 요구가 우선이다. 무는 그들의 뜻을 수렴해서 전달하며 신과의 접촉에서 ‘무’의 존재를 과시하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이때 ‘무’는 언어와 비언어를 반복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내세운다.

<춘향가>는 본래 무당의 사설에서 유래된 것인데, 현재 내로라하는 명창들이 각자의 특성에 맞게 잘라내고 덧붙여 새롭게 만들어졌다. 자진모리 장단으로 화려함을 더한 이 곡의 절정은 ‘어사출도’ 대목인데 이 부분에 무당굿 놀이와 탈춤이 들어 있다.

굿은 진실을 갈구하며 인간 해방을 희구하는 서민들의 강한 욕구가 지배적이다. 굿판에 모인 관객들은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의지와 이미 설득당한 상태지만 ‘무’는 정성을 다해 굿을 해야 한다.

농번기의 김매기 철에 두레굿을 치는데 마을 두레패들이 횡대로 서서 굿을 이루고 길군악을 치다가 점심을 먹고 굿을 이루고 길군악굿을 치며 마을로 들어온다. 두레패들은 용대기 앞에서 하루 종일 음식을 먹으며 판굿을 치는 것이 일상적이다.

두레굿은 단순히 마을굿이 아니라 김맬 때 노동 음악으로 취급되어 주로 호남지방에서 유래되었고, 타지역은 두레패들이 농기를 들고 들로 나갈 때 행진 음악으로 사용하였다. 마을굿은 무당의 무가로 진행되고, 집 집마다 도는 돌돌이라고도 일컫는다.

마을굿은 주로 농악으로 판놀음을 벌리는데 마을 사람이 농악으로 하든, 무가로 하든 굿판에 집돌이가 첨가된다. 정월 초에 당산제처럼 벌리는 마을굿인 마당밟이를 하는데 당산제와 같은 구성이나 당산굿은 작게 하고 집돌이를 확대해서 한다.

살풀이춤은 전라도의 굿에서 유래한다. 굿 음악도 판소리와 풍물놀이, 잡가 등 무악의 대명사로 오페라, 뮤지컬의 음악적 바탕이 되며 연주자도 모르는 장단을 발굴하고 판소리에 파급 효과를 주기도 한다.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2006)이 좋은 실례가 된다.

굿은 우리 민족을 끌어안은 기복신앙이며 민속 문화를 담은 스펙트럼이다. 지방색이 다른 민요가 있듯이 무가도 다양한 스토리와 형식이 있다. ‘무’도 노래와 춤을 곁들여 관객을 읽어내야 하는 종합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전통음악의 토대 위에 새롭게 창작된 곡들을 민속의 채로 거르고 안아 세속에서 피안으로 품는 굿을 우리는 신출귀몰하고 기묘한 예술적 산물로 발굴하면서 웅비자복해야 한다.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