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서 선수를 향한 위험한 물병투척 사태가 나왔다.
지난 11일 오후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2라운드 홈경기에서 홈팀 인천유나이티드는 FC서울에 1-2로 역전패했다.
이날 수도권 라이벌 경기답게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만 4000여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최근 높아지고 있는 K리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관중 규모였다.
인천은 전반 무고사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전반 추가시간 제르소가 서울 풀백 최준을 가격해 레드카드를 방고 퇴장당하면서 경기의 추는 급격하게 서울 쪽으로 쏠렸다.
이후 수적 열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서울 공격수 윌리안에게 2골을 얻어맞으며 그대로 패배했다.
인천 팬들, 선수들 향한 대량의 물병투척 만행
문제의 장면은 경기가 끝난 뒤에 나왔다. 인천 홈 서포터즈석에서 과격한 행동들이 터져나온 것.
경기 종료 직후 인천 스탠딩 서포터즈석에서는 야유와 함께 다수가 선수들을 향해 물병을 투척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중들을 말리던 서울 미더필더 기성용이 급소를 맞고 쓰러지는 위험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김동민, 요니치, 김보섭 등 인천 선수들이 관중들을 만류했지만 인천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친 욕설과 함께 그라운드 안으로 물병을 투척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부 팬들은 다른 관중들에게 물병을 던져야 한다며 독려하는 장면까지도 나왔다.
자칫 잘못하면 선수들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를 서슴치 않은 것.
결국 인천 입장에서는 경기 결과도, 경기 후 매너에서도 모두 패배하는 꼴이 됐다.
인천 팬들의 반복되는 과격한 행위, 구단 책임도 있어
인천 팬들의 이런 만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규모지만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강성 팬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던 안천 팬들은 과거부터 다른 팬들과의 충돌은 물론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몰지각한 행위를 여럿 저질러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빚은 데에는 비단 일부 몰지각한 팬들의 행동만을 꼬집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인천 구단이 이른바 ‘훌리건화’ 되어 있는 강성 팬들의 행동을 자제시키고 제어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만하고 어설픈 운영으로 그대로 흘려버리면서 K리그 역사에 남을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인천 강성 팬덤은 여러 소요 사태를 일으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일부 강성으로 분류되는 소모임들은 응원하는 같은 팬을 집단적으로 비난하고 겁박해 물리적인 충돌을 빚기도 했으며, 조성환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물병을 투척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강등의 위기를 겪고 있던 수원삼성을 맞이한 홈경기에서는 연일 논란을 일으킨 소모임 멤버가 수원삼성을 조롱하는 걸개를 원정석 가까운 곳에 걸고 손가락 욕설을 하는 등의 도발을 해 또 다시 물리적인 충돌을 야기했다.
올해에는 광주 원정 경기에서는 일부 관중이 상대 팀 골키퍼 김경민에게 욕설과 침을 뱉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런 만행들은 유튜브나 중계 화면으로 고스란히 전파를 타 그때마다 인천 팬들의 몰지각한 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그대로 시민구단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구단의 대응은 늘 미적지근했다.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대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당장의 사태를 수습하고 쉬쉬하기만 급급했다. 조성환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며 물병을 투척한 팬은 경기장 출입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지만, 해당 팬은 이후 버젓이 구장을 드나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속적으로 팬들 내에서 물리적인 충돌 등을 야기하는 소모임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인천유나이티드 팬들 커뮤니티 모임인 ‘인천네이션’내 운영자가 자발적으로 물리적 피해를 입은 팬을 수소문해 구단에 진상 조사를 요청했지만, 구단 운영팀은 ‘연락하겠다’라고 밝힌 뒤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올해 광주 원정 경기 사태를 일으킨 대상자가 특정됐지만 이 또한 아무런 일 없이 넘어갔다.
팬들 사이에서 폭력적인 행위를 해도 아무런 불이익이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저간에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스폰서, 일반 팬들에 외면당하면 시민구단 자생할 수 있나
이 날 경기가 끝난 직후 곧바로 인천유나이티드는 전달수 대표이사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올리고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조치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많다.
과거 문제가 생겼을 때 갖춰놓을 기회가 충분히 있었던 규제와 관중 폭거 사태 제어 프로세스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날은 새로이 구단 후원을 검토하고 있는 모 업체의 회장을 포함한 수뇌부가 대거 현장을 방문해 경기를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기 직후 이런 장면을 본 뒤 예비 스폰서 수뇌부는 ‘구단과 팬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후원을 할 수 있겠나’, ‘후원사 이미지도 추락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내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구단인 인천 입장에서 스폰서들은 물론 일반 팬들과 시민들에게 폭거적인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것은 치명적이다. 만약 이럴 경우 시민구단 운영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인천 구단 존립 자체가 위협당할 가능성도 있다.
인천 팬들 사이에서는 “구단에서 가족과 친지, 연인과 함께 구장을 찾아 평균관중 1만 여명을 달성하기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구단의 자정능력을 믿고 지인을 초대하겠나”라며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이날 인천-서울전의 경기감독관은 경기 내용과 이후 사태를 보고서로 작성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보고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오는 월요일(13일) 경기 감독관 등이 회의를 진행하고 상벌위원회를 거친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무관중경기 등 징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