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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은 안무·연출의 '국화꽃향기'…아날로그적 정서 담은 한국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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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은 안무·연출의 '국화꽃향기'…아날로그적 정서 담은 한국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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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은 안무·연출의 '국화꽃향기'
6월 18일(화), 19일(수) 8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대한민국발레축제추진단 주최,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의전당·전문무용수지원센터 후원, 제14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공모선정작 양영은 각색·안무·연출의 「국화꽃향기」(Chrysanthemum Scent)가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인생의 가을을 주조하며, 투박하지만 따스했던 정감의 아름다운 시절을 회상해 낸다. 계절을 앞세운 작품들의 익숙한 공식을 따라간 발레는 가독성의 무체(舞體)로 부대낄 정도의 힘든 발레 동작을 여럿 오가며 진정성을 소지한다.

양영은(Yang, Young-Eun)은 발레團 ‘양영은 Beyond Ballet’의 대표(예술감독), M발레단 단장, 국민대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전 성균관대 무용학과 겸임교수)로서 제1회 「서울밤, 꿈속에서」(2021), 제2회 「소나기」(2023), 제3회 「국화꽃향기」(2024)로 이어지는 ‘춤추는 문학 시리즈 발레’를 진행하고 있다. 양영은 안무의 「국화꽃향기」는 김하인의 장편소설 <국화꽃 향기>를 발레化한 작품이다. 양영은의 창작 노트에는 계절, 지역, 인물, 명승지와 더불어 ‘가을 편지’, ‘겨울연가’와 같은 계절을 단 작품들이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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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은 안무·연출의 '국화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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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향기」는 격동기의 1980년대 대학생활과 안정기의 1990년대 결혼생활을 거쳐, 밀레니엄이 시작되기 직전 갑자기 들이닥친 사랑하는 여인과의 타계의 순간까지 멜로드라마의 전형적 이야기 전개를 구사하고 있다. 발레 연기자들은 힘들게 연습하며 관객들이 편안하게 관람하도록 격정적 연기를 선보인다. 안무가 양영은은 가벼운 만남과 이별에 익숙한 현세대의 사랑과는 차별화된 그 시절의 아날로그적 사랑의 깊이를 보여주며 가슴 한편 어디인가에 남아있을 진실한 사랑에 대한 향수와 갈망이 솟아나기를 기원한다.

양영은의 각색은 낭만적 믿음을 구축한다. 꽃잎으로 만나 무성한 나무로 성장하고, 야윈 겨울나무가 되어가지만, 뜨거운 사랑으로 다시 봄의 새싹을 품어내는 사랑 커플의 여정이 낭만적 발레의 움직임에 담긴다. 사랑에 대한 점강(漸强)의 약속과 실행은 공감을 형성한다. 발레의 본질을 꿰뚫은 「국화꽃향기」는 미주(서혜원)에 대한 승우(이동탁)의 마음을 사랑의 실천을 구체화한다. 미주의 친구 의사 정란(진유정)과 군무(김명윤, 이준구, 김우찬, 신서희, 우은영, 조윤빈, 이지영)는 안무가의 발레 접근 방식, 주인공의 연기와 조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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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은은 한국적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국 문학에 깊이 천착하면서 문학작품의 창작 발레화를 실행해 오고 있다. 세상의 이치나 진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진실하게 받아들인다. 성실한 연속성은 사랑을 잉태시킨다. 양영은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지양하고 정공법을 선택한다. 「국화꽃향기」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미주는 계절을 여러 번 넘긴 뒤 자신의 사랑이 승우임을 깨닫고 결혼한다. 짧은 행복을 뒤로하고 미주는 암을 마주한다. 아기는 세상의 빛을 받지만, 승우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미주는 국화꽃 향기로 남는다.

「국화꽃향기」는 서정감 극대화의 안무가, 뛰어난 기교의 절제된 무용수, 장면별 선곡 음악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안무가 양영은은 예원학교 재학 중에 영국으로 유학하여, 버밍엄로얄발레단 부속 엘름허스트 학교 졸업, 왕립무용학교 발레 교수자 학부과정 졸업 및 자격(Licentiate of Royal Academy of Dance, LRAD) 취득, 로햄튼대학교 대학원 발레학과 석사, 서리대학교(University of Surrey) 대학원 무용학 박사, 서리대학교 무용학과 학부 논문 지도교수이다. 승우 역의 이동탁은 유니버셜발레단 수석무용수, 미주 역의 서혜원 유니버설발레단 드미솔리스트, 정란 역의 진유정은 지난해 한국발레협회의 「사계절」 안무자였다. 음악감독 김은지, 나레이션 김영서의 역할도 인상적이다.

음악이 있는 시놉시스는 분위기를 가져온다. ‘프롤로그’ : 크리스티나 쿠퍼의 <에마누엘>, 승우는 소천한 미주를 떠올린다. 그녀를 처음 만난 그 시절로 돌아간다. ‘80년대 대학생활’ :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미주는 동아리의 선후배들과 함께 활기찬 대학 생활을 보낸다. 미주가 귀가하는 지하철 안, 승우는 국화꽃 향기의 미주에게 마음을 뺏긴다. ‘엇갈린 마음들’ :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2월>, 신입생 승우는 동아리 모임에서 선배 미주를 재회한다. 미주의 친구 정란은 승우가 마음에 들지만, 미주 때문에 마음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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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은 안무·연출의 '국화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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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키스’ :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10월>, 바닷가로 떠난 동아리 MT. 밤바다를 거닐고 있는 미주에게 승우는 키스로 마음을 전한다. 실수라고 자책하며 자리는 뜨는 미주의 등 뒤로 승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 언제나 여기 있겠습니다. 저기 커다란 소나무처럼요.‘시간의 흐름’ : 멘델스존-바르톨디의 <Sonata No.2 For Cello and Piano in D, Op. 58: 1. Allegro Assai Vivace>, 그렇게 헤어진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8년의 세월이 흐른다.

‘라디오 사연’ : 존 덴버의 <애니 송>, 영화사에 취직한 미주, 라디오 PD가 된 승우. 승우는 늘 미주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익명의 사연을 보낸다. 변함없는 그의 메시지에 미주는 그 시절의 바닷가에서 기다리겠노라고 라디오 답변을 보낸다. ‘완전한 사랑의 순간’ : 차이콥스키의 <로맨스 F 단조, 5번>, 마주한 두 사람. 조심스럽던 둘의 만남은 완전한 사랑을 이룬다. ‘결혼과 임신’ : 8. 허베이의 <안녕 카티>, 둘은 결혼한다. 의사가 된 정란을 찾은 미주는 임신을 확인받고 행복함으로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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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들이닥친 것’들 : 멘델스존-바르톨디의 <E단조 바이올린 협주곡, 64번, MWV 014: Allegro Molto Appassionato>, 미주는 느닷없이 위암 판정을 받는다. 혼란과 슬픔 속에서 분노하는 미주. 승우는 한순간에 무너지지만, 미주를 안으며 그녀를 안심시킨다. 정신적 혼란 속에서 떠오르는 배 속의 아기. 미주는 아기를 위해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다. 앙상하게 말라가는 미주는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고 그 곁에서 승우는 끝없이 그녀를 사랑한다. 산통과 함께 찾아오는 전신의 고통. 미주는 병원으로 이송된다.

‘죽음과 탄생’ : 크리스티나 쿠퍼의 <에마누엘>, 수미쌍관의 분위기, 미주는 극심한 산통을 이겨내며 아이를 출산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불꽃 같은 의식으로 잠시 살고자 하는 희망을 느낀다. 결국 미주는 승우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승우는 그녀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정란은 미주와 승우의 아기를 품에 안고 그들 곁을 지킨다. 국화꽃 향기를 타고 미주는 승천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사연이 흐른다. 사계절에 생로병사, 희로애락에 걸친 이야기는 형식과 구조, 치장 방식이 다를 뿐 동서양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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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은은 프랑스나 러시아에 비해 늦게 시작한 영국발레가 클래식 작품들을 하면서도 자신들의 문화와 소재를 담은 발레를 꾸준히 창작해 내며 자신들만의 레퍼토리를 구축하여 지금의 명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몸소 느끼며 커왔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한국발레의 미래를 늘 고민하게 되었다. 그녀는 한국발레가 무용수들의 기량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힘을 가지고 성장하는 꿈을 키우며 우리의 문화와 소재를 담은 작품들이 창작되고 레퍼토리화되어 작품성과 대중성이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기를 기원하며 작업을 이어간다.

양영은은 긴 유학 생활을 끝내고 대본, 안무, 연출 능력을 지닌 발레 무용가로 독보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그녀가 보여준 최근 작업은 매혹적 단자(單子)를 달고 있다. 영국 국립발레단 연수(2002)를 시작으로 영국왕립무용학교 스튜디오 극장에서 「Hidden」(2005)과 「Tango Soul」(2005) 안무·연출 경험에서 발아한 양영은의 대본·안무·연출에 걸친 능력은 발레를 시작으로 무용계의 대가가 될 징후를 보인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연출·대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21)은 양영은을 자각하게 만든 대사건적 공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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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서울밤, 꿈속에서」(안무·연출·대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2021), 「오월바람」(연출, 빛고을시민문화관, 2022), 「M발레단의 스페셜 발레 갈라」(안무,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 2023),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연출·대본,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 충주시문화회관, 2023), 「소나기」(안무·연출·각색,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023), 「국화꽃향기」(안무·연출·각색,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024)에 이르는 작은 행보를 보인다. 욥기 8장 7절이 그녀를 주목하고 있다. 행운을 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제공=luluph0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