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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숙畵의 만개…과작(寡作)의 작가 화문(畵門)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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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숙畵의 만개…과작(寡作)의 작가 화문(畵門)을 열다

최성숙 작 '눈 내리는 지리산', 2000이미지 확대보기
최성숙 작 '눈 내리는 지리산', 2000
최성숙(崔星淑, Choi Sungsook) 한국화가가 갑진년에 「최성숙, 새벽 별에 비친 세계」展(3월 13일(수)~7월 17일(수),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문신의 정원」展(5월 3일(금)~10월 27일(일),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산청 「갤러리 수선사 개관 초대전」(5월 23일(목)~8월 30일(금))으로 삼각형 전시의 견고한 위치를 보여준다. 광복 직후 출생의 원로 화가는 서울을 기점으로 동쪽 마산, 서쪽 산청으로 나름의 좌표를 찍고 전시 여행을 하며, 자연과 주변 풍경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며 자신을 견성(見性)하고 신운(神韻)을 사유한다.

의미 있는 곳에 화답하는 작가는 문신미술관 30주년 기념을 기념하여 「문신의 정원」展,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하여 「최성숙, 새벽별에 비친 세계」展, 수선사 갤러리 개관을 축하하는 「갤러리 수선사 개관 초대전」에 그림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탰다. 최성숙의 화전(畵田)에는 여러 인상이 나비처럼 날아들어 전시회를 풍성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시절의 마산을 회상한 작품은 ‘문신의 정원’을 동화로 만들었고, 우주를 조망하는 ‘새벽별에 비친 세계’를 투영하며, 수선사의 새벽 예불 같은 ‘골짜기의 행복’으로 만든다.
최성숙 작 '문신의 정원', 2023이미지 확대보기
최성숙 작 '문신의 정원', 2023
최성숙 작 '독일의 인상', 1978이미지 확대보기
최성숙 작 '독일의 인상', 1978

최성숙 작 '빛나는 아침', 1984이미지 확대보기
최성숙 작 '빛나는 아침', 1984


화가의 마음을 읽는 것은 그림을 통해서이다. 작가의 그림이 탄생하는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작가의 인생을 알아야 한다. 한국화가 최성숙을 이해하고, 최성숙의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모든 종교와 종파를 초월하는 ‘사랑’과 ‘사랑의 실천’의 덕목을 떠올리면 더욱 좋을 듯하다. 명문가 출신의 최고 지성 최성숙이 만들어온 ‘몽유도원’(夢遊桃源)의 인생길 이면에 깃든 사연을 그림이 말해준다. 마산 문신미술관 49점,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71점, 갤러리 수선사 36점은 최성숙畵의 비밀코드를 독해시킬 것이다.

화전(畫展)의 주인공 몇 점은 전시회를 인상 깊게 만든다. 팔순에 가까운 최성숙은 어린 시절 무용과 음악을 좋아했고, 일생 화가로만 살고 싶은 사람이었다. 조각가 문신과 함께하며 미술관 경영과 미술관 세 개를 만들었지만, 선생의 타계 후, 올해부터 주위의 간청으로 ‘한국화가 최성숙’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금 서울과 마산 두 미술관에서 ‘최성숙 개인전’이 자발적으로 기획·전시되고 있고, 산청 갤러리 수선사 개관 초대전에도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화가의 길에 다시 들어선 새로운 출발은 수선사의 큰 뜻과 통한 것 같다.
최성숙 작 '봄날의 제주도', 2024이미지 확대보기
최성숙 작 '봄날의 제주도', 2024

최성숙 작 '극락암', 2024
최성숙 작 '극락암', 2024


「문신의 정원」展은 새벽별 최성숙이 은하수의 여왕이 되어 세 개의 수문 가운데 하나를 열어 남편과 같이 보내던 그 시절의 마산을 회상하며 그린 신작으로 구성된다. 작가의 일상, 마산과 주변, 실내 화병의 꽃들이 피사체가 되어 주었다. 문신의 정원은 존중과 사랑으로 동화를 창출하는 마법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초록의 정원’(1990년대 말), ‘문신의 정원’(2023), ‘달집 태우기’(2023), ‘Wonderful Life’(2023), ‘철마의 무지개 뜨는 날-장 담그는 날’(2023), ‘별수국 꽃필 때’(2023), ‘신의 요정’(2024)이 기본 틀을 세웠다.

‘문신의 정원’은 마산 문신미술관 바로 아래 문신과 최성숙이 살던 살림집에 딸린 정원이다. 지금도 여기에서 최성숙은 그림을 그리고, 외부 인사들을 만나고 그림에 관한 담론을 소화한다. 문신은 서거 후 정부로부터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가 만든 작은 연못과 닭장, 공작새의 집 옆에 그가 심은 나무와 꽃이 자라고 있다. ‘문신 정원’은 프레떼나 라데팡스의 분위기로도 읽히는 정원이기도 하고 조각 ‘태양의 인간’이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프랑스의 마산이었던 발카레스항(Port-Barcarès)의 해변으로도 독해된다.

「최성숙, 새벽별에 비친 세계」展은 <계절의 인상_풍경>과 <신명나는 상상_12지신>, <추억이 그리는 꿈_미술관>으로 분류되었다. 5월 30일 전시 행사는 장윤금 총장, 이경숙 전 총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공창호 마이아트 옥션 회장, 이연수 모란미술관 관장, 김세준 문화원장이 참석, 자리를 빛냈다. 제1회 개인전에서 2024년 신작에 걸친 ‘우시장’(1978), ‘독일의 인상’(1978), ‘빛나는 아침’(1984), ‘봄날의 제주도’(2024), ‘화엄사의 사랑’(2024), ‘12지신의 축복’(2024), ‘추산동’(1987)이 눈에 띈다.

작가는 작가 선언 시점부터 현재까지 경계를 허문 다채로운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와 소통하는 초충(草蟲)과 화조(花鳥)는 대자연의 품에 안겨 유토피아를 이루고 지리산 찬가와 항구의 낭만을 부른다. 풍경은 여행을 촉탁하고, 다양한 색이 변주된다. 12간지의 상징 동물들이 클래식 악기를 하나씩 나눠 가지며 흥을 북돋우고 건강과 희망을 연주한다. 작가는 늘 바다로 떠날 여인처럼 보였지만, 늘 추억으로 가득 찬 마산합포구 추산동을 벗어나지 못한다. 동반자 문신은 늘 그의 곁에 머물며 일상을 같이하는 듯하다.

「갤러리 수선사 개관 초대전」의 작품들은 사계 가운데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열정이 만나는 겨울 이미지가 압도적이다. 지리산 골짜기 아래 갤러리 수선사(관장 민들레, 주지 여경)는 예술문화의 등불 하나 밝히는 마음으로 갤러리의 첫 문을 열고 최성숙을 초청했다. 초충(草蟲)의 이미지에 사연을 엮고, 자연을 껴안은 ‘장담그는 날’(2023), ‘증산리의 겨울’(2019) 이미지에서 출발하여 ‘거제도의 눈경치’(1999), ‘눈 내리는 지리산’(2000), ‘겨울’(2023), ‘지리산의 설경’(2023), ‘극락암’(2024)에 이르는 성찰과 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최성숙 작 '별수국 꽃필 때', 2023
최성숙 작 '별수국 꽃필 때', 2023

최성숙 작 '신의 요정', 2024이미지 확대보기
최성숙 작 '신의 요정', 2024


한국화의 기술적 숙련을 이룬 뒤 현대성을 집요하게 추구한 작가는 시와 그리움으로 환치되는 화작(畵作)들로 작가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제17회 개인전 「사랑과 추억」展(2011) 이래 모습을 드러낸 작품들은 관념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색, 구조, 필법 구사에 있어서 독창성을 살린 감각적 기법으로 한국화가 만의 자연미를 구사하고 있다. 최성숙은 동서양의 감각적 이동이 자유로운 작가이다. 작가는 생동감 넘치는 구도, 정갈한 색 차림, 기법상의 노련함으로 오묘하고 신비한 유토피아와의 동행을 실행하고 있다.

좌절의 시대에 색상과 화면의 질감을 주시하면서 희망을 쏘아 올린 최성숙은 영웅이었다. 최성숙은 서울대 회화과에서 동양화, 동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였고, 오십여 년간 30개월에 한 번 정도 전시를 하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첫 개인전 「겨울여행」(1978) 이후 소수의 개인전과 「한국화 100년전 85인 초대展」(호암갤러리), 「거리를 좁히다_한국화가 4인전」(슐라스고 아트갤러리, 룩셈부르크) 등 국내외 초대전을 통해 조용한 전시 활동을 펼쳐 왔다. 자연의 순수성 투시와 화흥의 조형은 늘 리듬감을 탄다.
최성숙 작 '지리산의 설경', 2023이미지 확대보기
최성숙 작 '지리산의 설경', 2023

최성숙 작 '한여름 밤의 꿈-문신의 정원', 2023
최성숙 작 '한여름 밤의 꿈-문신의 정원', 2023


최성숙의 그림에는 달밤인데도 무지개가 떠 있고, 수닭이 트럼펫을 분다. 고급진 작가의 작품 해설이 회자된다. ‘수려한 꽃색은 튀어나와 온 화면에 그득한데, 행여 도망갈세라 굵은 네모 칸에 가두어버렸다’(「사랑」, 1987). 작가의 그림은 쉽게 보여도 어느 화제(畵題)도 쉽게 다룰 수 없는 사연이 있다. 찬찬히 세월에 얽힌 그림들을 해독해 나가면 ‘생의 예찬’이 튀어나온다. 최성숙이 성취해 낸 정묘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숭고한 아름다움에서 나온 것들이다. 작가의 그림들은 한국미술사에서 운기생동의 동인(動因)이 되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 제공=문신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