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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커2, "조커는 없다" 관객을 향한 돌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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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커2, "조커는 없다" 관객을 향한 돌직구

'조커: 폴리 아 되', 조커의 초라한 마지막을 조명하다

'조커: 폴리 아 되'의 리 퀸젤과 조커(아서 플렉). 사진=워너브라더스이미지 확대보기
'조커: 폴리 아 되'의 리 퀸젤과 조커(아서 플렉). 사진=워너브라더스
조커1이 조커의 탄생을 그렸다면 조커2는 조커의 죽음을 담았다. 아주 초라하고 무력한 최후. 결말에 도달하는 138분 동안 감독은 말하고 또 말한다. 아서 플렉이 조커를 내세워 저지른 행동은 부조리한 사회에 분노한 안티 히어로적 행위가 아닌, 그저 범죄에 불과하다고.

일각에서는 감독이 이뤄낸 전작의 모든 성공을 조커2를 통해 부정하고 붕괴시켰다고들 말하지만 오히려 기자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같지만 화법을 달리했다고 본다. 감독은 전편에서 현실과 망상의 경계에서 멋대로 생각하고 오해하며 불합리한 방식으로 분노를 터트린 아서 플렉의 조커를 호아킨 피닉스의 몰입도 높은 연기와 함께 우아하고 세련되게 담아냈다.
완성도 높은 서사와 연출에 많은 이들이 아서 플렉이 겪은 비극에 공감하고, 그의 분노가 합당하다 여겼고, 그로 인해 사회 전반에 퍼진 혼란과 광기는 일종의 '축제'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는 어땠나. 미군은 영화 조커로 인한 영화관 대량 총격 사건 모방 범죄에 대해 경고했으며 미 언론 또한 조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범죄에 우려를 표했다. 영화 개봉 직후 국내에서도 조커의 사상에 공감하며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예고 글이 줄이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조커 복장을 한 남성이 '묻지마 칼부림'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를 모방한 범죄가 수 차례 발생해 '조커'의 상영을 금지하기도 했다. 그만큼 영화 조커는 논란과 우려를 넘어 실제 범죄로 이어질 만큼 큰 영향력을 낳은 작품이다.

아서 플렉을 가둔 교도관들의 우산이 조커의 옷을 구성하는 색으로 돼 있다. 관객들은 조커를 보고 있는가, 아서 플렉을 보고 있는가. 사진=네이버영화이미지 확대보기
아서 플렉을 가둔 교도관들의 우산이 조커의 옷을 구성하는 색으로 돼 있다. 관객들은 조커를 보고 있는가, 아서 플렉을 보고 있는가. 사진=네이버영화

그로부터 4년이 지나 '조커: 폴리 아 되'가 개봉했다. 1편과 같은 내용을 기대했다고 부정하진 않겠다. 영화로부터 파생되는 위험성과는 별개로 조커1은 정말로 재미있었고 호아킨 피닉스의 거죽을 뒤집어쓴 사회 부적응자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감독은 조커2를 통해 관객의 기대를 완전히 박살 낸다.

영화를 보기 위해 객석에 앉은 138분 내내 감독이 스크린 너머에서 "조커는 없어", "그는 사회 부적응자이며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 불과해"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다. 그토록 우아하고 아름다운 전작을 만들어 낸 동일 감독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돌직구를 던져댄다. 그 와중에 투박한 돌을 감싼 포장지와 리본은 전편에서 봤던 그것과 같이 고급스러워 같은 감독임을 상기시킨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온 직후에는 '좀 더 세련된 화법을 사용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는 메타포를 최소화해 관객의 사고와 상상력을 펼칠 '여유'조차 제한하고 한 가지 메시지만을 들려주기 위해 과감히 포기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다.

애초에 조커2는 흥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전작이 낳은 부정적 영향에 대한 속죄와, 조커에 동조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훈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렇기에 조커2는 아직 미완성의 작품이다. 영화가 전편과 같은 신드롬적 흥행에 실패해 전작의 모든 성취와 명성을 끌어안고 뒤안길로 사라지는 순간, 비로소 영화가 완성되고 막을 내릴 것이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