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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수 안무의 '크리스마스 캐롤', 고전 소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걸작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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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수 안무의 '크리스마스 캐롤', 고전 소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걸작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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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롤
11월 13일(수) 오후 8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찰스 디킨스 원작, 최진수(서울발레시어터 단장·예술감독) 안무의 발레 「크리스마스 캐롤」(Christmas Carol)이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대전염병 기간이 끝난 뒤 고립과 냉소가 팽배해진 사회를 반영한다. 안무가 최진수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잊혀가는 희생과 나눔의 가치를 아쉬워한다. 그는 상상력이 풍부한 스토리텔링, 상황에 맞는 정교한 안무, 감각적인 연출, 발레 창작의 정공법, 조화로운 발레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안무가 최진수는 올해 「화양연화」, 「피터팬」, 「신데렐라」로 작품성과 흥행성 두루 갖춘 한국형 발레를 직조해 왔다. 최진수 안무가는 동시대의 인간관계를 탐구하며, 다양한 사회관계 속에서 진정한 인간성, 일상의 소중함, 놓치고 있는 소중한 가치에 대해 사유한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친숙한 스토리로 우리에게 스키마가 되어 있고, 동화 같은 발레 분위기는 기꺼이 즐길 동참의 공간을 마련한다. 탁월한 연기력과 무용수들의 기교는 이 작품을 발레 명작으로 삼을 만하다.
안무가는 예전의 크리스마스 시즌의 모습과 사뭇 다른 현재의 크리스마스 시즌에 착안한다. 변모된 성탄절 풍경에서 요구되는 것은 인간의 따뜻한 ‘정’이다. 성탄절 자선냄비 종소리, 여기저기 울려 퍼지던 성탄절 음악들, 행복해 보이던 가족들 또는 연인들의 모습이 변해있다. 안무가는 주인공 스크루지를 내세워 탐욕과 이기심이 빚는 결과를 보여주고 반성과 회개로 다른 사람이 된 스크루지를 보여준다. 발레 「크리스마스 캐롤」은 적선(積善)이 행복을 부르는 교훈을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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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프롤로그와 6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 스크루지 vs 스크루지, 1장 : 메리 크리스마스 : 빚진 자들과 마음에 빛이 없는 자 2장 : 말리와 유령들 어두운 침실, 내 죽음을 잊지 말게 3장 : 과거(스크루지의 젊은 시절, 페지위그와의 만남) 4장 : 현재(뜻밖의 현실) 축복이 가득한 식탁 5장 : 미래(날 위해 울어줄 사람) 스크루지의 죽음 6장 : 크리스마스 캐롤, 천사의 노래가 작품의 틀을 이루면서 가족 발레를 완성하였고, 관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분주하고 경쟁적이며 현대감을 소지한 도시 장면으로 시작된다. 탑 조명 아래 중절모를 쓴 무용수의 솔로를 시작으로 무용수들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동작으로 도시의 피로와 소외를 표현한다. 스크루지의 냉소적인 태도와 주변 인물들과의 단절이 시각화된다. 차갑고 날카로운 체스판을 닮은 조명과 리듬감 있는 음악은 스크루지가 갇혀 있는 세계의 삭막함을 구현한다. 무대 앞 탑 조명 아래, 무리의 무용수들은 현대 사회의 각박함을 상징한다.

눈 내리는 영상 속 활기찬 음악과 더불어 어린 무용수들이 등장하고 평화로운 마을 일상이 전개된다. 스크루지 조카의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응원과 함께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이 진행된다. 음침한 음악과 함께 스크루지가 등장한다. 조카는 화 나 있는 스크루지에게 저녁 식사를 초대하고 사라진다. 수금하며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스크루지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다. 이전 장면의 반복 군무는 스크루지를 군중 속 인물로 밀어 넣으며 파도처럼 일렁이는 춤 안에 머물게 한다.

낭만적인 외부 풍경이 놓인다. 눈 내리는 마을을 걸으며 등장하는 스크루지는 직원 밥을 호출한다. 모두를 불신하는 스크루지의 인물적 특성이 드러나는 자기 신체 일부분과 대화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무대는 2장의 스크루지의 방 한켠으로 전환된다. 잠든 스크루지, 무대에 나타난 유령 말리는 스크루지란 인간을 삶과 죽음에 다가서게 한다. 유령은 “내 죽음을 잊지 말게” 하며 사라진다. ‘해골 유령’, ‘말리 유령 등장’ 같은 홍 웅의 음악이 서무에서 6장까지 분위기를 조성한다.

블랙라이트 조명과 해골을 활용한 군무는 점점 스크루지에게 다가서며 죽음을 선사한다. 이동 액자를 통해 시공간을 넘어 등장하는 두 여인의 몸짓은 스크루지 본인의 깊은 내면의 두려움에 접근시켜 스크루지를 어린 시절과 젊은 날의 기억으로 데려간다. 스크루지의 과거, 그 순수함과 일상을 어린아이의 춤과 몸짓으로 표현한다. 어린 시절 고단했던 일상과 젊은 시절, 과거의 연인과 함께 추는 서정적인 듀엣은 스크루지가 놓쳐버린 시간과 후회를 섬세히 묘사한다.

강렬하고 붉은 조명 아래 성탄절 파티, 화려한 군무가 분위기를 살린다. 젊은 시절, 스크루지와 연인 페지위그와의 서정적인 듀엣은 나눔과 연대의 소중함을 각인시킨다. 스크루지는 축복이 가득한 식탁을 마주한다. 작곡가 홍 웅, Jovenes Viejos, Nat Keefe with The Bow Ties의 음악이 흐른다. 청색 계열의 차가운 조명과 오케스트라 피트에선 스크루지의 직원 밥이 저녁 식사를 펼친다. 스크루지는 아프지만 밝게 사는 어린 소년에게서 크게 감동받는다.

스크루지의 회상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전환된다. 스크루지는 자기 죽음과 잊힌 삶을 목격한다. “미래에 ‘스크루지의 죽음’에도 ‘날 위해 울어줄 사람’은 없다.”라는 결론에 스크루지는 좌절한다. 스크루지를 동생의 무덤으로 데려간 유령은 회전하고 힘 있는 춤을 통해 스크루지의 절망과 혼란을 형상화하며, 스크루지가 변화해야 한다는 결심이 서도록 강조한다. ‘아베마리아’가 퍼지는 가운데 천사들의 군무는 스크루지의 변화된 마음을 표현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할 결심을 보인 군무는 절정의 분위기를 보였다. 밝고 따뜻한 조명 아래 크리스마스 아침으로 장면이 바뀐다. 잠에서 깬 듯, 변화된 스크루지는 자신의 방에서 옷을 갖춰 입고 마을로 나와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반갑게 인사한다. 도시의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는 무용수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스크루지는 대전염병 시대 이후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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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롤」은 전통적인 서사와 현대적 안무, 기술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서울발레시어터의 겨울 브랜드 상품이 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최진수 단장의 제작 의지와 안무가로서의 세세한 짜임새와 연출력, 협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발레단 분위기, 고전을 해석하는 남다른 해독력, 탁월한 기교가 훌륭한 무대와 영상, 주인공의 성격을 고려한 의상 등이 합쳐 종합예술 「크리스마스 캐롤」이 국내외에서 다양한 팀으로 구성되어 국위를 선양하기를 바란다.

(출연 : 황경호 석지우 신재열 김찰리 고희정 박시은 ‘오동구 카탄바타르’ 장지현 이수현 이진기 이단비 김도연 이지호 안지수 김민세 김태우 강다연 김가은 이어진 박성은 윤상아 박정현 이수빈 정초은 남수민 임채이 전연재 신정현 김하윤 방윤서)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