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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무형유산의 화려한 전개 '진주교방굿거리춤_이랑무二浪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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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무형유산의 화려한 전개 '진주교방굿거리춤_이랑무二浪舞'

[나의신작 연대기(46)] 정혜윤·김유미(한국무용가)의 '진주교방굿거리춤_이랑무(二浪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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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교방굿거리춤_이랑무二浪舞
지리산 겨울 상고대를 가보라/ 감히 그 뜻을 알기나 할까/ 햇살은 아침마다 평화롭게 피건만/ 그대들은 늘 빗장을 채워두었구나/ 그 아래 영롱하게 피어나는 구름꽃/ 후드득후드득하며 눈꽃 위로 떨어질 듯하지 아니하던가/ 남강은 깨우침의 강이다/ 열정으로 대를 이어 춤추니/ 그대들은 고향집 싸릿문을 걷으라/ 남강의 기운이 상암벌까지 닿아/ 임진강 한켠에서 뱃놀이라도 할까나/ 이랑무二浪舞가 깨우친 겨울의 사연

혼자라 할 수 없다. 같이 추어야 춤이다. 제자는 한사코 자신만 드러내지 않고 저만치 있는 스승을 가리켰다. 참으로 고운 심성이다. 스승을 감싼 바람이 둘을 따스하게 만들었다. “진주 남강의 큰 물결 작은 물결 넘실넘실 서로를 보듬어 안고 흐르는데, 푸른 물에 붉은 충절 유유히 흘러 천년 강으로 빛나네” 적어도 이랑무(二浪舞)라 칭한 춤에는 사연도 한가득하다. 들판의 춤은 ‘한국의 무형유산 : 반열’에 들어 있었다.
긴 시간이 지났다. ‘제7회 서울국제댄스페스티벌 인 탱크’(문화비축기지 T1, 파빌리온)는 경남무형유산 '진주교방굿거리춤_이랑무(二浪舞)'를 특별 초빙했다. 스승 정혜윤과 제자 김유미가 수평의 무대에 올랐다. 이날 공연은 평생 춤 길을 걸어온 네 분의 명무와 그 춤을 잇는 자녀 혹은 제자와의 공연무대였다. 정혜윤 명무는 제자 김유미(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와 '진주교방굿거리춤_이랑무(二浪舞)'로 한 무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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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교방굿거리춤_이랑무二浪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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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교방굿거리춤_이랑무二浪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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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교방굿거리춤_이랑무二浪舞

정혜윤(정예자)은 1941년 진주에서 칠 남매의 막내로 태어나서, 대학 시절을 제외하고 80년이 넘는 시간을 예향의 도시 진주에서 예술과 교육을 위해 살아온 분이다. 그녀는 봉래국민학교 1학년 때, 학교 대표로 ‘제1회 영남예술제’에 군무로 선보일 무용을 배우기 위해,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진주의 전통 예술인들인 기생 할매들에게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기생 할매들의 춤 관습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소지한 매정 정혜윤은 중앙대의 전신인 서라벌예대를 졸업한 후, 고향 진주로 돌아가 경상남도 최초로 교육부 학원 인가를 취득하고 수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진주과학기술대학교에 무용과를 개설하여 책임교수를 역임했다. 폭넓은 예술 활동을 펼쳐온 선생은 진주시립무용단의 초대예술단장을 10여년간 역임하고, 경남국정자문위원, 진주시예총회장, 개천예술제에 여성 최초로 예총 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추고 있는 진주교방굿거리춤은 최순이(최완자)에서 김녹주로 이어지면서 소고춤이 더해졌고, 1997년 1월 30일 김수악(김순녀) 선생의 진주교방굿거리춤이 경남무형유산 제21호로 지정되어 보유자가 되었을 때, 정혜윤 선생은 준 보유자였다. 진주교방굿거리춤은 문화재 지정 이후 정혜윤 선생은 진주교방굿거리춤을 보존, 전승, 교육하기 위해 진주교방굿거리춤을 교육하며 후진을 육성하고 있다.

매정 정혜윤은 국립무용단, 서울시무용단, 인천시립무용단, 창원시립무용단 등 국·시립단체와 한체대, 한예종 전통원, 무용원, 강원대, 경성대 등 여러 대학에서 진주교방굿거리춤을 전수, 교육하면서 전통춤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몸소 예증해 보인다. 현재 (사)한국전통연희진흥원 이사장, (사)진주교방문화원 원장으로서 진주시 백년사 집필의 문화 부문을 고증·주도하며 진주시 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경남무형유산 ‘진주교방굿거리춤’은 고려 문종 때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국가에서 교방청을 설치해 전승해 온 춤이다. '진주교방굿거리춤_이랑무(二浪舞)'는 계묘년 2023년 전국무용제 경남명무전에서 크게 호응을 받았으며 스승 정혜윤과 제자 김유미(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가 추는 이인무로 도도히 흐르는 진주 남강의 서정 속에 논개의 우국충정과 진주 여인의 지조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자연미와 즉흥미의 조화가 빼어난 이 춤은 ‘한, 흥, 멋, 태’가 ‘정·중·동’으로 흐르며 표현된다. 주변과 어울려 같이 추기에 충분한 춤은 대동춤을 견지한다. 3분 박, 4분 박의 느린 굿거리장단과 자진가락으로 춤을 출 때는 손목 사위와 간드러진 좌우 새를 통해 즉흥적인 감정이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차분하면서도 끈끈하고, 섬세하면서도 애절한 무태를 지닌 격조 높은 교방 계열의 춤은 관객의 마음을 뺏기에 충분하다.

강은 늘 아름답고 슬픈 사연을 담고 있다. 젊은 남녀의 이별은 애틋하고, 생계를 위해 긴 뗏목을 타고 떠나는 이별은 아픔을 가중한다. 독립운동을 위해 떠난 님의 강은 생사를 알 수 없었기에 슬펐고, 적과 나누는 술자리에서의 강은 서슬이 퍼런 강이었다. 머물지 않고 흐르며 긴 역사를 오롯이 품어낸 진주 남강. 깊은 도도함을 스승과 제자는 아름다운 하모니로 담아낸다. 상상 속에 시(詩) 알이 차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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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명무제(2023, 3.15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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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명무제(2023, 3.15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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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명무제(2023, 3.15아트센터)

'진주교방굿거리춤_이랑무(二浪舞)'는 두 무용수가 주인공이다. 이 춤을 보면서 진주는 정혜윤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진주교방굿거리춤은 진주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진주는 매정 선생이 진주를 알리는데 평생 애써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지 묻는다. 오늘도 진주 남강 푸른 물결이 잔잔하게 이는데, 무심한 세월이 시간을 끌어당기고 문화비축기지의 나비들이 비상을 재촉하는 듯하다.

김유미는 30여년 가까이 매정 선생 곁에서 춤 길을 걷고 있는 수제자로서 경남무형유산 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이다. 대학 졸업 후에 20여년간 인천시립무용단 주역 무용수, 훈련장으로 몸담으며 전통과 창작을 다양하게 경험해 왔다. 현재 미아트컴퍼니 대표 및 예술감독으로서 전통을 동시대화 하는 작업에 시선을 두고 음악, 소리, 연기 등 여러 장르의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연출가, 안무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김유미는 지난해에 연출가, 안무가, 무용가로의 활동을 인정받아 2023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주최 ‘올해의 예술가 심사위원특별상’(산홍(珊紅):장구춤, 콜비츠의 노래:소리극, 초연:무용극)과 2023년 PAF ‘올해의 신전통무상’(산홍(珊紅):장구춤)을 수상했다. 그녀는 매정 선생의 춤 인생과 작품 활동, 예술 정신을 총정리하고 바르게 전승할 것이다. '진주교방굿거리춤_이랑무(二浪舞)'는 전통춤 협업의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정혜윤(한국전통연희진흥원 이사장, 진주교방문화원 원장)이미지 확대보기
정혜윤(한국전통연희진흥원 이사장, 진주교방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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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미아트컴퍼니 대표, 예술감독)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사진제공 미아트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