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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빚갚다 곡소리'… 내년 상반기 12조 청구서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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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빚갚다 곡소리'… 내년 상반기 12조 청구서 대기

저금리 당시 발행한 ‘카드채’ 만기도래…차환 시 ‘고비용’ 부담
발행 당시 1~2%대 금리 수두룩…현재 최대 ‘세 배’ 이상 높아
조달비용 부담·가맹점수수료 인하·경기침체 ‘삼중고’
무이자할부 축소·알짜카드 단종 등 긴축경영 불가피

신년에도 카드사들의 고비용 부담이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본사DB이미지 확대보기
신년에도 카드사들의 고비용 부담이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본사DB
카드사들이 갚아야 할 카드채 물량이 내년 상반기에만 무려 1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상반기 8조 원가량이었던 카드채 만기 규모는 이후부터 꾸준히 증가해 매년 12조 원대 안팎으로 불어났다.

‘발행 당시 금리’(저금리)와 ‘현재 금리’(고금리) 간 차이로 카드사 비용 부담이 커졌다. 고비용 부담과 경기침체,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등으로 신년에도 소비자 혜택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 금리 하락에도 여전히 ‘세 배’ 높아

29일 금융권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공시를 보면 내년 상반기 기준 카드사들이 발행한 카드채 만기 규모는 12조81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상반기 8조 원가량이었던 카드채 만기 규모는 이후부터 꾸준히 증가해 매년 12조 원대 안팎에서 불어나는 추세다.
카드사들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 전체 80% 정도를 카드채를 발행해 마련한다. 만기가 다가오면 새로 채권을 발행(차환)해서 갚는다. 카드사들이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사업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 운영 비용으로 투입된다.

카드사별로 만기 규모를 보면 롯데카드가 2조55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KB국민카드 2조1400억 원, 신한카드 2조700억 원, 삼성카드 1조6100억 원, 현대카드 1조5600억 원, 우리카드 1조5000억 원, 하나카드 9100억 원, BC카드 4700억 원 등 순이다. 발행금리 수준을 보면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자금시장이 경색됐던 2022년 하반기를 제외하면 1~2%대 물량이 가장 많고, 3%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최근 3개월간 카드채 발행금리를 보면 3%대 초중반에서 4%대 초반이다.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과거 1~2%대에 자금을 조달했던 차환을 시도할 때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드사는 조달자금 대부분을 카드채를 통해 마련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일부 카드사에서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체 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떨어진다.

■ ‘혜택’부터 줄인다

카드사의 비용 부담이 높아지면 가장 먼저 소비자 혜택부터 줄어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혜택이 무이자할부다. 현재 일부 카드사에서 일부 업종에 한해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최대 2~3개월까지만 제한을 뒀다. 고비용 부담이 심화하면서 어지간히 규모가 큰 결제가 아니라면 무이자할부를 기대하기 어렵다.

혜택이 많은 ‘알짜카드’와 ‘혜자카드’ 등 고비용카드의 단종도 눈에 띄게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1~6월) 단종한 신용카드는 282개, 체크카드는 91개로 집계됐다. 신용카드는 지난해 단종 건수(405개)의 70%에 육박했고, 체크카드는 지난해 수치(53개)를 뛰어넘었다. 신용·체크카드의 단종 건수를 합치면 올해 상반기 수치(373개)가 지난해 전체(458개)의 80%를 웃돌았다.

연회비 상승과 함께 고소득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마케팅 경쟁은 더 활성화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BC카드 등 전업카드사 8개사의 올해 상반기 누적 연회비 수익은 7084억 원이나 된다. 전년동기 대비 10% 늘었고, 재작년보다는 16% 증가했다.

■ ‘긴축경영’ 되풀이

카드사의 긴축경영은 새해에도 불가피하다. 카드사들은 올해 3분기 누적순이익 2조 원을 달성했다. 작년 동기 대비 8% 개선된 실적이다. 무이자 할부 등 주요 혜택 축소에 따른 비용절감 영향이라는 게 여신업계 설명이다. 일종의 ‘불황형 흑자’를 지속하는 셈이다. 실제 카드사의 영업환경은 전체 금융권 통틀어 가장 안 좋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금리 인하 속도 둔화와 환율 상승 등으로 조달비용이 오르고, 카드수수료율 마저 인하하면서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장사를 이어가야 한다. 카드사들은 결제 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대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카드론 규모는 42조5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경기침체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사로 몰려들면서 ‘영업의 질’은 악화할 거란 우려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고비용 부담이 지속하면서 사업이나 영업 확대보다는 올해와 같은 절감·축소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