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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라 안무의 창작발레 '스크루지', 시린 계절의 난로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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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라 안무의 창작발레 '스크루지', 시린 계절의 난로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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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라 안무의 '스크루지'
아득한 옛날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이가 있다. 1973년 봄에 이대 무용과에 입학하고 발레를 공부한 예술감독 조윤라(趙允羅, Cho Yunla) 충남대 무용학과 명예교수이다. 대학 졸업 후 일본 다니모모꼬 발레단에서 2년간 수학하고 출연한 일본 유학파이다. 그녀는 홍정희 무용발표회에 주역으로 「코리아 환상곡」외 다수(1973~1976) 출연, 발레블랑 창단공연 「해적」(solo) 안무 및 출연, 발레블랑 회장(1985~1988)을 거쳐, 현역으로 「스크루지」를 안무해 내고 있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공연된 조윤라 발레단의 가족발레 「스크루지」 투어에 갔다. 지구촌 공감대의 권선징악 작품은 어디에서나 환영받는다. 한국의 11월, 12월의 공연장에는 이미 「스크루지」와 「호두까기인형」이 어린이 관람 필수 공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관람하는 동화발레, 나눔과 사랑의 의미를 선사한 「스크루지」는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 의정부문화재단·조윤라 발레단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이었다.
‘2024년 순수예술을 통한 전국 공연장 활성화 사업 선정공연작’ 발레 「스크루지」는 19세기 영국의 대표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1843)이 원전으로서 인류애와 구원의 가치를 주제로 한다. 안무가 조윤라는 이 고전을 발레 「스크루지」로 재창작했다. 「스크루지」는 스크루지가 성탄절 전야에 요정을 만나면서 과거, 현재, 미래에 걸친 스크루지와 인간관계를 펼쳐놓고 스크루지가 각성하고 따뜻한 이웃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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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라 안무의 '스크루지'

대형 시계가 걸린 집에 밤이 찾아오고, 스크루지는 돈을 상징하는 자루를 안고 잠에 빠진다. 스크루지는 요정이 이끄는 세상을 보게 된다. 안무가는 유령 대신 요정을 회개의 가이드로 설정한다. 주역 무용수 윤전일, 박지수의 탁월한 연기를 주축으로 다섯 쌍의 남녀 무용수들은 분위기와 상상을 고조시킨다. 색을 바꾸어가는 조명은 스크루지의 심리적 변화를 이끌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2013년 이래 「스크루지」는 조윤라의 연말 창작발레가 되었다.

산수유 붉게 열매 맺는 겨울엔 따스한 교훈이 훈훈한 정을 낳는다. 현대사회가 빚은 빈부격차와 인간성 상실이 도드라진다. 변화를 통한 구원만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는 존중받는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의 명대사, “나는 과거를 지울 수는 없지만, 미래를 바꿀 수는 있다.” 요정들은 각각의 시간과 삶의 교훈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스크루지가 변화된 행동으로 선행을 베풀어 나가자, 이웃은 웃음이 넘쳐나고 인간관계는 치유되며 회복된다.

「스크루지」의 시놉시스는 교훈적이다. ″추운 성탄절 전야에도 늙은 구두쇠 스크루지는 직원들을 부려 먹는다. 성탄절 이브에 스크루지의 꿈에 요정이 찾아온다. 요정을 따라 스크루지는 과거, 현재, 미래로 여행을 떠난다. 사랑했던 여인과의 이별(과거), 마을 사람들이 악덕 주인이라 조롱하는 모습(현재), 사후에 악령에게 끌려다니는 모습(미래)을 지켜본 스크루지는 인색했던 마음을 회개하고 감사의 마음으로 성탄절을 맞이한다.″

예술감독 조윤라는 디킨스의 명료한 인물 구성법을 따온 듯이 등장인물을 배치하고, 발레 무용수들이 꼭 필요한 부분만 작품의 움직임에 에너지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과유불급을 실천한다. 조명, 음악, 무대 장치도 그러하다. 아울러 색상과 비주얼을 고려한 의상에서도 실리적 이점을 구사한다. 세 시제를 통한 상상력과 매혹적인 스토리의 창의적 해석과 서리 같은 삶의 한가운데 찾아온 따스하고 특별한 하루를 찾아가며 진정한 삶의 의미와 소통의 의미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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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라는 한국발레연구학회 이사장으로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과의 적극적인 만남과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스크루지」는 절제미를 보여주면서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발레공연이었다. 익숙한 이야기를 스키마 할 수 있는 내용은 흥미로웠고 상상력을 자극했다. 고른 기량의 무용수들이 적절한 사운드와 음악에 맞추어 독무, 이인무, 군무로 확장하며 연기해 내는 가운데 관객들은 이미 관람한 다른 작품들과 창작발레를 비교하는 여유를 지니게 되었다.

조윤라 발레단은 발레 활성화와 우수 레퍼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순수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클래식 발레의 기교, 창작발레를 동시에 병행하는 무용계의 모범 발레단의 전형으로 평가 받아왔다. 조윤라는 무용 콩쿠르 수석상(1969) 이래 ‘재19회 한국발레협회, 올해의 예술가상’(2014), ‘제20회 한국발레협회 대상’(2015), 한국무용협회 무용대상 솔로듀엣부문 ‘최우수상(2016), 제39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2019) 등을 수상 해왔다.

「스크루지」의 완성도를 위해 예술감독 및 안무에 조윤라, 무대제작 전종권, 조명디자인 신 호, 영상디자인 정호영, 의상디자인 송보화, 영상기록 지화충 등이 노력했고, 출연진은 스크루지역에 강선구, 주역 무용수(윤전일, 박지수), 솔리스트(이광석, 박정은, 이유범, 배수연, 김영채), 팝핀듀엣(김성현, 황은빈), 무용수(류형수 김유식 이근희 윤오성 이서연 배민지 안선향 이정은 권민서 전소현 박소정 한규림 황예지 박세현)가 노력했다. 「스크루지」는 잊지 못할 걸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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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사진제공=조윤라 발레단, 사진촬영=지화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