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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성의 걸작 연극 '환상의 듀오', 소극장 연극의 정석을 내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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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성의 걸작 연극 '환상의 듀오', 소극장 연극의 정석을 내보임

윤수호·주호성 극작, 배민희 연출의 '환상의 듀오'이미지 확대보기
윤수호·주호성 극작, 배민희 연출의 '환상의 듀오'
윤주호·주호성 공동대본, 배민희 연출의 「환상의 듀오」는 갑진년을 마무리한 공연이었다. 당국의 극장 지원이나 지원금 없이 올리는 연극임에도 진성 관객들이 연극에 빠져들었다. 단출한 무대 디자인임에도 있을 것은 다 있고, 조명과 음악도 주제에 밀착되게 운용되고 있었다. 현란한 화술 연기와 입장권 한 장으로 여러 작품을 본 듯한 복합 구성은 정상 연극의 품위를 견지하고 있었다.

극단 ‘원’의 제14회 정기공연(2024.05.16.~06.02) 「듀오」(DUO)가 앙코르 공연의 「환상의 듀오」(2024.11.21.~12.08)로 확장되어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선보여 갈채와 호평을 받으면서, 정상에서 가장 낮은 곳까지 이해와 공감, 설득으로 채운 소통의 지침서로 기능하였다. 그 중심에는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신화를 창출하는 배우 주호성의 세상을 성찰하는 깊은 연극 철학이 자로 잡고 있다.
「환상의 듀오」(공연시간 110분)는 서로의 진솔한 마음 열기 힘든 세상에 80세의 고독한 노배우 천일염(주호성)이 자유롭고 쾌활한 사회복지사 반고은(정재연)을 만나 세대와 셩별을 초월하여 바람직한 조화로 윈-윈의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두 배우의 가족 같은 연기 호흡은 자연스러웠으며, 장면 전환 때 때마다 정우석(복지팀장), 신비경(딸), 이민수(경찰), 이하늘(피싱녀)은 무대를 채워주고 있었다.

「환상의 듀오」는 소통과 희망을 격려한다. 여러 부문에서 흠결이 없다는 작품은 앙코르 공연마저도 최상 등급을 받았고, 한국 연극사에서 소극장 연극의 등재작이 되었다. 극단생활 대표 정중헌은 “고령화 시대의 70~80대 노인들은 여러 요인에 갇혀 헤매고 있고, 20~30대 젊은이들도 출구가 보이지 않아 답답해한다.”라고 하면서 공연작은 연극에 대한 진실성과 ‘출구’ 이야기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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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호·주호성 극작, 배민희 연출의 '환상의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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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호·주호성 극작, 배민희 연출의 '환상의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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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호·주호성 극작, 배민희 연출의 '환상의 듀오'

「환상의 듀오」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주호성을 분석하는 것이 이 작품의 9부 능선을 넘는 것임이 드러난다. 연기자 주호성, 연출가 주호성, 희곡작가 주호성 어느 쪽으로 불러도 다 맞는 말이다. 연극에 대한 그의 해박함은 백과사전과 다름없다. 그의 연기론은 여러 연극 작품의 대본에 들어가 있으며, 그는 인간을 보듬는 고전주의적 성향의 작품을 존중하는 배우임이 밝혀진다.

주호성은 박식하지 않고서는 넘어설 수 없는 연기적 경험과 연극의 여러 부문에 걸쳐 해박한 내공의 배우이다. 「환상의 듀오」에서 주호성은 문화로 우뚝 서는 나라의 국민을 만나고 싶어 한다. 연극이 끝나고, 커튼콜에서 자신의 연극관에 걸친 견해로 “국민의 삶의 질과 비례하여 일상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하여 감동을 연출했다.

주호성 자신과 그의 주변은 연극에 대한 진정성으로 늘 튼실하다. 배우는 대사의 질감을 음미하고, 상대역과 무서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연극의 본질을 찾아가는 연기는 늘 감동적이다. 연기자는 축구에서 총력 축구가 그러하듯, 올라운드 플레이어야 한다. 배우는 비평적 안목과 연극적 기억의 축적으로 사심 없이 연극이라는 예술을 축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호성은 자타가 인정하는 화술의 달인이다. 현실감이 살아있는 대사들을 순식간에 쏟아내면서도 발성과 호흡의 높낮이, 단어의 고저장단, 쉼과 마침에 이르는 대사를 조율한다. 연극을 통해 그는 늘 희망을 이야기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Ein Bericht für eine Akademie)의 늙고 지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원숭이 빨간 피터 역을 감동적으로 연기해 낸다.

주호성은 최소한 자신의 영역에서는 달인이다. 그러한 자신감은 주변으로 번진다. 봄과 겨을에 만난 주호성 정재연의 「환상의 듀오」는 극의 고정된 틀 속에서도 자유로운 정신적 유동을 느끼게 하는 순수성을 지니고 있었다. 작가의 노련한 연극적 구동은 불통에서 타협에 이르게 하고, 이기심에서 이타행으로 이끌게 한다.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든 작품은 주호성 극을 옹호하게끔 만든다.

주호성의 수양과 인품이 겸비된 연극은 실제 가족생활로도 이어지며, 튼실한 울타리를 만들어 왔다. 동료들도 그의 인품과 진정성을 줄곧 존중해 왔다. 상대역 정재연도 주호성과 「환상의 듀오」를 전개 시키면서 세대 차이를 잊고 배움의 자세로 진솔하게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연기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주호성의 마법적 연기에 심취하여 현실적 벽을 돌파해 가는 최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연극이 잘 되는 나라가 행복한 나라다!” 주호성은 연극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주호성은 믿고 보는 연극을 늘 생산해 왔다. 「환상의 듀오」는 조용하게 극의 주제인 소통과 미래 비전으로 갈등을 치유해 내고 있었다. 고도의 진실성과 진지함을 소지한 인물과 사회적 배경이 연극에서 잘 용해되어 이 시대에 주호성의 입장을 반영한 명품 연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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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호·주호성 극작, 배민희 연출의 '환상의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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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사진제공=극단 ‘원’, 사진촬영=김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