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청지기’ 제5회 정기공연...지우영 제작총괄, 이규완 연출
을사년 1월 9일(목) 저녁 7시, 도봉구민회관 대극장 하모니홀에서 지우영 제작, 극단 청지기 주최, DTS 행복들고나 주관, 서울시교육청, 예룸·예하예술학교, ‘희망 나눔 온’ 후원, 이문열 원작, 이규완 연출의 뮤지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극단 ‘청지기’ 제5회 정기공연이 되었다. 시대의 아픔을 조망하면서 새 희망을 써낸 작품은 ‘세계의 문학’(여름호, 1987년)에 발표되어 당해연도의 베스트 셀러 이자 제11회 이상문학상(1987년) 수상작이 되었다. 무대는 바른쪽에 단을 이룬 책상 열네 개와 왼쪽에 녹색 칠판이 놓여있고, 연기자들의 활동 공간이 설정된다. 교무실을 상징하는 이동 보드와 시험이 끝난 뒤의 은밀한 파티 공간을 상징하는 보드가 이동하며 나타난다. 영상은 수시로 헝한 분위기를 덧칠하듯 달라붙고, 조명은 등장인물들의 분위기를 반영하며 특히 병태의 심리표현에 집중한다. 병태가 석대의 명령으로 늦은 시간까지 교실에 남아있거나 석대의 존재가 사라졌을 때는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규완(예룸학교 담임, 연극전공) 연출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한국현대사를 국민학교 교실(1996년 이전의 초등학교)로 은유한 현실 고발 작품이다. 연출가는 반장 엄석대(석제민, 졸업생)의 비행과 전학생 한병태(박은총, 고1)의 대립을 통해 한국 사회의 암적인 부분들을 들추어내어 새 역사를 써내려는 작가의 뜻을 전하고, 연출가 자기 특유의 연출 형식과 수사학을 간결하게 감동적으로 내보인다. 병태가 하고자 하는 속마음은 스피커의 해설로 대치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뮤지컬인 만큼 적당한 분량의 대사를 서로 나눠 가지고, 복식 호흡에 최대한 가까이 가며, 음악은 시대를 상징하는 ‘Moon River’ 같은 곡을 배경으로 깔고, 시간상의 고려로 독창의 기교보다는 합창으로 분위기를 창출한다. 춤은 과하지 않게 모자라지 않게 연극적 분위기를 갖춘다. 시대감을 살린 검정 교복이 의상을 대신하며 음향은 감정 전달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뮤지컬 공간에 부적합한 공간에도 작품은 감동을 충분히 살렸다.
작품은 영화적 회상 공간(성인 병태의 회상)을 생략하고 소설의 원 무대를 시대와 장소로 삼았다. 5학년 한병태는 1학기 초, 봄에 이사한다. 엄석대는 학교에서 폭력적인 권력을 휘두르며 비행을 쌓고 있었다. 누구도 감히 석대의 폭력과 부조리에 대항하지 못했고, 거기에 빌붙어 평화를 누리며 살아갔다. 전학 초기에는 이에 저항했으나 그 결과 소외감과 모함만 받았다. 담임조차 석대가 지도력을 갖춘 급장으로 생각했다. 병태는 고통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
엄석대는 급우들의 물건들을 빌리는 형식으로 빼앗았으며, 복장·용의 검사, 미술 준비물 검사, 자습 지도, 축구 시합 에서의 금품 걷기 등의 비행을 저질렀다. 한 학기 만에 병태는 반에 적응하지 못했고, 석대의 권위에 굴종하고 저항을 단념한다. 석대는 의도치 않게 무너진다. 엄석대 중심의 반 분위기가 수상함을 느낀 6학년 새 담임선생 신정원(임예림, 고1) 때문이었다. 그 후 밝혀지는 엄석대의 숨겨진 갖은 잘못들. 엄석대는 그야말로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연극은 담임교사의 무관심이 엄석대의 비행을 키웠음을 부각한다. 깨어있는 시민정신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재확인 시킨다. 시험 부정은 엄청난 죄악이다. 교사는 필체와 평상시의 성적과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5학년 담임 최상화(김경빈, 고3)의 학습지도 태도는 제로상태이며 학생들을 방치에 가깝게 두었다. 새로운 권력자가 된 6학년 담임선생 신정원(임예림, 고1)은 폭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
그런데도, 학교 폭력 문제는 적법 절차에 따라 처리되었어야 했다. 6학년 담임의 개인적·집단적 저항, 사적 제제를 조장하는 일은 어느 시대든 바른 방식이 아니다. 사랑의 매를 인정하는 학교 폭력 미화란 있을 수 없다. 시대를 반영하는지 부모들은 극 중에 등장하지 않는다. 석대 체제 붕괴 후, 자유 투표에서 석대는 자신의 표와 기권 표만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연극, 영화. 뮤지컬로 진화되어도 여전히 인기가 있다.
조연출 임유택, 안무 이동건, 작곡·작사 임유진, 조명 박주원, 음향 고병일, 영상 김선탁의 도움으로 5학년 담임선생 최상화(김경빈, 고3), 김문세(김영주, 고3), 진선미(최한비, 고3), 윤병희(황진서, 고3), 황영숙(김예빈, 고2), 김영팔(김리영, 고1), 6학년 담임선생 신정원(임예림, 고1), 이현구(전영훈, 고1), 박원하(김예나, 중3), 양결순(황지후, 중3), 최태균(임준혁, 중2), 강동규(조 환, 중2), 정순자(신채원, 중1), 임만순(이수빈, 중1)에 이르는 출연진은 영웅들이었다.
극단 ‘청지기’는 경계선 지능 학생들의 건강한 예술 활동을 격려해 왔다. 이날의 작품은 박진감 넘치는 움직임, 춤과 노래를 하며 자신의 역할을 소화해 내는 연기력, 단체를 이루어내는 조화로 감동을 주었다. 연극 「깨비의 시간여행」(2020)을 연습 공연으로 하여 연극 「스크루지」(2021), 연극 「리브스 동물학교」(2022), 뮤지컬 「가스펠」(2022), 뮤지컬 「죽은 시인의 사회」(2023)에 이은 뮤지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제5회 정기 공연의 빛나는 실적을 쌓았다.
강북 노원 도봉 연극의 뿌리는 약하다. 같은 구에서 분구했기 때문에 거주하는 지역은 달라도 같은 지역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도봉구에 거주하는 몇 몇 연극인들이 만나 모임을 가지고 연극 단체 결성을 주도하기도 했으며, 도봉 연극의 타이틀을 갖고 경연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신일고에서는 1985년에 연극부가 창설되었고, 조우 코리 원작의 「탄갱부」가 창단공연이었다. 이제 그 기운을 극단 ‘청지기’가 이어받았으니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서울연극협회 희곡분과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