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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안무의 'broken line', 시린 계절에 쓰는 발레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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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안무의 'broken line', 시린 계절에 쓰는 발레 에세이

제38회 KBA 안무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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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안무의 'broken line'
2월 13일(목) 오후 여덟 시,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한국발레연구학회(KBA, THE SOCIETY OF KOREAN BALLET, 이사장·총연출 조윤라 충남대 명예교수) 주최·주관의 제38회 KBA 정기공연의 안무가전이 열렸다. 이번 공연에서 이지혜 안무의 'FRAME OUT'(프레임 아웃), 김한나 안무의 'broken line'(무너진 경계), 김희현 안무의 'Love etched in time'(시간속에 새겨진 사랑) 가운데 김한나 안무의 발레 'broken line'(무너진 경계)을 주목한다.

한국발레연구학회는 1984년 홍정희 선생이 설립하여 40여 년 동안 발레 예술 연구의 초석이 되어 왔다. 매년 다양한 공연 소개, 학문적 교류 사업으로 한국 발레의 이론적 발전과 실제적 저변 확대에 노력해 왔다. 안무가 김한나는 충남대 무용학 박사, 부산대 무용과 강사, 한국발레연구학회 이사, 제31회 부산무용제 우수상 수상자로서 주요 안무작은 'Con passione'(2017), 'Along with you'(2018), '일그러진 사랑은'(2021), 're-member'(2022) 등이 있다.

'broken line'은 인간관계나 내면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갈등이나 문제적 상황을 설명하는 ‘우로보로스 딜레마’가 동인(動因)이 되었다.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선을 넘으면서 시작된다. 넘어야 하지 말아야 할 실선은 점선이 되는 순간 두 사람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좋은 관계를 기대하고 시작된 두 사람의 상반된 기대와 욕구는 충돌하게 되고, 그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모습을 우리의 삶에 빗대어 표현한다.

'broken line'의 무대 구성에서 영상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무자는 영상으로 무용수의 걸어가는 길과 그 길이 관계의 시작임을 알린다. 남녀 무용수가 누워있는 장면에서 욕망의 검은 불이 피어나는 영상이 사용되고, 음악 악센트에 맞춰 검은 불이 장면 전체를 덮는 영상으로 좋지 않은 관계의 시작을 암시하였다. 영상은 장면 전환의 매개 역할을 하고, 반복되는 갈등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로보로스 딜레마를 상징하기 위해 원이 돌아가는 영상을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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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안무의 'broken line'

듀엣(강태영, 최수연)은 슬프고 아름다운 사연을 전개한다. “‘다 너를 위해서야’. 우리는, 우리로부터 무너져 버렸다. 서로를 위한다는 말은 나를 지키기 위한 말이었다. 얽혀진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꼬리를 물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렇게 살아간다.” 3장 구성의 이 작품은 1장 : ‘선을 넘다’(선을 넘고 관계가 시작된다), 2장 : ‘우로보로스 딜레마’(빠져나갈 수 없는 얽혀진 관계), 3장 : ‘그렇게, 그렇게 살아간다’(무한 반복되는 관계에서 잘못을 모른 채 살아간다)로 구성되어 있다.

'broken line'의 움직임은 고전적 발레 동작에 기초하지만, 남녀 무용수의 현실적 감정표현을 위해 보다 더 현대적인 움직임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 남녀의 만남이 같은 방향의 원형적 움직임이었다면, 음악이 빨라지면서 점차 속박하고, 뿌려 치며, 선의 움직임이 날카롭게 된다. 남녀가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은 기존 클래식이 아닌 현대적 마임이다. 3장은 1장의 처음 만나는 장면이 재구성되고, 그 과정과 시간 흐름의 움직임은 정지되거나 느리게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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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안무의 'broken line'


'broken line'은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단순하고 직접적인 무용수의 움직임, 음악 선정, 무대 영상을 구사한다. 안무자는 관객의 마음속에 남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움직임을 구성하고, 작품을 완성해 갔다.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는 2장에서 남자에게서 빠져나가고 싶지만,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영상을 접목하여 동작이 구성된다. 우로보로스 딜레마와 같은 인간관계를 직접적으로 상징하고 묘사하기 위해 안무자가 강조한 연출이었다.

'broken line'에서 특별한 조명은 마지막 장면에서 ‘또 그렇게, 그렇게 살아간다’의 작품 내용과 분위기를 표현하는 부분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계절이 변하는 느낌을 조명이 비추어지는 형태와 색으로 디자인하여 작품을 표현하였다. 아름 속에 담긴 슬픈 감정은 Mina Gajić & Coleman Itzkoff, Max Richter의 음악이 담당했다. 이 작품은 듀엣으로 종료되었지만, 앞으로 인간의 관계와 삶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여러 형태로 드러내어 발전시킬 조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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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발레 안무가)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