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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억 원으로 5조원 ‘원익그룹’ 손에…이 회장 자녀회사 ‘호라이즌’ 지배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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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억 원으로 5조원 ‘원익그룹’ 손에…이 회장 자녀회사 ‘호라이즌’ 지배력 논란

[기업 심층 분석] 호라이즌·원익 ①
호라이즌, 원익그룹 이용한 회장 자녀회사
2024년 8월 이 회장 보유 원익 지분 38.18%, 263억원에 매입
호라이즌, 원익그룹 최상위 지배기업 원익 지분 46.33% 보유
원익은 원익홀딩스 지분 30%, 이 회장은 18.1% 보유
원익 사옥 전경. 사진=원익 웹사이트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원익 사옥 전경. 사진=원익 웹사이트 캡처
원익그룹 이용한 회장의 자녀회사인 호라이즌이 317억 원 정도의 자금으로 원익 지분 46.33%를 확보함으로써 자산총액 5조 원이 넘는 원익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익그룹은 지주사인 원익 아래에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반도체 장비업체 원익홀딩스, 반도체용 고순도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원익머트리얼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전문 업체 원익IPS, 쿼츠와 세라믹 등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원익QnC, 배터리 제조와 테스트 솔루션 업체 원익피앤이 등을 거느리고 있다.

원익홀딩스는 반도체와 LED 등의 제조 공정에 필요한 특수가를 일정한 유량과 압력으로 안전하게 공급하는 장치를 생산한다. 2023년 매출 7495억 원, 영업이익 458억 원을 올린 알짜 회사다. 원익그룹의 최대 고객사는 삼성전자, 삼성SDI 등이 있다.

원익홀딩스 로고. 사진=원익홀딩스이미지 확대보기
원익홀딩스 로고. 사진=원익홀딩스

호라이즌은 이용한 회장 차입 자금 등 263억 원으로 지난해 8월 이 회장으로부터 원익 주식 694만5606주(38.18%)를 장외 매입했다. 호라이즌의 원익 보유 주식 수는 기존 8.15%를 포함해 842만9025주( 46.33%)가 되며 원익그룹의 최상위 지배기업인 원익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원익은 원익그룹 지주회사인 원익홀딩스 지분 30%를 보유한 1대 주주이고, 이 회장도 원익홀딩스 지분 18.1%를 보유하며 원익홀딩스를 지배하고 있다.

호라이즌은 이용한 회장의 자녀 3명이 지분 99.999%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이 회장의 지분이다. 자녀인 이규엽·이규민·이민영이 각각 37%, 37%, 26%를 가지고 있다. 이들 세 자녀가 호라이즌을 통해 원익을 지배함으로써 원익그룹 지주회사인 원익홀딩스를 지배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원익그룹 지배구조는 이용한 회장 일가→호라이즌→원익→원익홀딩스→각 계열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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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주요 주주

호라이즌(구, 호라이즌캐피탈)은 1999년 12월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의 평가·관리·운용 등을 목적으로 유한회사로 설립됐다. 대표이사는 임창빈이고, 이용한 회장과 이 회장 장남인 이규엽(83년생)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 임창빈 대표이사는 원익의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7월 원익 공시에서, 최대주주 이용한 회장이 보유한 신주인수권 표시증서를 호라이즌에 증여했고, 호라이즌은 같은 해 8월 신주인수권을 청구해 원익 주식 85만6164주(7.09%)를 최초로 확보했다. 2세 승계의 첫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2024년 5월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에서, 호라이즌은 원익 주식 148만3419주(8.15%)를 장부가 54억 원(주당 3655원 해당)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공시했다. 그동안 원익 지분이 조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호라이즌은 이용한 회장으로 원익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며 원익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회장의 자녀회사 호라이즌은 이 회장으로부터 213억 원을 차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회장이 보유한 원익 주식 694만5606주(38.18%)를 263억 원에 장외 매입했다. 지난해 8월 20일 종가인 주당 3785원에 원익 주식을 매입했다. 이 시기 원익 주가는 저점 기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원익 주가 추이. 사진이미지 확대보기
원익 주가 추이. 사진

그룹 내 특수관계자 간 주식 매매 또는 증여는 이에 따른 비용(양도세 또는 증여세 등) 등을 감안해 통상 주가 저점 기에 이뤄지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6월13일 원익 종가는 6400원으로 지난 1년간 주가 중 가장 고점이었다. 이후 원익 주가는 계속 하락했고, 지난해 8월 20일 종가는 3785원에 이르렀다. 이날 호라이즌은 이 회장이 보유한 원익 주식을 장외 매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호라이즌은 지난해 8월 매입한 원익 주식 694만5606주(38.18%)에 기존 보유 주식 148만3419주(8.15%)를 합한 842만9025주가 되면서, 지분 46.33%를 확보해 원익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원익 지분 46.33%를 확보하는데 호라이즌은 317억 원이 든 것으로 추정된다. 원익 주식 148만3419주(8.15%)의 장부가격은 54억 원이고, 694만5606주의 매입가 263억 원을 합한 317억 원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주식 투자자들은 "기업 승계를 위한 특수관계자 간 거래에서 절묘한 저가 타이밍에, 장외에서 거래를 성사 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법 전문가들은 “317억 원 정도의 주식 매입 자금으로 자산총액 5조원이 넘는 그룹의 최상위 지배기업(원익) 지분을 매입해, 그룹을 지배하는 모습이 참 놀랍다”며 꼬집었다. 이들은 “그룹들이 지주회사 위의 지배회사를 층층이 쌓는 것은 승계 과정에서 상속·증여세를 절감·회피하기 위한 구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호라이즌이 원익 주식 매입에 따른 증여세를 납부여부를 묻는 글로벌이코노믹의 질의에 원익 측은 “호라이즌은 증여세 납부 의무가 없음을 법적으로 검토하였고, (이용한 회장의) 자녀들이 증여세를 납부하였다”고 답변했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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