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영 총연출·안무

2월 27일(목)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설자영아츠그룹(예술감독 설자영) 주최·주관, 설자영(선화예고 무용부장) 총연출·안무의 ‘2025 설자영의 춤 - 정(精) 성(誠)’이 공연되었다. '정(精) 성(誠)'은 1부 정(精, 전통춤, 4장 편성)와 2부 성(誠, 창작춤, 4장 편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황과 샤막이 신비감을 불러오며 시작된 1부는 1장 : 움 고요히 틔우다(배정혜류 '부채현금') 2장 : 닦음 세우다('선비춤') 3장 : 피움 만개하다( '바라춤', 설자영 안무) 4장 : 깨달음 깊어지다(이매방류 '살풀이춤', 각색)에 걸쳐 있고, 설자영은 ‘부채현금’과 ‘살풀이춤’을 독무로 선보였다.
'정(精)'에서 '부채현금'(배정혜류)은 문인화 위의 현란한 나비의 인상으로 신비적 단자를 단다. 의미를 생각할 때 마다 비기(祕技)가 들어서고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움직임이 작동된다. 움직임이 빛과 소리와 어울리면서 부채는 뿌리를 내리며 사이를 경계한다. 연출의 묘미로 춤은 앞과 뒤의 연결이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사(士)를 앞세운 풋풋한 '선비춤' 홀춤은 부드럽게 결을 다듬고 흐름을 세운다. 일곱 무용수의 '바라춤' 군무는 활달한 역동성으로 분위기를 창출한다. 바닥의 완전 백색과 배경이 일체되어 격정의 장(場)을 이룬다. 설자영의 백색 '살풀이춤'(이매방류)은 명인들을 오마주한다. 깊이감의 홀춤, 이인무, 홀춤으로 변주된다. 마음의 울림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길다.
설자영의 춤의 연행은 예전의 다리 부상으로 공연을 삼가한 이래 실로 이십여 년 만에 이루어졌다. 설자영 안무의 창작무용 '봄(春), 다시 그곳'으로 꾸린 2부는 ‘춘앵전’을 모티브로 하여 춤의 심도를 기한 작품이었다. ‘춘앵전’에 주조색을 염두에 둔 의상, ‘춘앵전’의 움직임을 재해석한 현대성이 두드러졌다. 1장 : 기다림 - ‘겨울의 침묵’ 2장 : 조화 – ‘서로를 품다’ 3장 : 생명 – ‘숨으로 흐르다’ 4장 : 봄 - ‘찬란을 맞이하다’는 겨울의 끝에서 새로운 봄과 희망을 맞이하는 내용으로 자신을 희생하고 자식을 길러낸 어머니를 생각하는 사모무(思母舞)였다.





'성(誠)'의 인상, 인고의 세월을 회상한다. 짙게 무겁게 눈발이 날린다. 설자영의 과거는 흑백이었다. 세상이 온통 천연색으로 바뀐 이즈음도 애정과 순수로 빚은 정성을 생각한다. 바람 소리가 유난히도 세게 느껴졌던 그때의 감정들이 다양한 악기에 실려 울려 퍼진다. 움직임은 빛을 타고 빛나는 개체로 녹아들고, 타들어 가는 아픔 속에 작품은 격상된다. 사계에 실린 겨울 이야기는 찬란한 봄을 위한 통과의례, 존재와 예술에 대한 궁금증은 예술가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했을 주제였다. 찬란한 봄에 우리가 빛나는 조형으로 있는 것은 나를 지키는 이면의 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설자영은 교육자로서 전통춤의 뿌리를 중시한다. 학생들이 전통춤에서 춤의 근본과 뿌리를 알고 춤을 시작해야 더 단단히, 폭 넓게 뻗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 행사인 ‘예무제’(藝舞祭)의 레퍼토리를 전통과 창작에 걸친 모든 작품을 모두 무대에 올린다. 비슷한 맥락으로 이번 공연 편성도 그러하다. 1부는 ‘정성(精誠)’의 의미를 담아 4가지 전통춤 레퍼토리를 하나의 주제로 엮었다. 2부는 밤에는 ‘부모의 잠자리를 보아 드리고 이른 아침에는 부모의 밤새 안부를 묻는다’라는 뜻의 ‘정성(精誠)’이 담겨있다. 연출가가 ‘춘앵전’의 효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자영 총연출, 안무의 '정(精) 성(誠)'의 1부는 '부채현금'(배정혜류), '선비춤', '바라춤', '살풀이춤'(이매방류) 네 가지 전통춤으로 온갖 힘을 다한 성실한 마음을 하나의 주제인 ‘정성(精誠)’에 담는다. 전통춤의 가치를 잘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2부는 부모를 잘 섬기고 효성을 다하는 ‘정성(精誠)’을 담는다. '춘앵전' 창작에 담긴 효명세자 ‘효’(孝) 사상이 설자영이 모친에 대한 정성 된 마음이 되어 '봄(春), 다시 그곳'에 담겨있다. 춤의 가치와 정성을 담은 '정(精) 성(誠)'은 미래의 한국춤 중흥에 대한 자신의 각오를 보여주면서 희망과 존중으로 엮은 작품이었다.




‘설자영아츠그룹’은 예술로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꾼다. 다양한 예술가들이 예술이라는 항구에 모여 창작과 협업하면서, 그 힘을 원동력으로 삼아 개인의 성장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지난해 2월, 의지의 표현으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못(M.O.T: Moment Of Truth)'을 창단 공연작으로 삼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예술’로 예술과 교육의 본질 탐구와 실천을 지향한다. 한국무용가 설자영은 교육 현장에서 한국 춤의 뿌리와 올바른 교육관을 지켜온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한 예술과 교육의 의미를 찾아내어 사회에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고자 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