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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레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 치매 노인 돈키호테의 아름다운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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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레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 치매 노인 돈키호테의 아름다운 시절

세르반테스 원작, 지우영 안무·연출·대본의 창작발레
지우영 안무·연출·대본의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이미지 확대보기
지우영 안무·연출·대본의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
4월 19일(토) 오후 3시 30분과 7시,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세르반테스 원작, 지우영 안무·연출·대본의 창작발레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이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댄스시어터샤하르(예술감독 지우영) 주최·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후원한 작품이었다. 지구촌의 아름답고도 슬픈 공통 주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라져 가는 기억들, 지우영 대본은 치매를 바탕에 둔 돈키호테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찾아간다.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The Missing Memories of Don Quixote, 2025)은 클래식 발레 '돈키호테'가 ‘기억’의 동인(動因)이다. 지우영은 인간의 마지막 기억을 탐구한다. 대상은 돈키호테이며, 그의 상상과 현실이 얽히면서 발레는 흥미를 더한다. 안무가는 과장과 현실을 구분한다. 안무가 지우영은 도처에서 발견되는 현실적 치매 환자의 사례를 돈키호테에게 이식시키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예리한 관찰은 빠른 감정 이입 효과를 낳는다.

한국판 ‘돈키호테’가 현실적 감각으로 안무가 지우영에 의해 새롭게 탄생되었다. 돈키호테(강준하)를 치매 환자로 표현하여 현시대에서 외톨이가 된 노인 문제를 작품 속에 녹여내었다. 아름답고 평판이 좋았던 사랑했던 여인 둘시네아(김순정)를 같은 요양원에 있는 데도 알아보지 못하는 돈키호테는 기억을 잃어갈수록 순수해진다. 클래식 발레의 돈키호테 음악을 재해석한 유쾌하고 아련한 노인 돈키호테의 동시대적 감성은 발상이 참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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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연출·대본의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은 '돈키호테' 인생의 끝에 사라져 가는 기억들 가운데, 마지막 단 한 개의 기억에 초점을 맞춘다. 안무가는 그것이 어떤 것일지라도 마지막에 남은 아린 것 보다, 가장 사랑했던 기억이 마지막으로 남아있기를 시원하면서 발레를 전개한다. 지우영은 종교적 믿음의 창작발레를 통해 현실과 창작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안무가는 주제를 돋보이게 하는 돈키호테의 퇴행적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목적을 달성한다.

내용을 살펴본다. 사랑하는 부부 노인 돈키호테와 둘시네아는 치매 탓으로 요양원에 같이 있는데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남동생과 요양원을 운영하는 원장은 간호사들과 요양원 후원회장을 반갑게 맞이한다. 젊을 때 사랑의 내용을 썼던 일기장이 애착물인 돈키호테는 추억의 일기장으로 어렴풋이 젊은 날의 둘시네아만을 기억해 낸다. 돈키호테는 청춘 둘시네아를 찾겠다고 요양원에서 탈출하지만 길을 잃고, 노숙자 산초를 만나 빵을 얻어먹으며 친해진다.

산초는 요양원 후원회장의 남편으로 가족들의 재산싸움에 회의가 들어 가출한 상태였다. 산초는 젊은 여자들을 둘시네아로 착각하며 말썽을 일으키는 돈키호테를 도우며 돈키호테의 가족과 상의해 요양원으로 돌려보낸다. 돈키호테는 상태가 악화되고 일기장도 찢어 버린다. 기억과 추억의 천사인 젊은 돈키호테와 둘시네아가 두 사람의 기억을 찾아주려 하지만 일기장이 찢길 때마다 돈키호테의 기억들은 사라진다. 사랑했던 아내조차 몰라보고 노인은 홀로 된다.

지우영은 서울시 전문예술단체 댄스시어터샤하르를 통해 창작레퍼토리 제작해 왔다. 이 단(團)은 2003년 창단 이래 발레 기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무용 장르에 연극 음악 등과 경계허물기, 문학적 상상력과 고전물에 대한 지우영식 해석과 메쏘드로 창작 무대를 제작하고 있다. 도봉구와 노원구를 중심의 예술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과 경계선 지능 아동·청소년을 위한 예술 대안교육, 소외계층 문화나눔에도 힘쓰며 기독 사랑의 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주제성이 뛰어나고 임팩트가 강한 지우영의 대표작들을 살펴보면 남한의 어머니와 북한의 탈북민을 주제로 한 창단 작품 '어머니', 다양한 직업을 지휘자의 지휘로 표현한 코믹 음악 발레 '이상한 챔버오케스트라', 여름밤의 이야기로 리메이크한 현대식 작품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 부인 홍단실의 시각으로 시인의 삶을 풀어낸 '소월의 꿈', 분단 부자(父子)가 한 마리 새를 통해 만난 기적 같은 실화를 발레 전막으로 안무한 작품 '기적의 새' 등이 있다.

지우영은 예술의 전당이나 대학로예술극장처럼 크거나 도봉문화원처럼 작음에 관계없이 걸작을 창출한다. 지우영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로미오를 사랑한 순수한 줄리엣의 또 다른 면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줄리엣과 줄리엣', 송명희의 소설 '표'를 무용극화한 작품 '표',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의 세계 최초의 전막 발레 '레미제라블', 바흐의 명곡을 음악무용으로 창작한 작품 '마태수난곡', 마태복음 13장에서 예수님이 한 천국에 대한 비유의 말씀을 안무한 작품 '헤븐스지저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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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연출·대본의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

지우영은 공연은 화려한 배역과 스태프진을 자랑한다. 안무·연출·대본의 안무가 지우영은 사)DTS행복들고나 이사장과 예하예술학교 교장이다. 노인 돈키호테 강준하 전)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 노인 둘시네아 김순정 전)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가 중심을 잡고, 요양원장 조윤라 사)한국발레연구학회 이사장, 노숙자 산초 박희태 전)국립발레단 단원, 전직 발레리노 치매노인 제임스 전 전) 서울발레시어터 예술감독, 추억의 둘시네아 김보경(스테파니) 댄스시어터샤하르 수석무용수, 추억의 돈키호테 정민찬 전)국립발레단 무용수, DTS 발레단 단장이다.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은 속전속결의 야전을 연상시킨다. 수사학적 덧붙임 없이 꼭 필요한 장면만 취사선택하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지우영이 클래식 음악에 정통한 점도 창작발레를 순탄하게 만드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지우영의 상상력은 돈키호테가 요양원 탈출이라는 놀이를 만들면서 극대화된다. 작가의 상상력과 안무가의 구성력이 간결하게 처리된 작품 속에서 돈키호테는 요양원으로의 복귀 이후에도 특별히 불쌍해 보이지 않지만 안타까움이 인다.

그게 인생이다. 지우영의 '돈키호테의 사라진 기억들'은 종교와 지역을 필터링한 지우영 발레의 또 하나의 빛나는 흔적이 되었다. 지우영 발레는 느리게 조용히 진화하고 있다. 가식을 없애고 주제에 집중하는 태도는 시대의 한계와 편견을 차단한다. 지우영은 절도와 조화로 지우영 발레의 정형과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지우영은 영상을 이용하며 기억의 점증적 소멸을 표현하거나 이름다운 시절의 흑백필름, 색채필름을 구사한 점도 빛나는 추억의 일면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