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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화유산 넘치는데 박물관은 없다…‘문화 소외’ 고양시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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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화유산 넘치는데 박물관은 없다…‘문화 소외’ 고양시의 아이러니

특례시 중 유일한 시립박물관 미보유…출토 유물은 타지로 흩어져
고양특례시청사. 사진=고양시이미지 확대보기
고양특례시청사. 사진=고양시
경기도 고양시가 구석기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는 풍부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작 이를 전시하고 보존할 시립박물관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08만 인구의 특례시 위상에 걸맞지 않은 문화 인프라의 부재가 시민들의 역사 체험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양시는 한반도 최초의 재배 볍씨로 알려진 신석기시대 가와지볍씨부터 고려 공양왕릉, 조선시대 벽제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왕릉과 북한산성, 행주산성 등 주요 문화유산을 고루 갖춘 도시다. 그러나 출토 유물 대부분은 고양시에 머물지 못하고 국립춘천박물관, 경기도박물관, 대학박물관 등으로 이관되고 있다. 고양시 자체에 시립박물관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 개발에 따라 문화유산이 소실되고 있는 가운데, 창릉신도시 조성을 앞두고 추가 유적 발굴이 예상되면서 시립박물관 건립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고양시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총 7차례에 걸쳐 박물관 건립 타당성 용역 예산을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예산 중복성’ 등을 이유로 번번이 삭감되며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전평가 신청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공립박물관 건립은 기본계획 수립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 지방재정 투자심사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문화부 사전평가 통과는 건립비의 최대 40%를 국비로 지원받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고양시는 2019년 한차례 타당성 조사를 시행했지만, 이후 도시 여건 변화와 법령 개정 등으로 재조사가 불가피해진 상태다.
현재 고양시는 자체적으로 임시수장고를 조성하고, 매장유산 조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비귀속 유물 약 350여 점을 확보했으며, 기증 및 구입을 통해 총 1,460여 건의 유물을 수집한 상태다. 지난해에는 공립박물관 건립 거버넌스 포럼을 개최하고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병행했다.

반면, 고양시와 유사한 규모의 특례시들은 이미 문화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원시는 직영 박물관 3곳을 운영 중이며, 용인시와 성남시, 창원시도 전문 박물관 설립을 적극 추진 중이다. 성남시는 지난해 체험동을 우선 개관했고, 창원시 박물관은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통과하며 본격 건립에 들어섰다.

시 관계자는 “박물관은 기본계획 수립에서부터 개관까지 평균 7~10년이 걸리는 중장기 사업”이라며 “역사문화도시로서 고양시의 정체성을 지키고, 시민에게 특례시에 걸맞은 문화 향유권을 제공하려면 지금 당장 타당성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