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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일본 단카이 세대 은퇴자들이 만드는 새 '문화'와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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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일본 단카이 세대 은퇴자들이 만드는 새 '문화'와 '시장'

[글로벌이코노믹 장민호 기자] 일본에서는 지금 시니어(senior)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번성하고 있다. 돈과 시간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공략 목표가 본격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바지(Jeans)와 록(Rock) 등 과거 청년 문화를 견인해 온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는 1947~49년에 출생한 세대로, 일본에서는 '단카이(団塊)세대'로 불린다. 베이비부머란 급격한 인구 증가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년퇴직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기분은 아직 젊기 때문에 종래의 노인들을 상대로 하던 비즈니스의 수법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

'산케이 뉴스'는 구랍 30일자에서 '하쿠호도(博報堂) 새로운 어른 문화 연구소'의 사카모토 세쓰오(阪本 節郎) 소장이 일본의 시니어 시장에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하는 특집을 게재했다. 이는 시니어 세대에 대한 정보도 턱없이 부족하고 구체적인 대책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주요 내용을 보충 설명과 함께 간추려 소개한다.

사카모토 소장은 1975년 와세다대 상학부(早稲田大商学部)를 졸업하고 광고 대행사 '하쿠호도'에 입사했다. 프로모션 기획 등을 거쳐 2000년부터 엘더 비즈니스 추진실장으로서 '시니어'와 관련되는 일을 하게 되었고, 2011년부터 '새로운 어른문화연구소' 소장이 되었다. 저서로는 '50세를 넘으면 더 이상 늙지 않는 46의 법칙'(講談社) 등이 있다.

◇ 한국과 일본의 베이비부머의 차이점과 공통점


우리나라의 1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주역이었고, 현재는 시니어로서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인생의 새로운 2막을 준비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베이비부머를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이나 은퇴 후 생활을 돕기 위한 정보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본의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는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와 6년 이상의 차이가 난다. 그것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고 난 2년 뒤부터,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난 2년 후부터 태어났기 때문이다. 전장에서 돌아온 젊은이들이 결혼한 2년 후부터 태어나 경제 발전의 주역이 되었다는 점은 같다.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2007년부터 은퇴하기 시작했다면,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와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어떤 문화와 시장을 창조해 나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일이다.

◇ '인생 내리막 시대'는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하는지에 대해서 여러 설이 있다. 여기서는 일본에서 큰 사회문제로 주목받은 '단카이 세대'가 본격적으로 정년퇴직하기 시작한 2007년을 기준으로, 50대 이상을 시니어 세대로 보기로 한다. 일본에서는 단카이 세대만 700만 명에 달하고, 그 전후를 포함하면 10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시니어 세대는 사람 수가 많다는 것에만 맞추어도 대 히트를 하게 된다. 일본은 고도성장 이후 청년 문화의 사회였다. 그러나 2000년부터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었다. '시니어 비즈니스'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시니어라는 틈새시장(Niche Market)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다. 시장의 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사카모토 소장은 말했다.

시장 구조가 왜 변화하고 있는가? 사카모토 소장은 "시니어한테는 시간과 돈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개인 자산 1400조 엔의 상당 부분은 50대 이상의 생활자가 갖고 있다. 게다가 자식들에게 돈을 남겨주지 않고, 자기들이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의 시니어들은 퇴직 후에 회사를 리타이어(Retire)해도, 사회를 리타이어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시니어라고 하면, '인생의 내리막'이라는 감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고,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도 주역이 아닌 조역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디어 생활자로서, 매일 신문과 TV를 보고 사회로 눈이 향하고 있다. 특히 단카이 세대부터는 지금까지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조사에서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다


기업의 공략 대상 이동이 진행하는 가운데, 시니어 시장의 '핵'이 되는 단카이 세대는 종래의 고령자들과는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르다고 한다. "공적인 생활보다도 사생활을 중시한다. 단카이 세대는 지금까지 다양한 문화를 창조해 왔다. 젊은 시절에는 남성이라면 장발에 청바지, 여성이라면 미니스커트 라고 하는 패션을 유행시켰다. '헤이본(平凡) 펀치'와 '슈칸(週刊) 플레이보이' 등 그 당시까지와는 다른 젊은이용 잡지가 창간되었다. 음악에서는, 가요와 엔카(演歌)가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그들이 비틀즈 등의 록과 포크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또한 맞선을 보는 중매결혼이 주류였는데, 단카이 세대부터는 연애결혼이 주류가 되고, 부자간이든 부부간이든 친구처럼 대하는 '친구 가족' 문화로 바뀌었다"고 한다.

시니어 중에서도 특히 단카이 세대가 주목을 받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단카이 세대가 지금의 젊은이에게도 통하는 '청년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정년을 맞이한 단카이 세대는 이전과 다른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 단카이 세대의 남성 80% 이상은 "정년을 즐기고 있다"고 대답 한다. 앞으로 단카이 세대가 지금까지의 시니어와는 다른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새로운 어른으로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화를 창조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니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지금, '그랜드 제네레이션(G․G)', '석세스플 에이징(Sucessful Aging)' 등 '시니어'를 대체할 다양한 용어와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지금의 시니어는 고령을 의미하는 말로 불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노인'이라 했고, 그 후 '실버'로 되었다가 '시니어'가 되었다. 우리들의 조사에서는 '어른', '50대'라고 하는 말에는 거부감이 없었는데, '60대'에는 조금 위화감이 나온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동일한 경향이다. 과거에 미국에서 유명한 노인 타운에 시찰을 갔는데, 거기 소개 팜플렛에 '액티브 어덜트'라고 써 있었다. '왜, 액티브 시니어가 아닌가?'하고 물었더니, '시니어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지금 일본에서는 시니어를 대체할 다양한 호칭이 모색되고 있는데, 미국에서 시험적으로 사용되는 '50+(Fifty Plus)'라고 하는 호칭은 하나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사카모토 소장은 말했다. 

"가전 제품과 여행 등 시니어용 상품이 잇달아 나왔는데, 2014년에는 시니어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있었다. 기업의 공략 대상 이동이 두드러진 해였다. 특히 TV에서 성인 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 제작이 상징적이다. 예를 들면, TV아사히(朝日)의 '닥터 X'의 경우, 젊은 인기배우가 한사람도 나오지 않는데, 호조를 보였다. 이것은 젊은이들보다는 중장년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JR 규슈(九州)의 크루즈 트레인 '나나쓰 호시(7성)'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목표는 시간과 돈이 있는 50대 이상인 것은 분명한가? 2014년에 소비세율 인상의 영향도 크지 않았던 것은, 50대 이상의 소비가 뒷받침해 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지난해 주목을 받은 자전거 붐은 리턴 라이더, 즉 시니어층이 뒷받침해 주고 있다"고 한다.

▲JR하카타역(博多駅)을출발하는호화침대열차'나나쓰호시(7성)in규슈'.50대이상을주요대상으로인기를모으고있다.이미지 확대보기
▲JR하카타역(博多駅)을출발하는호화침대열차'나나쓰호시(7성)in규슈'.50대이상을주요대상으로인기를모으고있다.

◇ 시니어용이라도 젊은 세대에 파급될 것인가?


새로운 시니어 비즈니스에서는 '고령자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가 되어 왔다. 지금의 시니어, 특히 단카이 세대에게 '근사하다'는 중요한 가치관이다. 거기에 주목한 시니어 비즈니스가 전개되면,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시니어가 히트의 불씨가 되어 젊은 세대로 파급되어 가는 사례가 늘어나지 않을까? 과거의 한류 붐이 그러했다. 한국의 드라마 '겨울 연가'의 기점이 되었던 것은 50~60대 여성이었다. 거기서부터 젊은 세대로도 퍼졌다. 최근에는 도쿄 시부야(東京都渋谷区)에 있는 다이칸야마쓰타야서점(代官山蔦屋書店)도 그렇다. 50~60대의 선진층을 겨냥하여 마음 편히 느긋하게 쉴 수 있는 공간에서 책과의 만남을 즐길 수 있는 점포를 만들었는데, 20~30대 등 젊은 세대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고 한다.

많은 기업들이 시니어층을 목표로 설정해 왔는데, 올해에도 주목을 받을 시니어 시장이 있다고 한다. "호쿠리쿠 신칸센(北陸新幹線)이 개통되기 때문에 가나자와(金沢)로 여행가는 단카이 여성들이 늘어날 것이다. '제1차 무사안일족'이 동경하는 여행지는 가나자와였다. 30대 여성들에 대한 가나자와 여행 제안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봤더니 단카이 여성들이 많았다고 하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단카이 남성용 비즈니스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지 않을까?"

"시니어 시장에서는 전국적으로 체인을 전개하고 있는 피트니스 클럽인 '카브스'의 성공 등 여성용 비즈니스는 많지만, 남성용은 아직 적다는 인상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50대에 자녀 양육을 끝내고, 실질적인 '정년'을 맞이하는 여성에 비해 남성의 정년은 거의 10년 뒤에 온다. 남성이 정년을 맞이할 무렵에 여성은 이미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져서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남성들은 퇴직하면 회사 동료들로부터 멀어져버린다. 새로운 교우관계라고 하면, 동창회 등을 통해 옛 동료에게 연락한다. 남성용 비즈니스는 '동료'가 키워드다. 단카이 세대는 '동료'를 좋아한다. 부모 세대에게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 옛날부터 동료들끼리 어울려 왔다. 지난해의 자전거 붐도, 동료들끼리 여행한다고 하는 즐거움과 관련이 있다. 동료를 키워드로 하는 남성용 비즈니스가 나올지도 모른다"

◇ 일본에도 어른 문화가 생길 수 있을까?


단카이 세대는 젊은 시절에는 젊은이 문화를 창조했고, 결혼하자 새로운 가족상을 만들어냈다. 지금, 단카이 세대가 일본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려 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에 있고 일본에 없는 것이 어른 문화였다. 지금 겨우 어른들을 의식한 상품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단카이 세대가 나이가 들면서 일본에도 '어른 문화'가 싹이 틀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 어른 문화를 상징하는 것은 스포츠카다. 원래 유럽에서는 페라리와 포르쉐는 어른들이 타는 것이어서 젊은이가 타는 것이 아니었다. 브랜드 제품도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갖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일정한 연령이 되어야 처음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어른 상품, 어른 문화가 드디어 확립되어 나갈지도 모른다"

◇ 단카이 세대가 젊은이들에게 미칠 영향은?


"단카이 세대는 '지금이 가장 좋다'고 하는 느낌을 계속 갖고 있을 것이다. 이른바 '할아버지', '할머니'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오노 요코씨는 지난해 81세의 나이로 후지 록 페스티벌에 출연했다. 나이를 먹은 할머니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노 요코가 더욱 오노 요코다워지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단카이 세대의 동경의 대상인 다카쿠라 켄(高倉健) 씨도 작년에 죽었지만, 켄씨는 켄으로서 죽었다고 생각한다. 켄씨도 할아버지가 되어 늙어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은 그다지 없었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일반 사람들도 나이를 먹으면서 자기다움을 연마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는 즐거움이 젊은 사람들에게 전해짐으로써 나이가 들어도 나쁘지 않다고 하는 가치관이 확산될지도 모른다"

"고령화라고 하면, 사회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는 데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고, 늙는다는 것에 전향적인 어른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본에 새로운 어른 문화가 생김으로써, 우선 어른들이 즐겁다. 그리고 젊은 세대가 '나이가 들어도 즐거울 것 같다'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되는 것을 기대하고 싶다"고 사카모토 소장은 말한다.

◇ 우리나라의 시니어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정책이 필요


모두에서도 밝혔지만, 일본의 시니어들과 우리나라의 시니어들 사이에는 차이점도 있지만, 공통점이 더 많다. 우리나라 시니어들도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장발에 팝송과 록 음악을 듣고,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키면서 '청년 문화'를 창조한 장본인들이다. 다만, 사회 환경과 가족 문화면에서는 다른 점이 적지 않고, 돈과 시간이 많은 시니어들의 숫자도 일본에 비해 훨씬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일본의 단카이 세대가 새로운 '문화'와 '시장'을 창조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추세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와 학계에서도 우리나라의 '은퇴한 노인'들이 아니라 시니어들의 의식과 생활 방식, 문화 등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지원해 나가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이코노믹 장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