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주 샘 월턴은 유통업계의 세일에 비판적이었다. 세일을 자주하면 고객들이 세일 때만 노려 평소에는 구매를 잘하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유통업체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다. 월마트는 창업 이래 단 한 번도 세일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매일 세일가보다도 더 싼 가격으로 팔겠다는 황당한(?)구상을 하고 나섰다. 그것이 바로 매일 싼 가격 (Everyday Low Price)을 보장하는 EDLP이다.

아무나 ELDP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적자도산하기 십상이다. 남보다 싸게 팔려면 원가와 유통 코스트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나름의 묘책이 있어야 한다. 월마트는 최저가 보장을 위해 독특한 전략을 마련했다.
그 첫 번째 전략이 이익은 박리다매(薄利多賣)이다. 유통마진을 왕창 줄이는 것이다. 마진을 최대한 낮게 함으로써 고객을 최대한 많이 유치, 매출을 늘리는 방식이다. 샘 월턴과 월마트는 박리다매 경영의 새 장을 연 현대판 박리다매의 창시자이자 종결자’로 평가받고 있다.
두 번째 전략은 변두리점포이다. 땅 값이 싸고 주차가 편한 도시 외곽지역에 큰 규모의 매장을 지어 규모의 경제를 추구했다. 고객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도심 한복판이나 주택가 밀집지역을 버리고 일부러 변두리로 나가 매장을 연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아무도 상상조차하지 못한 혁명이었다.

‘EDLP’ 의 네 번째 전략은 인공위성이다. 26년 전인 1989년 우주공간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이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 점포의 판매와 재고를 통합운영하고 있다. 특정 상품의 재고가 동이 나면 인근 점포에서 바로 보충한다.
다섯 번째 전략은 직원 ‘쥐어짜기’이다. 월마트 직원의 보수는 업계 최저수준이다. 월마트 직원의 근로시간은 가장 긴 편이다. ‘저임금 고노동’의 악조건 속에서도 불과 수년전까지 노조도 없었다.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직원의 고혈을 빨아 제품가격을 낮추는 악덕기업’이라는 악평이 나돈다.
월마트 경영진은 이 평가를 즐겼다. 그런 소문이 날수록 고객들은 더 몰려올 것이라고 여겼다. 실제로도 직원을 쥐어짤수록 판매량은 더 늘었다. 샘 월턴은 생전에 근로처우와 관련한 비판여론에 대해 “세계최고의 월마트에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직장에 좋은 조건으로 얼마든지 옮겨갈 수 있다”면서 “ 월마트에서는 경력을 쌓고 돈은 다른 회사에 가서 벌어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최근에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월마트에서 근로자는 가격을 낮추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월마트의 가격은 그 어떤 다른 업체 점포보다 싸다. 만약 다른 점포에 싼 제품이 나타나면 월마트는 이미 판 상품도 그 차액만큼 다시 할인해준다. 월마트의 성장비결은 바로 이 싼 가격에 있다.

김대호 연구소 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