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매체인 상하이 증권보는 최근 ‘활기 띠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란 특집기사를 통해 “가전 및 스마트폰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침체 국면을 맞고 있지만 반도체 기업만큼은 정부 지원 및 풍부한 자금력을 배경으로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에 이르기까지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중국의 집적회로(IC) 생산량은 90억7000만개로 전년 동월 대비 5.0% 증가했다. 1~7월 누계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한 600억7000만개로 높은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업스트림 업체인 중웨이 반도체의 경우 정부 지원에 힘입어 오는 2017년 4분기까지 300mm 실리콘 웨이퍼를 월 15만장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중웨이의 장루징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생산 라인 건설에 착수했으며 해외 기업과의 협력으로 취득한 특허는 수십 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생산 라인이 완성되면 생산 능력이 월 60만~80만장에 달해 중국 전체 수요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2인치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 산업의 국산화에서 가장 부족한 분야”라면서 “IC 설계에서 생산, 재료, 패키징까지 일체화한다면 중국 반도체 산업은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12인치 실리콘웨이퍼 글로벌 수요는 최근 들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오는 2020년에는 실리콘웨이퍼 시장의 75%를 차지할 전망이다. 현재는 일본의 신에츠화학 및 섬코(SUMCO) 등이 세계 생산량의 약 6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12인치 실리콘웨이퍼 수요는 2014년 월 51만개에서 올해 월 67만개로 늘긴 했지만 중국 내 생산은 전무한 상태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면 일본, 중국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양분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장루징 CEO의 설명이다.
중국 정부도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고 업체들의 성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5월 제조업의 향후 10년 정책지침인 ‘중국 제조2025’를 발표하고 이 가운데 반도체 산업을 중점분야 중 하나로 선정했다. 또 중국 공업정보부는 지난해 6월 IC 산업에 대한 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IC 설계업, IC 제조업, IC 패키징·검사업, IC 관련설비·원재료 등 4개 분야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12월에는 IC 산업용 펀드인 ‘국가 집성전로(集成電路) 산업투자기금’을 설립하기도 했다. 운용 규모는 1200억 위안이다.
정부의 이러한 육성책에 힘입어 중국 업체의 투자도 가속화되고 있다.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는 6월 반도체 제조 대기업인 미국 퀄컴과 중국의 통신설비·기기 대기업인 화웨이, 벨기에 반도체 연구기관 IMEC 등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14나노 CMOS반도체(상보성 금속 산화막 반도체) 양산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하이테크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7월 미국 반도체 대기업 마이크론에 인수합병을 제안했다. 금액은 230억 달러(약 26조6593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거래가 성사되면 중국기업의 해외기업 인수 안건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된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내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칭화대 인맥을 등에 업은 기업이다. 미국 웨스턴 디지털 지분투자, 샌디스크 주식 일부 인수 등을 통해 반도체 굴기에 앞장서고 있다.
또 IC 대기업인 차이나 일렉트로닉스도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인 아트멜의 완전 인수를 계획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아트멜은 서플라이어인 다이얼로그 세미컨덕터에 인수됐지만 중국 기업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업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 대만, 중국과의 협업으로 중국 수요 흡수
UMC의 옌보원 CEO는 “2016년 7~9월에는 공장 가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공장의 생산능력은 웨이퍼 환산 월 5만장이며 UMC는 수년 내 10만장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UMC가 이번 공장 신설을 통해 노리는 것은 중국이 보유한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C 인사이츠(IC Insights)는 2014년 약 1000억 달러에 불과한 중국 시장 규모가 오는 2019년에는 현재보다 50배 증가한 15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대만 정부도 이러한 중국 수요를 발 빠르게 캐치하고 자국 내 반도체 시장을 중국 자본에 개방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현재까지는 자국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것을 우려해 중국 업체의 대만 반도체 기업 지분 투자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었다.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중국 자본을 경계하기보다는 투자를 받는 ‘협업’을 택한 것이다.
◇ ‘반도체강국’, 언제든 추월당할 수 있어
IC인사이츠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판매량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416억 달러(약 48조1312억원)의 매출을 기록, 인텔(503억 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두 업체의 격차(매출 기준)는 그러나 지난해 36%에서 올해 21%로 대폭 줄었다. 견조한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와 환율 효과 덕이다. SK하이닉스도 퀄컴과 마이크론을 제치고 지난해 6위에서 4위로 두 단계 뛰어올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모바일 D램이나 3D V낸드플래시 등에서는 삼성전자의 독주가 예상되면서 당분간 ‘반도체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과 대만의 움직임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특히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핵심 인력 유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고액 연봉을 앞세운 중국 기업의 핵심 인력 빼가기 전략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기업이 제시하고 있는 연봉은 임원인 경우 한국에 비해 3~5배 높으며 3년 이상 고용 보장과 자녀들의 대학 교육비까지 모두 제공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처럼 기술유출을 방치하다가 반도체뿐 아니라 한국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중국과 비교해 5~10년 정도 앞서 있지만 중국의 성장 속도가 워낙 빨라 기술 격차는 조만간 좁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은주 기자 ej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