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만 50년 임대
현지 변호사 통해야 위험 줄어
다양한 위조서류 많아 조심해야
중대한 하자 사전 체크 습관을
▶ 토지 매매방식
필리핀 토지의 경우 법인과 마찬가지로 외국인은 전체지분의 40%밖에 확보하지 못한다. 간혹 교민들이 필리핀인 ‘더미(Dummy)’를 내세워 법인을 설립한 후 그 법인 명의로 토지를 매입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교민이 투자한 법인이지만 토지를 소유한 법인의 대주주는 필리핀인이다. 필리핀인 지분 60%에 대하여 3등분하여 각각 20%씩 지분을 소유케 하고 날짜가 기입되지 않은 무기명 주식양도계약서를 작성하여 수시로 필리핀인 지분을 이전하거나 또는 지분을 가진 필리핀인들 끼리 담합하지 못하도록 서로 알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여전히 필리핀 법률(Anti-dummy Law) 위반이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경제자유구역’에서 정부로부터 50년 임대조건으로 매입하여 건물을 짓거나 ‘경제자유구역’ 인접의 토지를 매입하여 ‘경제자유구역’에 편입시켜서 공장이나 골프장 리조트를 짓기도 한다. 토지매입을 위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대기업만이 가능한 일이다. 교민들도 이 구역 내에서 건물(주택 포함)을 매입(정부로부터 50년 임대이나 개인으로부터 매입할 경우 잔여 임대기간임)하거나 또는 토지를 매입(임대조건)하여 호텔이나 식당을 지어서 영업하기도 한다.
경제자유구역 외의 지역에서 외국인이 투자(토지매입과 법인설립)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첫째 필리핀 사람과의 결혼이다. 여기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헤어지게(이혼은 아직 불법임) 되면 배우자(상대방) 명의의 재산을 고스란히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필리핀 국적 취득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아직 자유로운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서 필리핀 국적 취득을 결정하기 어렵다.
▶ 토지 거래를 위한 사전준비
외국인으로서 필리핀에서 토지 매매는 제한사항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거래를 한다면 부동산 및 해당지역에 정통한 변호사를 통하여 거래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필리핀은 법무사나 공인중개사 제도가 없다. 따라서 누구를 통해 중개를 하던 변호사를 통한 법률자문이 안전하다. 이 경우 거래 상대방의 변호사가 아닌 내가 직접 고용(또는 자문계약)한 변호사로부터 자문을 받아야 한다. 상대방 변호사는 상대방의 권리를 주장하고 보호해 줄 뿐이기 때문이다. 교민의 소개로 토지를 거래하는 경우에도 매수자가 직접 고용한 변호사를 통하여 별도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 교민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필리핀 현지 언어(영어 및 따갈로어) 소통, 영문계약서(필리핀의 공식문서는 따갈로어가 아닌 영어임)의 이해, 부동산의 위치확인, 소유자 확인, 소유권 이전 등기절차를 완전히 숙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세계적 지명도가 있는 부동산개발•중개회사(예시 CBRE)를 통하는 방법도 있다.
▶ 토지 매매 및 소유권 이전절차
부동산 소유권 취득은 매수자 이름으로 등기를 하기 전까지 소유권 취득이 완전하지 않다. 행정 및 토지 전산화가 되지 않은 필리핀은 일일이 해당관청을 드나들면서 발급•열람•신청•접수하여야 하므로 절차가 복잡하고 시일이 많이 소요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등기부등본에서 권리하자 여부를 확인한 후 부동산중개인의 중개로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약 1~2개월 후 법무사를 통하여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매수자로부터 수령한 후 잔금을 지급하면 끝이다. 법무사는 그날로 구청에 등록세를 납부하고 등기소에서 소유권이전 등기를 접수하면 된다. 행정과 토지의 전산화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절차를 알아보자.
먼저 소유자(매도자)가 가지고 있는 권리증서(Transfer Certificate of Title, TCT) 원본을 확인하고 복사해 둔다. 그리고 등기소(The Registry of Deeds)에 가서 권리증서를 발급받아 소유자 권리증서의 진위여부를 확인한다. 매도자(납세자) 명의의 위임장을 받아서 시청에서 해당 부동산에 대한 과세용 등록대장(Tax Declaration)과 납세증명서(Tax Clearance)를 받는다. 권리증서와 등록대장 상호간 위치, 소유주, 면적 등 일치여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납세증명서를 통하여 매도자가 해당 토지에 대한 세금을 미납했는지 확인한다. 세금을 미납했다면 매수자가 대납하지 않으면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시청에서 토지가 나대지라면 건물신축 등으로 개발하지 않았다는 증명서를 발급받는다. 매매계약서(Deed of Absolute Sale)를 작성하고 계약일에 공증한다. 매수자는 부동산 취득에 따른 등록세(Transfer Tax, ‘양도세’로 번역되나 실제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취득에 따른 ‘등록세’의 성격임)를 시청에 납부한다. 등록세는 매매가격 또는 시청 평가금액(Zonal Value) 또는 공정시장가격(Fair Market Value) 중 높은 금액(이하 ‘과세금액’)의 0.75%다. 또한 매수자는 국세청(BIR)에 과세금액의 1.5%에 해당하는 인지세(Documentary Stamp Tax)를 납부한다.
한편 매도자는 국세청에 과세금액의 6%에 해당하는 양도세(Capital Gain Tax, ‘자본이득세 또는 양도소득세’로 번역되나 실제로는 부동산 양도금액 전체에 부과되는 ‘양도세’의 성격임)를 매매계약 공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납부한다. 국세청(BIR)에 양도세와 인지세를 납부했다면, 공증받은 매매계약서(DAS) 원본에 BIR 스탬프를 찍으며 ‘등기허가증명서(Certificate Authorize Registration, CAR)’와 ‘납세증명서’를 발급받는다. 해당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거나 국세청의 등기허가증명이 없으면 등기소에서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을 할 수 없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위 모든 서류를 준비했다면, 등기소에 가서 매매가격의 0.25%에 해당하는 등록수수료(Registration Fee)를 납부한 후 새로운 권리증서를 발급받게 된다. 이외 몇몇 시청의 경우 ⓐ 필지를 나눈다면, 필지분할계획서와 ⓑ 주택•콘도•대지의 칼라사진을 요구하기도 한다. 소유권이전 등기가 완료되면 시청에서 해당 부동산의 등록대장에 ‘납세신고’ 명의자를 매수자로 변경해야 이전 절차가 완료된다. 이 모든 절차가 몇 개월이 걸릴 수 있으므로 소유권 이전이 완료될 때까지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
필리핀의 토지 등 부동산이 아직 등기소에 등기가 되지 않은 채 단지 시청에 과세용 등록대장에만 등록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세용 등록대장은 우리의 토지대장 건축물대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과세용 등록대장은 등기소에 등기된 권리증서(Title)처럼 완전한 소유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과세용 등록대장만 있는 부동산이라면 외국인으로서 가급적 투자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중개소에서 매매에 하자가 없도록 사전에 체크를 해주고 법무사에서 안전하게 등기를 해주기 때문에 편리하면서 안전하다. 심지어 담보대출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해 준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부동산 투자를 한다면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우리와 다른 절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이러한 거래절차를 미리 알아둠으로써 거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허위서류 등 중대한 하자를 사전에 체크하고 예방할 수 있다.
필리핀에도 다양한 가짜 서류가 많다. 특히 금전이 오가는 계약관계에서 온갖 종류의 가짜(위조) 서류와 직면한다. 필자도 많이 경험했다. 관공서 서류는 물론 개인 간, 기업 간의 서류도 위조가 많다. 상대방으로부터 원본(또는 사본) 서류를 받으면 반드시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진위여부 확인 절차는 직접 해당 관공서를 방문해 확인하는 방법 또는 문서(Letter)를 보내서 진위여부를 회신하게 하는 방법이 있지만 관련 직원(공무원)이 책임 있게 확인해 주지 않거나 문서로 된 답변서를 보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용(또는 자문계약)한 변호사로 하여금 문서를 보내서 문서로 회신을 받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변호사가 문서로 보낸 질문이나 요청에는 거의 회신하는 문화다. 회신문서는 증거자료로서 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성실하게 회신한다.
● 콘도(아파트) 분양
공정에 따른 단계적 분양이나 후분양 보편화…소득수준 낮아 웃돈 기대 못해
필리핀 부동산 소유권 이전절차는 복잡하고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하지만 외국인 소유가 가능한 콘도의 분양이라면 비교적 큰 리스크 없이 분양받을 수 있다. 토지확보, 건축허가, 분양계약서 등이 정형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인 선 분양 보다 공정에 따른 단계적 분양 또는 후분양이 보편화 되어 있다. 공정률이 높아지면서 단계적으로 분양가를 높이는 형태다. 시행사•시공사의 부도나 공사 중단이 염려스럽다면 공정률이 많이 진척된 후 분양받는다면 그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처럼 위치 좋은 아파트의 분양에서 수분양자들이 벌떼 같이 몰려들어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모델하우스에서 분양 완료되는 현상은 기대할 수 없다. 당연히 ‘0순위, 1순위 청약통장’의 개념이 없으며 아직은 분양가 이상 프리미엄을 기대할 정도로 국민들의 소득수준이나 부의 축적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1가구 2주택 이상의 중과세 개념도 없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전, 메트로 마닐라의 마카티나 보니파시오 같은 신도시의 콘도 매입 붐이 불어 외국인들이 한 때 많이 매입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열기가 많이 식었다. 헌법 개정을 통하여 외국인투자를 개방한다면, 외국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다시 붐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두테르테는 2019년 국민투표를 통하여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황상석 전 NH농협증권 PI센터장